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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참사에 노동시간 단축 요구 확산
노동자 생명에 시민 안전까지 위협…"법정 근로시간 준수" 촉구
2017-07-17 18:27:57 2017-07-17 18:27:57
[뉴스토마토 구태우기자]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다.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의 생명은 물론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 참사로 이어지면서 대책 마련에 대한 노동계의 요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7일 양대 노총과 전국우체국노조 등에 따르면 이달에만 장시간 노동으로 2명의 노동자가 숨지고, 시민 2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9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설치기사로 근무하던 김모씨는 에어컨 설치 도중 쓰러졌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튿날 오후 숨졌다. 사망 원인은 패혈증으로, 민주노총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김씨가 장시간 노동으로 인해 과로사했다는 입장이다. 
 
특수고용직인 김씨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소속으로 경기도 광주와 성남지역에서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설치했다. 지회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8일에도 한 차례 쓰러져 응급실에서 휴식을 취한 뒤 퇴원했다. 김씨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하루 평균 13시간 이상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에어컨 설치 작업이 몰리는 성수기에는 휴일도 없이 근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6일에는 안양우체국에서 집배원으로 근무하던 원모씨가 근무지 앞에서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에 뿌린 뒤 분신했다. 원씨는 8일 숨졌다. 안양지역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배달 물량이 급증, 집배원들의 노동 강도가 세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숨진 집배원 9명 중 7명이 과로사였다는 게 노조 주장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조사 결과 집배원 1인당 연간 노동시간은 2888시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가 2014년부터 지난해 4월까지 집배원의 초과근무 세부내역을 분석한 결과다. 
 
장시간 노동이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서울방면 광역급행버스와 차량간 7종 추돌사고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버스기사인 김모씨는 전날 18시간 이상 근무를 하고 이튿날 오전 6시에 출근해 졸음운전을 했다. 노동계는 장시간 근무가 초래한 참사로 보고 있다. 2015년 한국노총 자동차노련과 김형철 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가 '운전 중 졸림 정도(KSS)'를 분석한 결과, 경기도와 광주시에서 근무하는 버스기사는 평균 5.106점으로 나타났다. 5점 이상이면 약간 졸린 상태로 졸음운전을 할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 버스기사의 대다수는 일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이은 사고에 노동계는 근로기준법을 개정,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법정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준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는 고용노동부가 행정해석을 통해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정해,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8시간의 연장근무를 할 수 있다. 법정 근로시간이 68시간으로 늘어난 셈이다. 이와 함께 근로기준법 59조를 개정, 근로시간 특례업종의 축소를 요구했다. 현재는 운수·금융보험 등 26개 업종이 특례업종에 해당돼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한국노총은 "장시간 노동과 피로에 노출되면 언제든 대형사고는 재연될 수 있다"며 근로시간 특례업종 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우체국노조는 이날 집배원 원씨의 사망원인과 장시간 근로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삼성전자 서서울물류센터가 에어컨을 배송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구태우 기자 goodtw@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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