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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김선희 vs '남양' 이원구…자존심 건 '한판'
내실 다진 '재무통'과 위기 극복한 '구원투수'간 대결 주목
2017-06-29 06:00:00 2017-06-29 09:05:26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영원한 맞수' 매일유업(267980)남양유업(003920)이 유업계 불황 속에서도 선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두 기업을 이끄는 CEO들의 대결도 주목받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과 이원구 남양유업 사장은 지난 2014년 대표이사직에 오르며 나란히 취임 3년째를 맞았다. 모두 전문경영인의 능력을 뽐내며 오너들의 두터운 신임 아래 회사를 키워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김선희 사장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의 사촌 여동생이지만 김 회장이 공을 들여 영입한 '전문경영인'이기도 하다. 실제 김 회장은 '재무통' 출신인 김 사장이 매일유업의 내실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삼고초려 끝에 회사로 영입했다. 2009년 10월 매일유업에 첫발을 디딘 김 사장은 입사 당시 매일유업 지분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주식도 자사주로 받은 34주가 전부다. 이에 매일유업 안팎에서도 '오너일가 경영인'이란 시각보다 빼어난 '전문경영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 사장은 연세대 불문과와 미네소타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UBS, 크레디트 아그리콜 은행, 파리바 은행, 씨티은행 등에서 잔뼈가 굵은 '재무전문가'다. 김 회장이 2006년 부친인 고 김복용 매일유업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아 외식사업 등 사업을 확장해나갔다면, 김 사장은 매일유업 입사 당시 재경본부장을 맡으며 경영효율화를 주도해나갔다.
 
우유사업에선 제품군을 세분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중국기업과 합작을 통해 분유 수출을 확대했고 흰우유 수출도 성공했다. CJ출신 조성형 부사장 등 외부인사를 대거 영입해 매일유업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주력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사장이 매일유업의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한 결과 매일유업은 지난해 상반기 창사이래 처음 국내 유제품업계에서 서울우유를 제치고 매출 1위에 올라섰다. 그가 대표 자리에 오른지 2년반 만의 일이었다. 우유 시장의 후퇴 속에 이뤄낸 성과여서 더욱 각별했다.
 
김 사장은 올해도 외식사업의 도약을 이끄는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재계에서도 소문난 미식가인 사촌오빠 김정완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도 김 사장이 외식사업을 키우는 든든한 동력이 될 전망이다.
 
매일유업과 대결구도를 형성한 남양유업엔 이원구 사장이 존재감을 발휘 중이다.
 
그는 지난 2013년 이른바 '갑질 논란'의 여파로 김웅 대표가 물러난 뒤 위기에 빠진 남양유업의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전문경영인이다.
 
이 사장은 청주고, 청주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83년 남양유업에 입사해 32년간 회사를 지킨 정통 '남양맨'이다. 2007년 임원(상무)이 된 뒤 경영지원본부장, 총괄수석본부장을 거쳐 지난 2014년 3월 사장에 취임했다.
 
그는 대표이사 취임 후 대리점 막말 파문 여파로 인한 불매 운동으로 떨어진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회사의 운명 역시 사실상 이 사장의 손에 달려있는 상황이 지속됐다.
 
취임 초기엔 악화된 소비자 여론과 유업계 극심한 불황까지 겹치며 이렇다할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 이에 이 사장은 어려움을 타개할 해결책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결단했다. 판촉비와 마케팅비를 대거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는 방법으로 위기를 넘겨보겠다는 의도였다.
 
지난해엔 '전 직원의 영업화'를 주문하며 실적 고삐를 바짝 죄었다. 영업직원뿐만 모든 직원들이 영업 현장을 알아야 실적 악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판단하에 현장에서 새롭게 영업 전략을 세우라는 취지였다. 이에 전 직원들이 남양유업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유통업체 등의 현장을 돌면서 매일 새로운 전략을 구상하고, 이를 영업과 마케팅에 반영했다.
 
이 사장의 이같은 노력은 결국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졌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1조2392억원, 영업이익 418억원, 당기순이익 372억원을 기록했다. 이익의 규모는 미약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두배 이상 성장하는 성과를 거뒀다.
 
업계 관계잔는 "우유 소비 부진 등 업계 불황이 지속되는만큼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CEO들의 능력이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라며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의 CEO들이 각자 다른 전략과 스타일이지만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며 회사를 안정 궤도로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희 매일유업 사장(왼쪽)과 이원구 남양유업 사장. 사진/각 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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