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고은기자] 다음달 초 세제개편안 발표로 시작될 문재인 정부의 첫 예산전쟁을 앞두고 원내정당 모두가 참여하는 재정운용방향 토론회가 개최됐다. 정부의 핵심성장전략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여야 간 인식차가 재확인되면서 예산전쟁의 예고편 격인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이어 내년도 본예산 심사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2017 나라살림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의 주제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의 역할', '복지향상과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 등으로 여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와 정부 관계자, 학계 전문가 등이 토론에 나섰다.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기본적으로 일자리는 민간에서 만들어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올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로 나왔다. 하지만 취업유발계수가 낮은 수출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면서 '성장하면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단기적으로 정부가 (일자리 창출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6월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에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 지원 예산과 함께 소방 등 안전·복지분야 공무원 1만2000명 증원 예산을 담았으며,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동안 공무원 17만4000명 등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했다. 재정투입을 통한 소득기반 강화로 성장을 제고시키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야당은 이에 '앞뒤가 바뀐 얘기'라며 반박했다. 예결특위 위원인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일자리는 일거리의 파생상품이다. 일거리가 없는데 일자리를 만들려니 한 사람이 할 일을 둘로 쪼개고 세금으로 채용하자고 한다"며 "정부는 확장적 재정기조를 유지하되 경제활성화와 활성화된 경제를 일자리로 이어주는 고용친화적 제도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정부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 이후 다양한 고용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근로시간을 강제 단축하고 고용비용을 더 올리면 기업은 자동화로 대응할 것"이라며 "소득주도성장론은 검증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무원 수 증원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도드라졌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예결위 간사)은 "재정건전성은 통제적 관리가 필요하다. 재정지출이 매년 거의 5%씩 급상승하고 있는데 경직성 높은 예산의 경우는 특히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국가의 장래를 위해 공무원 일자리 늘리기는 절대 허용해서 안 된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예결위 간사) 역시 "공무원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 가진 사람 세금 늘린다고 하니까 그러려니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추경에서는 어느 정도 절박함을 (감안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추려서 심의하겠지만 본예산에서 당초 이야기한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 문제로 들어가면 그리 간단하게 봐서는 안 될 문제다. 감당하지 못할 재정수요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 김용신 정책위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을 보면 전체 일자리에서 공공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3년 기준으로 21%인데 반해 우리는 7.6% 수준"이라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재정 역할에 동의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예결위 간사)은 "과거정부가 낙수효과를 통해 일자리도 만들고 소득도 분배하자는 정책을 폈는데 전혀 효과가 없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좋은 일자리를 통해 가계소득과 소비를 확대하고, 내수를 확대해 건실한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고 설득에 나섰다.
윤 의원은 "추경에 포함된 공무원 1만2000명 증원과 관련해 지난 정부에서 이미 2만명 증원 계획이 있었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긴급하게 하자는 것이다. 군 부사관도 이명박 정부에서 2022년까지 2만7000명 증원하기로 했는데 1만3000명밖에 충원이 안 돼 이번에 더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학계에서는 장기적 시계에서 보다 세밀한 제도 설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저출산 문제가 1995년부터 발생했는데 이때 출생한 인구가 노동시장에 투입되는 2020~2030년경에는 노동수요와 공급의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초과노동공급상태가 일정 기간 유지된 후 자연적으로 다시 조정되는 것"이라며 "향후 12~13년간 초과노동공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민간부문의 노동수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복지 서비스와 일자리 창출의 결합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에 의해 창출되는 일자리가 40~50만개고, 노인요양도 민간부문 일자리로 분류되지만 사실 재정이 만든 것"이라며 "정부의 복지확대 기조와 맥을 같이하면서, 단순하게 공무원을 늘리는 개념이 아니라 복지서비스 일자리를 늘려 고용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4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2017 나라살림 토론회'를 개최하고 바람직한 국가재정운용방향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 학계의 의견을 모았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고은 기자 atninede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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