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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민주당 '혁신위'는 무엇을 '혁신'할까?
2017-07-31 06:00:00 2017-07-31 06:00:00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자리가 아직 비어있지만 내각 인선 뿐 아니라 임명도 사실상 마무리 됐다. 우여곡절 끝에 추경예산도 통과가 됐다. 인수위 맞잡이나 다름없던 국정기획자문위는 활동을 종료했고 100대 국정과제를 내놓았다.
 
경제, 안보, 에너지 문제 등 난제가 수두룩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일거리’다. 예컨대 사무실이 완비 되지 않아서, 인터넷 망이 아직 안 깔려서, 프린터 연결이 미비해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환경은 벗어났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아직 일할 준비가 미진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는 지난 28일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취임 1주년이 돼 가는데 지금까지는 국민의 힘으로 정권교체가 됐다. 이제 당이 물그릇을 키워서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하자는 것”이라며 민주당 혁신위 구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오늘 최고위에서 최재성 전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하겠다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혁신위에서 지방선거 후보 경선 방식 변경 문제 등과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등도 논의될 수 있다’는 말도 들렸다.
 
“내정했다”와 “내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고 “논의하겠다”와 “논의될 수 있다”의 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추 대표의 의중이 어디에 실려 있는지 읽어내긴 어렵지 않다.
 
추 대표는 최재성 전 의원에 대해 “3선의 경험이 있는 중진의원으로 지난번 안철수, 박지원 의원 등이 탈당하며 당이 휘청거릴 때 권리당원 가입을 호소해 많은 권리 당원들이 들어오게 했었다”고 설명했다. 최 전 의원은 권리당원 가입을 호소했을 뿐 아니라 현행 권리당원 시스템을 기획하고 설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최 전 의원이 주도한 권리당원 시스템으로, 입당 문턱을 확 낮춰 당 밖의 지지자들을 당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에 ▲분당 국면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을 수 있었고 ▲총선 승리의 기반을 만들었고 ▲대선 경선 흥행과 본선 승리의 발판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인색한 평가를 내릴 필요는 없다.
 
반면 노선이나 명분과 별개로 주류의 흐름에 반하거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면 여지없이 문자폭탄 세례를 받게 되는 흐름의 시발점인 것도 분명하다.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당은 당원의 뜻대로 움직여야 되는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의 기적’이래 정당의 공직 후보자 선출에 일반 국민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큰 흐름이 된지 오래지만 그 자체가 지고지선한 것도 아니다. 예측불가능성이야말로 한국 정치에서 유일하게 예측가능한 것이듯, 거의 모든 정당들은 큰 선거를 앞두고 조금씩 공천 방식을 손봤다. 이번 지방선거라고 해서 다를 이유도 없다.
 
하지만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 안보경제사회 등 현안이 산적한 문재인 정부의 첫 정기국회를 앞두고, 지지율도 괜찮고 일소해야할 구태 세력이 눈에 띄는 것도 아닌 여당이 ‘혁신위’까지 꾸려야 하는가? 청와대와 정치권이 함께 약속한 개헌과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의 장이 열리는데 여당 지도부가 지방선거를 거의 일년 앞두고 지방선거 공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가?
 
최근에는 청와대 참모로 자리를 옮긴 전직 의원들이 소재한 지역위원회가 줄줄이 사고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면 조직강화특위도 구성되고 새 지역위원장도 공모될 것이다. 좌 혁신위 우 조강특위라면 민주당은 대표의 구심력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정권 초, 주류의 지원으로 선출된 대표, 당청 관계 등 다양한 함수가 있지만 ‘힘 센 대표’, 그 자체는 나쁜 일도 아니고 좋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궁금증은 가시지 않는다. 왜? 지금 추 대표 힘이 약해서 못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힘을 키워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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