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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면세점 애초 '안될 장사' 무리수 둬 결국 추락
면세점업계 치킨게임 언제까지…무리한 참여가 부메랑으로
2017-07-04 06:00:00 2017-07-04 06:00:00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무리한 출혈 경쟁을 벌이던 면세점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표면으로 내세운 원인은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이지만 속내를 보면 무리한 사업확장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발등을 찍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하 한화면세점)은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을 오는 8월31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드 보복조치로 제주도를 찾는 유커가 급감하면서 임대료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한화면세점이 제주공항에 납부하는 임대료는 연간 250억원이다. 하지만 현재 매출액은 월 기준으로 20억원이 되지 못한다. 매출을 그대로 집계해도 임대료가 안나온다. 
 
제주공항의 면세점 임대료가 원래 이렇게 비쌌던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롯데면세점이 연 100억원 수준의 임대료를 지불했으나 2014년 한화가 사업권을 따오기 위해 임대료를 두배 이상 올렸다. 중국인의 제주여행이 이어질 때에는 비싼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겨우 운영이 될 수준이었지만 사드까지 더해져 현재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실적을 보면 제주공항에 들어가기 위해 지른 임대료가 처음부터 무리였음을 알 수 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면세사업과 백화점사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제주공항의 면세점을 가져온 2014년 실적을 보면 면세사업의 영업이익은 1조3000억원, 매출액은 332억원에 불과했다. 제주공항 임대료를 빼면 매출액이 남는 게 없는 수준이었다.  
 
지난해 기준 면세사업부 실적은 매출액 1491억원, 영업손실 438억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매출까지 잡아먹는 구조다. 시내면세점의 영업난까지 보태며 손실은 예상된 결과로 돌아왔다. 유커가 많이 찾을 때 제주공항 면세점이 흑자를 냈다고는 하지만 현재로서는 사드 사태가 끝날 때까지 버틸 체력이 부족하다. 끝난다 해도 영업이익이 미미하다.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제주공항점. 사진/한화갤러리아
 
국내 최대 면세사업자인 롯데면세점도 높은 공항 임대료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3기 사업권을 3조6100억원의 총 임대료에 낙찰받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의 연간 매출액(2조1000억원)보다도 높은 금액이다.
 
총 임대료를 5년동안 나눠서 내는 구조로 보통은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첫 해에는 적게 내고 뒤로 갈수록 임대료를 많이 내게 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낸 임대료는 약 4500억원으로 전체의 8분의1에 불과하다. 사실상 사업 3년차에 접어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상된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사드사태 이전 대비 30% 가량 줄어든 상태다. 최근에는 팀장급 이상 임·직원 40명이 연봉을 10% 반납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이에 롯데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인천공항공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임대료 인하는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내용인데다 추후 정당한 수입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금 추징을 당하거나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면세점업계가 이같은 어려움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과열경쟁'에 있다. 국내 면세점 시장은 2012년 약 6조원에서 지난해 약 12조원으로 4년만에 두배 가까이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자가 범람했다. 올 연말께 문을 여는 곳까지 합하면 서울에만 13곳의 시내면세점이 있다. 유커에게 크게 의존하는 국내 면세시장 특성상 시내면세점이 늘어날 수록 공항면세점의 매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공항 사업을 접은 한화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을 두고 '먹튀'라는 비난까지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은 2015년 영업적자를 이유로 김해공항에서 철수하며 업계에서 처음으로 공항 사업권을 반납한 바 있다. 이 두 회사는 2015년 서울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규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면세점 운영경험'을 만들기 위해 공항면세점에 무리하게 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면세점에) 필요할 때 들어가고 필요없다고 빠지는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시장 전반이 흐려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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