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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기밀’, 우리가 지워야 할 모든 것이 담긴 묵직한 울림(종합)
2018-01-12 08:59:01 2018-01-12 08:59: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비리’ ‘적폐’로 규정된 모든 것을 볼 수 있었다. 영화 ‘1급기밀’은 연출을 맡은 홍기선 감독이 촬영 직후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사망하면서 개봉이 불투명했었다. 하지만 고인과 독립영화 시절부터 끈끈한 정을 이어오던 명필름 이은 대표가 후반 작업을 맡아 마침내 완성해 11일 오후 언론에 처음 공개됐다.
 
 
이날 서울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공개된 영화는 사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온 고 홍기선 감독의 이른바 사회 고발 3부작의 완결판이었다. 고인은 그동안 ‘이태원 살인사건’ ‘선택’ 등을 만들며 사회 문제의 ‘뜨거운 감자’로 주목 받던 문제적 사건을 스크린에 옮겨왔다.
 
이번 ‘1급기밀’은 국가란 이름으로 봉인된 내부자들의 은밀한 거래를 폭로하는 범죄 실화극이다. 1997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부 군무원의 전투기 부품 납품 비리 폭로, 2002년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 외압설 폭로, 2009년 MBC ‘PD수첩’에서 방송된 해군장교의 방산비리 폭로 등 실제 사건들을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번 영화의 후반 작업을 맡은 이은 대표는 “제작자의 부탁을 받고 후반작업의 진행을 맡았다. ‘1급기밀’은 홍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인이 끝을 못 내고 가신 게 독립 영화 때부터 함께한 후배로서 안타깝고 애틋한 마음에 함께했다”면서 “‘홍 감독님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란 생각으로 후반 작업에 임했다”고 전했다.
 
‘1급기밀’ 총괄 프로듀싱을 담당한 최강혁 프로듀서는 “고인께서 앞서 소개한 세 명의 실제 고발 내용을 영화로 담았다”면서 “함께 조사하고 내용을 담는 과정 안에서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두려웠다. 솔직하고 진실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며 완성시켰다”고 말했다.
 
영화 '1급 기밀' 중 한 장면. 사진/영화사 제공
 
군 내부고발자 ‘박대익 중령’을 연기한 김상경은 “방산 비리는 이전 정부를 넘어 이순신 장군때도 있었던 일이다. 그만큼 만연하지만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라면서 “방산비리에 대해선 처음 나온 영화라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의를 전했다. 이어 “감독님의 의도대로 극적인 드라마를 담고 있지만 오늘 처음 본 소감은 ‘다큐’적인 느낌이 강했다”면서 “이 모든 게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에 받은 느낌이다”고 말했다.
 
극중 박대익 중령을 도와 모든 비리를 폭로한 ‘기자 김정숙’을 연기한 김옥빈은 MBC ‘PD수첩’을 이끌었던 최승호 전 PD(현재 MBC 사장)을 만난 일화를 전했다. 그는 “해군 장교이셨던 김 소령님을 만났을 때의 느낌이 궁금했다”면서 “보도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 과정에 강한 압박도 많이 받았다고 하시더라”고 비화를 공개했다.
 
영화 '1급 기밀' 중 한 장면. 사진/영화사 제공
그는 용산 참사를 그린 영화 ‘소수의견’에서도 국가의 폭력을 고발한 기자로 출연한 바 있다. 김옥빈은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소수의견’도 촬영 완료 후 2년이나 지난 뒤 개봉했다. 하지만 이제는 세상이 바뀌지 않았나”라고 소신을 전했다.
 
영화 ‘1급기밀’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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