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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우리 개도 물 수 있다
2017-10-25 06:00:00 2017-10-25 06:00:00
'개와 친하면 옷에 흙칠을 한다'는 속담이 있다. 개는 사람과 친한 동물인데, 귀엽다고 같이 놀다보면 개가 흙 묻은 앞발을 들고 안기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옷에 흙이 잔뜩 묻기 마련이라는 뜻이다. '궂은 날 개 사귄 것 같다'는 속담도 맥을 같이 한다. 비가 와서 질척이는 날, 비를 맞으며 사방을 뛰어다니다 온 개를 보면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젖은 몸이 흙투성이가 됐으니 그럴 수 밖에 없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개가 반갑다고 뛰어오르는 것을 내버려 두거나 같이 반갑다고 껴안으면 옷은 형편없이 지저분해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최근 가수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이 유명 한식당인 한일관 대표 김모(53)씨를 물어 김씨가 6일 만에 패혈증으로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반려견 안전 관리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반려동물 돌봄 인구 1000만명 시대를 맞아 반려견에 의한 상해·사망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이 사건을 계기로 불안감이 분출하는 모양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애완견 물림사고 현황을 보면 2011년 245건에서 2016년 1019건으로 4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는 이미 8월까지 작년 한 해 건수를 넘는 1046건이 접수됐다.
 
문제는 이 사건 이면에 "우리 개는 안물어요"라고 착각하는 견주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있다. 반려견도 가족과 진배 없다고 생각하는 주인에게 개는 한없이 귀여운 아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개는 절대 사람을 헤치지 않는다는 '맹신'을 갖고 있는 주인들도 상당히 많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람보다 반려견을 중시한 나머지 어처구니 없는 사건·사고를 낸 경우도 부지기수다. 자신의 애완견에게 화를 내며 욕하는 남편과 말다툼을 벌이던 40대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아파트 집안에서 키우던 반려견에게 한 살배기 아이가 물려 죽고, 가족여행 기간 동안 애견호텔에 맡긴 반려견이 다른 반려에게 물려 죽자 복수심에 반려견을 죽이는 사건도 있었다. 모두 '엇나간' 반려견 사랑의 참혹한 결과다.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주무부서인 농림축산식품부가 부랴부랴 반려견 안전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목줄과 입마개를 하지 않은 반려견을 공공장소에 데려오면 과태료를 지금보다 5배 많은 50만원까지 물리고, 개 물림으로 인명 사고가 나면 주인에게 책임을 묻도록 한다는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처럼 사태가 커질 때까지 수수방관했다가 이제서야 수습하려는 모양새라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 영국이 1991년 '위험한 개 관리법'을 별도로 만들어 맹견을 강도 높게 규제한 것과 비교해도 허술하기 짝이없다.
 
맹견의 정의도 불분명하다. 최시원 가족의 반려견인 프렌치불도그는 동물보호법상 맹견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또 맹견 범위 안에 있다 할지라도 사람마다 느끼는 '맹견'은 제각각 다를 수 있다. 누군가에게 한없이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운 존재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속담처럼 궂은 날 뛰어노는 개가 주인의 옷만 망가뜨릴 뿐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우리 개도 물 수 있다'는 주인의 인식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사람과 반려견을 동시에 보호할 수 있도록 더 구체적이고 확실한 방향으로 동물보호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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