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해결 넘어 인권으로…서울시 '먹거리 기본권' 선언
박원순 시장 “도농 상생 먹거리 모델 만들 것”
자치구·지자체 공공조달시스템 구축 등 3329억 투입
입력 : 2017-06-20 15:37:57 수정 : 2017-06-20 15:37:57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서울시가 먹거리를 소비재가 아닌 모든 시민이 누려야할 공공재로 인식하고 먹거리 차별을 없애는 정책을 시행한다. 먹거리를 단순히 배고픔을 해결하는 음식이 아니라 시민이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권리로 선언했다.
 
시는 20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하고 서울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박원순 시장은 “먹거리 문제를 건강과 안전뿐 아니라 복지·상생·환경 같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망으로 보고 생산-유통-소비 모든 단계를 아우르는 방향으로 먹거리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오는 2020년까지 도농상생공공급식(1278억원), 취약계층 먹거리지원(227억원) 등 332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2015년 국민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로 먹을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가구가 18만 가구·50만명으로 나타났다. 물가는 해마다 가파르게 올랐지만, 1인당 최저 급식단가는 1745원으로 20년째 바뀌지 않았다. 시는 “먹거리 기본권은 시민 누구도 경제적 형편이나 사회·지역·문화적인 문제로 굶으면 안 된다는 선언이다.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접근하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시는 812억원을 투입해 2019년까지 25개 자치구와 직거래가 가능한 지자체를 1:1로 연결해 친환경 식재료 공공조달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5~7단계인 현행 유통시스템이 생산자-유통(자치구 공공급식센터)-소비자로 단축될 전망이다. 배송비는 낮추고 급식의 질을 높이며 농촌의 판로는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친환경 식재료는 어린이집·지역아동센터 등에 공급된다. 최근 1호 협약을 맺은 강동구-완주군 사례를 보면 강동구 공공급식센터로 공급된 식재료 가운데 친환경 농산물 비율은 57%까지 올랐다. 현재 친환경 식재료를 절반 이상 구매하고 있는 어린이집이 22%, 지역아동센터는 13% 수준이다. 시는 이들 기관의 친환경 식재료 사용 비율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20일 오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먹거리 기본권 선포식이 열렸다. 사진/서울시
 
쌀은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라면 등으로 끼니를 때우는 먹거리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 시스템도 구축된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과 연계해 영향상태 위험도가 높은 65세 이상 어르신 6000여명을 찾아 임상영양사가 관리한다. 중위소득 80% 이하 가구 중 먹거리 지원이 필요한 2만 가구를 선별해 밑반찬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식품바우처를 지원한다.
 
시는 청소년 식생활에도 개입해 먹거리 대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편의점·극장 등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시설에서 파는 음식의 나트륨·당 함량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탄산음료 등 판매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과일·채소를 구입할 수 있는 ‘과일자판기’는 2020년까지 구청·지하철 역사 등 50곳에 설치될 계획이다.
 
잔류농약 검사항목을 285종에서 340종으로 늘리는 등 먹거리 안전도 강화된다. 안전성이 의심되는 식품을 시민이 직접 검사 청구할 수 있는 시민검사청구제는 기존 5인 이상 공동신청에서 단독신청으로 청구자격이 완화됐다.
 
박 시장은 “먹거리 기본권 선언은 먹거리를 소비재가 아닌 공공재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먹거리 기본권을 선언하고 먹거리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사진/서울시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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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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