북촌 주민 "사생활·재산권 피해,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빗발 속 한옥마을 입구 집회…"관광객 무서워 대문 못 열 지경"
입력 : 2018-05-14 06:00:00 수정 : 2018-05-14 0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 북촌 주민들이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인해 사생활과 재산권 피해를 당한다고 호소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북촌한옥마을 운영위원회 회원 등 주민 50여명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인 돈미약국 앞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쳤다. 운영위는 4월 마지막 토요일부터 모여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관광객으로 인한 거주 환경 악화에 항의하고 있다.
 
이날 비가 오는 와중에도 이들은 "새벽부터 오는 관광객. 주민은 쉬고 싶다", "관광버스 매연, 주민들은 숨막힌다", "사생활과 재산권 보장하라"고 거듭 외쳤다.
 
주민들이 앞다투어 맨 어깨띠들에도 불편을 호소하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삼일장은 삼일마다, 오일장은 오일마다, 북촌은 날마다 장날', '북촌은 지금 사진관, 북촌주민은 모델', '아파트 층간 소음에도 살인 불러 오는데 북촌주민들은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등이 있었다.
 
북촌에 관광객이 많다는 특성에 맞춰 영어 메시지도 있었다. 'Protect Bukchon Citizens(북촌 시민을 보호하라)', 'We Want Our Weekend Back(주말을 돌려받고 싶다)' 등이었다. 이외에도 집회 참가자들이 맨 띠들에는 주차난 해결, 관광버스 매연 문제 해결 등을 지적하는 글귀도 담겼다.
 
같은 날 오후에도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보는 관광객 상당수는 주민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었다. 동양인 관광객 6명이 가옥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폭소했다. 사진 찍느라 우산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발로 차 큰 소리가 나기도 했다. 집 대문에는 조용히 해달라는 메시지가 영어로 써있었고, 관광객들이 지나온 길에도 비슷한 내용의 큰 현수막이 영어·중국어·일본어로 붙어있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화동의 한 한옥 앞에서는 행인이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근처 담벼락에는 '금연 금지'라는 문구가 검은 스프레이로 써있었다. 북촌 길바닥 곳곳에서는 담배꽁초뿐 아니라 관광객이 떨어뜨린 관광지도까지 비에 흠뻑 젖었다.
 
북촌 주민들은 관광객의 쓰레기 투척, 대문 낙서, 소음, 무단 사진 촬영 및 초인종 누르기 같은 사생활 침해와 주차 공간 부족 등 불편함을 겪는 데 지쳤다고 토로했다.
 
게스트하우스를 하는 거주민 이숙희씨는 "관광객이 집 안으로 불쑥 들어올까봐 대문을 열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북촌에서 태어나 계속 살았다는 김미숙(60)씨도 "주말 골목들에는 사람들에 자동차까지 엉켜, 우리끼리는 '언제 사고가 나도 나겠다'고 불안해한다"며 "또 관광버스가 마을버스 정류장에 떡하니 주차해, 버스 한 번 타려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촌이 살기 힘들어지는데, 한옥보전지구라서 재산권 행사가 막혔다는 점도 주민들의 불만 사항이다. 김씨는 "거주 문제가 거의 해결되지 않아 젊은 사람이 많이 떠났다"며 "어차피 거주지로서의 한옥이 점점 무색해지니,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북촌 인구는 지난 2010년 9349명에서 지난해 7650명으로 줄었으며, 같은 기간 65세 이상 노인의 비중은 14.7%에서 19.8%로 늘었다. 이는 종로구의 15.8%나 서울의 13.3%보다 많다.
 
서울시는 아직 대책 마련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부 대책은 이번 달 내로 종로구청과 협의해서 가안이라도 수립해볼 계획"이라며 "재산세 면제와 한옥 수선 비용 확대 등 일부 대책은 지방선거 이후 민관협의체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촌한옥마을 운영위원회 회원 등 주민 50여명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북촌한옥마을 입구에서 서울시·종로구에 관광객으로 인한 피해 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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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태현

전진만 염두에 두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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