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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엇게임즈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환수, 한국 문화재 보존 앞장
프랑스서 개인 소장됐던 죽책, 문화재재단·문화재청과 경매 통해 매입
2018-01-31 16:31:30 2018-01-31 16:31:30
[뉴스토마토 정문경 기자]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던 중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됐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孝明世子嬪 冊封 竹冊·이하 죽책)'이 라이엇게임즈의 기부금을 활용한 매입 작업을 통해 우리나라로 돌아오게 됐다. 
 
라이엇 게임즈는 31일 서울시 종로구 세종로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언론공개회'를 진행했다.
 
죽책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되던 중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추정됐으나 프랑스에서 개인이 소장하던 중 지난해 경매에 나온 것으로 발견됐다. 이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재청 등 관련 기관의 강한 환수 의지와 라이엇 게임즈의 기부금 마련, 지원 노력 등 민관의 협력이 이루어져 죽책이 고국으로 돌아오게 됐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언론공개회 현장에 참석한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관장(왼쪽부터), 이승현 라이엇 게임즈 한국 대표,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 지건길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죽책 앞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라이엇게임즈
 
죽책은 헌종의 어머니인 신정왕후(1808-1890)가 효명세자의 세자빈으로 책봉된 1819년(순조 19년) 당시 수여받은 것이다. 죽책은 왕세자, 왕세자빈 등을 책봉할 때 관련 글을 대나무쪽에 새겨 수여하는 문서다.
 
외규장각의 물품 장부인 정사외규장각형지안(丁巳外奎章閣形止案, 1857년 제작)을 보면 죽책이 지난 1857년까지 강화도 외규장각에 소장돼 있었음을 알 수 있으나 지난 1866년 병인양요 때 불타 없어진 것으로 현재까지 추정됐다. 경매에 나왔을 당시 프랑스에서 이 문화재가 무엇인지 몰라 형편없는 가격으로 추정가 내왔다고 한다. 이번 환수와 함께 죽책은 국립고궁박물관에 기증돼 전시될 예정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역사학자 이태진 전 국사편찬위원장은 "지금까지 소실된 것으로 여겨지던 외규장각 소장 죽책의 귀환은 매우 반갑고 놀라운 사건"이라며 "조선왕실의 품격과 높은 문화수준을 보여주는 이 죽책의 발견을 시작으로 해외에 있는 소중한 우리 문화재의 발견과 귀환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과장도 "죽책은 152년 만에 돌아온 우리 문화재로 글의 쓰임새나 색인 형태 등이 전형적인 조선왕조의 형식을 띈 뛰어난 예술성을 지닌 조선왕실의 공예품"이라고 설명했다.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 사진/라이엇게임즈
 
이승현 라이엇게임즈 한국 대표는 "소실됐을 것으로 추정됐던 매우 흥미로운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의미 있는 문화재의 귀환에 라이엇 게임즈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여러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해 우리 문화유산 보호와 지원을 위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라이엇 게임즈는 2012년 문화재청과 문화재 지킴이 협약을 체결한 후 약 6년간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에 힘써 왔다. 현재까지 누적 43억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서울문묘 및 성균관과 주요 서원 3D 정밀 측량, 조선시대 왕실 유물 보존처리 지원, 4대 고궁 보존 관리 등 중요 문화유산에 대한 지원 프로젝트를 도왔다.
 
지난 2014년 1월에는 일제시대에 반출된 것으로 알려진 조선불화 '석가삼존도'를 미국으로부터 반환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지속적인 문화재 지원 노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최초로 문화유산보호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정문경 기자 hm082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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