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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피하다 불에 탈 판…형식적인 서울시 대피 훈련
진눈깨비 내리자 흐지부지…시간 '반토막'에 집결 장소 이탈
2018-03-21 16:40:28 2018-03-21 16:40:28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청 직원들이 진눈깨비를 이유로 화재 안전 대피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서울시는 21일 제406회 민방위 날에 서울시청 본청사, 서소문청사, 시민청, 서울도서관에서 화재 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전 직원은 오후 2시 비상벨과 함께 대피 안내를 들은 후 본청사 앞에 있는 서울광장에 모인 뒤 소화기 사용 및 심폐소생술 실습 등 생활안전교육에 참여하기로 돼있었다.
 
다같이 신청사를 내려가던 직원 중 일부는 밖에 내리는 진눈깨비를 보고 멈칫하기도 했다. 서울광장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화기를 사용하고 소방호스로 물을 흩뿌리고 있었다.
 
직원 수백명 가량은 우산을 쓴 채로 교육을 지켜보거나, 직접 실습에 뛰어들었다. 이에 반해 나머지 인원은 자리를 뜬 후, 시민청 내부 혹은 시민청과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사 사이 지하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직원들에게 다가가 서울광장이 아닌 곳에 모인 이유를 물으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윤모씨는 "서울광장에 모여야 하긴 한데, 안내에 따라 여기로 내려왔다"고 둘러댔다. 공무원증을 목에 걸고 동료와 이야기하던 A씨는 "저는 공무원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며 줄행랑을 쳤다. 시민청을 배회하다 서울시 홍보 팸플릿을 읽던 B씨는 "아무래도 비가 와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직원들이 지하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시청을 찾은 시민들은 불편을 감수하고 있었다. 시민청에 있던 시민은 볼일을 보러 위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대기하고 있었다. '부모커뮤니티 오리엔테이션'이라는 시민 대상 행사는 원래 2시였지만 훈련으로 인해 2시30분으로 미뤄졌다.
 
진눈깨비는 직원들의 행동뿐 아니라 대피 훈련 시간에도 영향을 끼쳤다. 원래는 2시부터 2시20분까지 직원이 대피하고, 2시20분부터 2시40분까지 생활안전교육을 받는 일정이었지만, 실제로는 대피와 생활안전교육이 거의 동시에 진행돼 2시20분쯤 모든 일정이 끝났다.
 
서울시는 날씨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피 훈련 관계자는 "맑았으면 다들 서울광장에 있었을텐데, 날씨가 나빠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오후 제406회 민방위의 날을 맞아 실시한 서울시청 화재 대비 훈련에 참여해 소화기 사용을 실습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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