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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안경환 파동, 40대 장관으로 돌파하라
2017-06-19 06:00:00 2017-06-19 06:00:00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가 당장 문재인 정부의 본질적 위기로 연결되진 않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좀 조정될 가능성은 있지만 어차피 85% 수준을 계속 유지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거꾸로 야당들은 호기를 만난 양 하지만 본질적 반등의 기회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 전열이 정비된 것도 아니고 비전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리더쉽이 나타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번 사태의 본질은 무엇일까? 검찰과 법무부 개혁을 비롯한 적폐청산에 대한 야당과 언론 카르텔의 저항이 불거진 것인가? 여권 안팎엔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좀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인식이 확산된다면, 그게 바로 위기다. 위기는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출발하기 마련이다.
 
안 전 후보자 낙마의 큰 원인 중 하나는 ‘몰래 혼인신고’ 사건이다. 오전엔 해명기자회견, 밤에는 자진 사퇴 의사가 나온 지난 16일에 주목해야 할 점 중 하나는 청와대와 안 전 후보자의 말이 다른 대목이다. 안 전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 후보 지명 후 사건에 대해 설명했다고 주장한 반면, 청와대는 언론 보도 이후에야 알았다는 입장이었다. 청와대는 그 다음날에도 여당 의원들에게 조차 “정말 그건 몰랐다. 본인이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었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몰랐다’고 하는 와중에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70년대에는 여성의 이혼 기록을 남기지 않기 위해 그런 식(혼인 무효 소송)으로 처리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는 ‘순애보적 소설’을 기자들에게 유포하기도 했다 .
 
또한 여당 지지자들은 “야당 의원이 그걸 어떻게 알았나? 검사 출신 의원이 불법적으로 대법원에서 유출하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전직 의원이 가세해 불을 지폈다.
 
하지만 청와대가 국회에 보낸 인사청문요청서에는 안 전 후보자 일가의 제적등본이 포함되어있었고 그 안에 ‘1976년 4월 서울가정법원의 김ㅇㅇ와의 혼인무효 확정’이란 내용이 명기되어 있었다. 야당 의원이 이를 토대로 국회 전산망을 통해 공식적으로 법원행정처로부터 판결문을 제출받은 것이다.
 
요컨대 안 전 후보자 본인의 도덕성 문제를 떠나, 청와대는 무능했고 여당은 뒷다리를 긁고 있었으며 야당 의원은 눈이 밝았던 것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중심에 둔 대치전선과는 성격과 양상이 판이 하게 다르다는 이야기다.
 
계속 ‘좋은 사람을 낙마시킨 정도의 건이 아니다’ ‘본인이 말 안하는데 어떻게 알겠나’ ‘시스템엔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아니 백번을 양보해 밖으론 그렇게 말할 순 있을지 모르겠다만, 인식한다면 생각보다 위기가 빠르게 닥칠 것이다.
 
당장에 남은 인사청문회부터 그렇다. 예컨대 조대엽 후보자의 경우, “안경환 보다 더 하다” “안경환 다음 타자다”라는 이야기가 새삼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학생 지도하느라 술먹었다”는 주장이 “그래서 음주운전 했다”는 팩트에 대한 해명인지도 모르겠고 주장 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이야기가 들리는 상황이다. 사외이사, 경영참여 논란이 있는 회사 문제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이 두 사람의 내정은 관료나 정치인, 탕평 차원의 인사가 아니라 대통령과 손발이 맞는 인사를 전진 배치시킨 성격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잘못되면 대통령에게 미치는 영향도 더 크고 여권 내에서도 입을 비죽거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코드 인사’ 자체가 문제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히려 더 혁신적이어야 한다. 단적인 예로 아직까지 40대 장관 한 사람도 내정되지 않았다. 청와대도 그렇다. 전직 재선 의원이 1급 직위인 비서관을 맡은 것은 미담이라기보다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고 있지 않은가?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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