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 편편)‘민생적폐’ 청산도 서둘러야
입력 : 2017-11-15 06:00:00 수정 : 2017-11-15 06:00:00
우리은행은 지난주 2차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했다. 7일 본점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쳤고, 10일에는 지난해 신입사원 면접이 치러진 경기도 용인연수원이 수색을 받았다.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수사대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리은행만 수사대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금융권 전체가 의혹의 태풍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미 금융감독원의 이병삼 전 부원장보가 구속됐다. 금융당국은 14개 은행을 상대로 채용비리가 있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이다. 강원랜드와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한 20개 이상의 공공기관에서 비리의혹이 드러났거나 불거졌다.
 
그러자 정부는 채용비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전면조사에 나섰다. 지난 1일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대책본부가 출범했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경찰청 등에 신고센터도 마련됐다. 또 중앙과 지방의 1100여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전면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5년간 채용자를 전수조사한다는 것이다. 다분히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채용비리가 워낙 곳곳에서 불거지기에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정감사에서 답변하면서 “채용비리 의혹과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니 앞으로 어디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지 알 수 없다.
 
이들 공공기관은 흔히 ‘신의 직장’이라고 불린다. 급여나 복리후생 등 근무조건이 좋은데다 구조조정 등을 이유로 조기퇴직할 가능성도 작은 편이다. 따라서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그런 공공기관에서 저질러진 채용비리는 바로 ‘민생적폐’에 다름 아니다. 왜 민생적폐라고 해야 할까. 국가운영의 손발이 되어야 할 기관이 도리어 취업희망생과 그 가족 등 많은 국민의 삶과 꿈을 희생시켰기 때문이다. 더욱이 단순한 우발사고의 차원을 넘어선다. 워낙 많은 곳에 벌어졌으니 ‘민생적폐’라는 단어 외에 달리 어울리는 말이 없다.
 
민생적폐라고 할 만한 이유는 더 있다. 채용비리가 주로 유력 정치인이나 권력기관을 통해 저질러졌다는 사실이다. 강원랜드는 강원도 지역 국회의원의 청탁에 의한 비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의혹이 불거졌는데 검찰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제야 검찰이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옛 여당의 원내대표를 지낸 국회의원이 연루돼 재판까지 받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과 금융감독원 직원 등으로부터 추천받아 16명을 채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질적으로 더 나쁜 비리이다.
 
민생적폐는 요즘 청산작업이 진행중인 적폐청산과 비교할 때 어떻게 다른가. 현재 검찰과 국가정보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적폐청산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 의해 저질러진 권력 남용과 악용을 대상으로 한다. 대상이 비교적 선명하다. 따라서 청산작업의 기간과 대상이 그다지 길고 넓은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채용비리는 당장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더 광범위하다. 따라서 조사 기간을 내다보기 어렵다. 예상보다 훨씬 길어질 수도 있다. 전자가 ‘고강도 적폐’라고 하면, 채용비리는 ‘저강도 적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강도이기에 선명하지 않지만, 취업준비생들의 꿈을 짓밟고 국가경제를 암암리에 좀먹는다. 따라서 사실은 훨씬 더 나쁜 적폐라고 할 수도 있다.
 
사실 국민의 삶을 더 힘들게 하는 민생적폐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곳곳에서 ‘을’을 향해 자행되는 각종 ‘갑질횡포’를 우선 꼽을 수 있다. 중소기업과 가맹점에 대한 재벌과 가맹점본사의 갑질횡포를 비롯해 금융소비자에 대한 금융사의 ‘바가지금리’와 불완전판매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이런 민생적폐는 마치 우리 몸의 혈액순환을 가로막는 노폐물 같은 것이다. 이런 민생적폐를 그대로 두고는 대한민국 경제가 안정적으로 원활하게 성장하기 어렵다.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6개월을 막 넘겼다. 그동안 경제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여러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그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경제성장세와 국민의 경제심리가 개선되고 주가도 12% 넘게 올랐다. 이처럼 호전된 경제분위기를 더욱 개선하려면 고질적인 민생적폐가 우선 청산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성장세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러므로 정치적폐 못지 않게 ‘민생적폐’ 청산도 더욱 서둘러야 할 것이다.
 
차기태(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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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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