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불공정거래 근절, 방향 공감…"경영 타격" 우려
"인건비 분담, 결국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것"
입력 : 2017-08-14 06:00:00 수정 : 2017-08-14 0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강도 높은 '유통갑질 근절 대책'에 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유통업계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보복'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새 정부 들어 입지 제한과 의무 휴업 등 대형 유통시설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불공정거래 개선에는 공감하지만 경영에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일부 대책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정위가 13일 발표한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 방안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판매수수료 공개대상 확대, 납품업체 종업원 인건비 분담의무 신설 등 전방위적인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이 담겨 있다. 이 같은 대책이 대형마트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볼멘 소리들이 흘러나왔다.
 
공정위는 연내에 판매매수수료 공개대상을 기존 백화점·TV홈쇼핑에서 대형마트·온라인쇼핑몰까지 확대키로 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영업기밀을 공개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영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백화점은 원래 공간을 마련해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 곳이지만 대형마트는 도매로 물건을 사와서 판매하는 소매상의 일종으로 수수료는 영업기밀에 해당한다"며 "물건을 싸게 들여오는 건 개별 회사의 역량인데 이를 공개해 똑같이 가라는 것으로 결국에는 가격경쟁이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형마트의 경우 수수료 매출이 전체의 20% 이하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직매입 구조로 상품이 판매되기 때문에 실제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유통업계에서 더 우려스러워 하는 부분은 납품업체 종업원의 인건비를 분담하도록 한 부분이다. 공정위는 납품업체 종업원을 사용하면 유통업체도 이익을 보는 만큼 인건비를 이익을 얻는 비율만큼 나눠서 분담하도록 했다. 이익비율 산정이 어려울 경우 절반씩 인건비를 부담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당장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부분으로 결국에는 인력감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형마트 한 곳에는 평균적으로 70명 안팎의 납품업체 종업원이 상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신제품 프로모션 등을 단기 파견되는 종업원도 적지 않다. 납품업체마다 마트에 파견한 종업원의 고용상태(정규직 여부)와 연봉 등이 모두 다르다. 공정위의 발표 내용대로 인건비의 절반을 분담해야 한다면 추가비용이 얼마나 될지 추산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현재는 프로모션 등을 진행할 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행사를 대체로 허가했지만 앞으로는 지금처럼 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상주 파견인력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에 인력이 감소할 경우 결국에는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호대상인 납품업체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마트나 백화점 쪽에서 사람을 보내달라고 지시하거나 강제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시식행사 등 판촉을 못하면 식품업체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업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새로 만들려면 성장을 해야 하는데 자꾸 규제만 강화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내년 공정위의 집중점검 대상이 된 TV홈쇼핑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등도 긴장하고 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이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도 관리·감시를 받고 있는데 규제기관이 늘어나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이나 소셜커머스 등 온라인 유통업체는 이번 대책과 관련해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픈마켓 등은 이미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공개하고 있다. 수수료율 자체도 낮은 편으로 전 업계의 수수료가 공개되면 오히려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대형유통업체들도 모두 직영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도 오픈마켓과 동일하게 외부업체도 입점시켜 수수료를 받고 있어 이 또한 오픈마켓 영역까지 동일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미 대형 업체들은 온라인 매출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식품 브랜드 판촉매대 앞을 소비자들이 지나고 있다. 사진/롯데마트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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