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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기자)플랫폼 비즈니스, 여전히 ‘블루오션’
교육·의료·금융 등 기존 산업 변화 초읽기…한국 기업 글로벌 경쟁력 높여야
플랫폼 레볼루션|마셜 밴 앨스타인 외 2명 지음|이현경 옮김|부키 펴냄
2017-06-22 08:00:00 2017-06-22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플랫폼이 전 세계인들의 삶 곳곳에 침투하며 비즈니스 판 자체를 뒤바꾸고 있다. 오늘날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의 자동차에 올라 타고(우버), 남는 방으로 낯선 이들을 맞아 들이며(에어비앤비), 반려견을 낯선 이들의 집에 맡기고(로버), 낯선 이들의 식탁에서 식사를 한다(피스틀리).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위험하고 이상하게 여겨졌을 이런 행동들이 어떻게 우리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가 됐을까. ‘플랫폼 레볼루션’의 저자인 마셜 밴 앨스타인 미 보스턴대 교수, 제프리 파커 미 다트머스대 교수, 상지트 폴 초더리 플랫폼싱킹랩스 설립자는 오늘날 전 세계의 수많은 플랫폼 기업들을 헤짚고 다니면서 그 비결을 찾아나선다.
 
저자들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들의 성공 핵심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여 '상호 작용하는 공간'을 열어주는데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 사용자들끼리 상품이나 서비스를 교환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지, 관리한다. 참여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거래 규모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초기에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를 ‘끌어 들이도록’ 유도한다.
 
사례는 오늘날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공한 여러 기업들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는 탑승객이 운전자를, 운전자가 탑승객을 서로 플랫폼으로 끌어 들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앱 개발자들과 소비자, 에어비앤비는 호스트와 게스트가 서로를 끌어 들이게 한다. 저자들은 “플랫폼의 한쪽 면의 참여자들을 불러오면 자석처럼 다른 쪽이 따라 온다는 ‘양면 네트워크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용자들이 점점 늘면 ‘규모의 수요’가 발생해 경쟁업체들이 따라 잡기 힘들어진다. 동시에 플랫폼 업체들은 점차 비즈니스를 정교하게 만들어 간다. 알고리즘이나 필터 장치, 큐레이션 방식 등을 도입해 제대로 된 정보만 걸러내고 사용자들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게 한다. 성공가도를 달리는 업체들은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참여자들의 다양한 상호작용을 축적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확장이 전통적인 산업 구조를 재편하면서 ‘세상을 먹어치우는 파괴력’을 드러낸다는데 있다. 가령 페이스북은 여러 가지 사업을 하는 하나의 '채널'이 됐다. 사용자들은 뉴스피드로 친구들의 상태를 살피는 것 외에 정기적으로 콜렉팅된 뉴스를 읽고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듣고 동영상을 본다.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중간 중간에는 다양한 형태의 광고들을 비치해 연간 140억달러의 수익을 올린다.
 
우버의 경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차량 산업으로 전통적인 택시 산업을 잠식하고 있다. 이미 120만달러가 넘던 뉴욕시 택시면허 가격은 30만달러 가까이 떨어졌고, 세계 대도시의 택시 기사들은 시위를 하며 택시 산업의 종말을 예상하고 있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우버에 자율주행 기술이 결합되면 자동차 관련 산업부터 주차공간과 관련된 부동산, 물류까지 전 산업 영역을 뒤바꿔 버릴 것이라 전망한다. 그들이 정의하고 그리는 ‘플랫폼 혁명’의 모습들이다.
 
저자들은 선도적인 몇몇 업체들을 중심으로 플랫폼 혁명이 이뤄지고 있지만 시장에는 아직도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본다. 일반인들의 진입장벽이 높았던 전문 영역이나 1, 2차 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 영역들에서조차 점차 플랫폼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하버드대 등 미 유명 대학에서는 온라인 공개강좌(MOOC)를 대중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학비가 없는 일반인도 세계 최고의 강의를 '뷔페 음식을 맛보듯' 들으며 학위까지 딸 수 있다. 대학은 최고의 인재를 얻고, 학생은 최고의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셈이다.
 
의료분야에서는 애플의 헬스 킷을 중심으로 웨어러블 피트니스 기기들과 앱들이 미래 의료 혁명을 이끌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외에도 사용자 개인의 재정 상태, 문제점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주는 민트,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법률 전문가들을 조합해 법률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엑시엄로, 관개업자들과 농부를 연결시켜주는 워터파인드. 웨어러블로 사업을 전환해가는 나이키와 사물인터넷으로 진입하는 GE, 지멘스 등을 사례로 든다.
 
미래 산업계의 변화를 주도해가는 플랫폼 혁명 시대에 우리 나라는 어떤 단계에 와 있을까. 안타깝게도 저자들은 한국어 출간을 기념한 서문에서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세계적인 플랫폼으로 성장해가는 중국의 위챗,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비교해 경쟁력 면에서 크게 뒤쳐지기 때문이다.
 
그들은 “최근 중국을 필두로 인도, 일본 등지에서 시작된 신세대 아시아 플랫폼들이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해 가고 있다”며 “한국의 플랫폼 기업들도 이제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와 LG전자, SK텔레콤 등 구체적으로 기업들을 거론하며 “전통적인 파이프라인의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플랫폼 혁명에 반드시 대비하라”고 조언했다.
 
'플랫폼 레볼루션'. 사진제공=부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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