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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임종룡, 대우조선 지원 과정서 나쁜 선례 남겼다
2017-04-24 08:00:00 2017-04-24 08:00:00
곧 쓰러질 것 같았던 대우조선이 ‘재생’의 불씨를 살렸다. 막판까지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신경전을 이어갔지만 정부의 직간접적 압박 등에 채권단과 사채권자들이 추가지원 방안에 합의를 하게 됐다. 결국 대우조선은 대마불사였다.
 
5만명의 일자리를 지키고, 지역경제와 국가경제를 생각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련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1999년부터 대우조선에 투입된 공적 자금은 20조원으로 추정됐다. 대우조선 부실이 심각해지면서 2015년 10월 서별관 회의에서 금융당국은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결정했다.
 
당시 금융당국은 5조7000억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사실을 인지한 상황에서도 이 같은 결정을 감행했다. "더 이상의 추가 지원은 없다"고 못 박았지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파산 시 국가 경제적 피해가 크다"는 이유를 들어 2조9000억원의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결정한 것이다.
 
이는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의 경우 고작 1400억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앞세워 자구안이 부실하다며 추가자금 지원을 중단한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살릴 수 있는 기업만 지원한다는 구조조정 원칙은 깨졌다. 공적자금을 쏟아 부었더라도 피해규모가 국가경제에 영향을 미칠 만큼 크면, 국민의 혈세를 더 지원해줄 수 있다는 ‘대마불사’ 사례를 만들었다.
대우조선을 살리는 명분으로 내세운 '파산 시 피해 규모 59조원'도 문제였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손실 추정액 17조원보다 무려 3배가 많은 규모다. 금융위의 상황 분석 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더욱이 금융위는 최근 추가지원 방안 발표에서 "2015년 대우조선 실사 때 조선업의 장기 불황을 예측하지 못하고 회사의 위험요인을 보수적으로 대응 못했다"고 인정까지 한 상황이어서 시장에서 금융위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채권단과 사채권자들 사이에서 채무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빼앗겨 끌려 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의 추가지원 방침에 따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사채권자인 국민연금과 협상에서 시종일관 국민연금의 ‘입’만 바라봤다. 국민연금이 부정적인 기류를 쏟아내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국책은행과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을 불러 대우조선이 파산하더라도 사채권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1000억원을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방안까지 내놨다.
 
앞으로 기업 구조조정 때마다 이 같은 요구가 반복될 건 불 보듯 뻔하다.
 
금융정책은 포퓰리즘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후일 더 많고,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임종룡 위원장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실기와, 잘못된 상황 판단에 따른 수 조원 혈세 낭비에 대해 무겁고, 엄중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임종룡 위원장은 나중에 정치할 것 같다” “이번 대우조선 건도 정치권 진출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 등 정치 입문에 대한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정권 말기에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으려 하는 공무원들의 습성을 감안하면, 임종용 위원장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보여준 추진력은 칭찬할 만하다.
 
물론 대우조선 추가지원 결정이 본인의 정치 입문 치적용이 아닐 때 말이다.
 
고재인 증권금융부장 jik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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