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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정유라 불구속 기소' 가능성
핵심 혐의 기각…뇌물 등 추가 혐의 소명 어려워
2017-06-05 03:00:00 2017-06-05 03: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정유라씨에 대한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검찰이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범죄 소명이 가장 확실한 혐의를 앞세웠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기 때문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는 지난 2일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이대 학사비리’ 혐의(업무방해)와 청담고 재학시절 허위 출석 혐의(의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등을 범죄사실로 적시했다.
 
그러나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그 다음날인 3일 "영장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조계에서는 설령 검찰이 정씨에 대한 혐의를 상당히 소명했더라도, 법원은 구속 수사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이대 학사비리’ 혐의의 경우 관련자들인 어머니 최순실씨와 최경희 전 이대 총장, 남궁곤 전 입학처장 등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됐고, 기소 이후 구형에서 최씨는 징역 7년, 최 전 총장은 징역 5년, 남궁 전 처장은 징역 4년씩을 각각 구형받았다. 같은 업무방해 혐의지만 구형이 상대적으로 무겁다.
 
그러나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서 정씨가 가담한 정도는 사실상 그리 중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많은 형사전문 변호사들의 판단이다. 청담고 재학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이대 입학 당시 정씨는 미성년자로 대부분의 비리행위는 최씨와 최 전 총장 등 학교 핵심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씨도 지난 달 31일 강제 소환돼 입국한 자리에서 “이대 합격 취소는 인정한다. 학교에 가본 적도 없고 가고 싶지도 않았다. 전공이 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대 면접 당시에는 임신 중이어서 (국가대표선수)단복을 입지도 않았고, 엄마가 (면접 때) 금메달을 가지고 가라고 해서 가지고 갔다”며 자신은 ‘이대 학사비리’ 사건에서 그저 수동적인 지위에 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씨와 공범인 최씨 등도 수사 단계나 재판 단계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할지언정 정씨가 자신들과 같은 정도로 혐의에 개입했다는 점은 시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검찰이 업무방해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보강하더라도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한번 기각 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경우에는 매우 엄격한 소명이 필요하다. 영장전담판사 경험이 있는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기본적으로 사실관계가 변경될 수 없기 때문에 영장 재청구가 받아들여지기는 상당히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 재청구시 추가 적시할 혐의로 ‘삼성뇌물’ 사건과 ‘외국환 관리법 위반’ 등이 있지만 이 역시 소명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구속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넓게 인정되는 뇌물혐의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금품을 건넨 상대가 바로 정씨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씨를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했지만 이 역시 범행 가담 정도를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최씨와 같이 볼 수 있겠느냐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적지 않다. 이 혐의가 핵심이었던 이 부회장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된 후에 재청구 끝에 영장이 발부됐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 부회장과 최씨, 박 전 대통령에 이르는 뇌물 공범 관계에서 최씨와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했던 이른바 '경제적 공동체'의 법리를 정씨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덴마크 사법당국에서 정씨의 범죄사실 일부가 인정된 것이 향후 영장발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법당국의 판단을 우리 사법당국이 반드시 인정해야 할 근거는 없다는 것이 한계로 지적된다.
 
이후 전개되는 상황도 영장 발부에 긍정적이지 않다. 덴마크에 보모와 함께 있는 정씨의 아들이 곧 귀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씨 일가 중 비교적 몸이 자유로운 사람은 정씨 뿐이다. 친부이자 최씨의 전 남편인 정윤회씨가 있지만 그는 이번 국정농단 사건 이후 최씨나 딸 정씨와는 전혀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씨로서는 갓 한 살 넘은 아들의 양육과 구속 수감된 최씨의 옥바라지, 본인의 형사사건 방어를 이유로 구속 수사는 지나치다고 항변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정씨를 재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빠져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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