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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기로에 선 핀테크)③업무공간 제공에 투자지원까지…'핀테크 요람' 변신하는 금융사들
스타트업 지원 전담조직 마련…될성부른 '떡잎' 찾아 상생 시도
2018-04-02 08:00:00 2018-04-02 08:00:00
[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국내 금융사들은 핀테크 기술을 기존 금융업무에 접목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상생을 통해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도 금융업무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핀테크 열풍이 불고 나서 자체적으로 핀테크 기업들에 대해 조사하던 도중 뛰어난 아이디어와 사업성을 가지고 있지만 자금난뿐만 아니라 정보, 네트워크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스타트업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들 핀테크 스타트업과 상생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한편 협업을 통해 핀테크 업체들의 혁신적인 기술을 계열사 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원에 힘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핀테크 도입으로 금융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금융사에도 위협이 됐지만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보수적인 문화를 바꿔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자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은행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금융그룹들은 핀테크 기술들을 각종 금융업무에 적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지원방안들을 제공하고 있다.
 
KB·신한·농협금융그룹과 우리은행은 모두 핀테크 지원센터를 별도로 마련해 핀테크 스타트업이 각종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도록 업무공간을 제공하고 외부기관과의 제휴, 직·간접 투자, 멘토링 등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
 
금융사별 핀테크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조직의 이름 역시 다양하다. KB금융의 경우 2015년 3월 'KB핀테크허브'를 출범한 이후 작년 'KB이노베이션허브'로 간판을 바꾸고 신기술 인큐베이션 프로세스 전담 역할을 부여했다. 신한금융의 경우 '신한퓨처스랩'을 출범시켜 핀테크뿐만 아니라 시장 또는 기술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나금융도 2016년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센터인 '원큐랩(1Q Lab)'을 개소한 이후 작년 12월 '원큐애자일랩(1Q Agile Lab)'으로 변경했다. 하나금융이 원큐애자일랩을 통해 육성한 유망 스타트업은 총 31개로 투자규모만 직접투자 20억원, 간접투자 60억원에 달한다. 
 
이밖에 농협금융은 'NH핀테크혁신센터' 우리은행 '위비핀테크랩'을 통해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성장하는데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기 위해 전문가 집단 조직을 꾸려 멘토링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투자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어주고 있다.
 
금융사들이 단순히 핀테크 기술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찌감치 스타트업 육성에도 나선 것은 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문화 조성을 강조해왔다"며 "특히 창조경제를 내세워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던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 금융사마다 핀테크 스타트업 지원에 나선 측면도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정부 정책기조에도 부응할 수 있는 셈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금융사마다 제공하는 핀테크 스타트업 업무 공간은 '창업 요람' 역할을 하며 협력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KB금융의 경우 개인 맞춤형 유학 중계 플랫폼 운영사업자인 '어브로딘'과 협업해 조만간 관련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KB국민카드와 어브로딘은 P2P 방식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연수기관과 유학생을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 어학연수 관련 카드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인공지능(AI) 전문 스타트업 '마인즈랩'과 협업해 KEB하나은행의 대화형 금융플랫폼 '하이(HAI)뱅킹' 서비스 개발에 합류해 관련 기술을 접목시켰다. 신한퓨처스랩 2기 출신 기업인 '파운트'는 신한카드와 AI 소비관리 서비스 '판(FAN) 페이봇'을 론칭해 카드결제 패턴을 자동으로 분석해 맞춤형 소비관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차량 직거래 플랫폼 '매너카', 차량워런티 서비스 애플리케이션 '트라이월드홀딩스'와 제휴계약을 맺고 '위비오토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 사무공간이나 테스트베드를 제공하는 것뿐만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넓히고 직·간접 투자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방식을 육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협업할 수 있도록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니즈가 스타트업에 전달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와 핀테크 스타트업이 호흡하고 머리를 맞댈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며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을 지속하는 한편 해당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을 높여 금융사와 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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