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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상장사 순이익 100조시대 안착의 의미
2017-04-24 08:00:00 2017-04-24 08:00:00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이 135조원으로 사상최대치다. MMF는 보통예금에 넣어두기에는 턱없이 낮은 이자가 아쉬운 이들이 주로 선택하는 대표적인 증시 주변자금처다. 수익률이 연 1%대에 불과하지만 하루를 맡겨도 이자를 주고, 입출금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MMF 설정액 60~80조원 규모가 보편적이라고 한다. 때문에 설정액이 100조원을 넘길 때만 해도 이례적인 경우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그런 MMF 설정액이 연일 최대치를 경신 중인 것은 1.25%라는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이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국내주식형 펀드 규모는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주식형 펀드는 2008년 최대치인 85조8000억원까지 늘었지만, 현재 52조원 규모로 크게 줄었다. 공모펀드는 투자자가 예금대비 높은 수익률을 가져가면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투자처로 자본시장의 안정판 기능을 한다. 하지만, 수년간의 박스피(코스피의 박스권 등락) 때문에 지수가 고점에 달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을 빼가기에 바빴다. 실제 코스피지수는 지난 4년여간 4%도 채 오르지 못했는데, 미국과 일본은 약 50%, 70% 크게 올랐고 중국도 40%에 육박하는 상승률을 보였다. 때문에 가치투자를 지향하며 설정 수년을 자랑하는 자산운용사의 대표 펀드들마저 환매러시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박스피 탈출과 부동자금의 자본시장 유입을 위해서는 기업의 이익증가와 올바른 주식투자 문화가 절실하다. 5년여간 상장사 순이익이 70~80조원대에 정체되면서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유입될 만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에 장기투자하라는 것은 손실을 감내하는 인내심을 키우라는 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상장기업의 순이익이 지난해 100조원을 넘기며 의미있는 변화를 보였다. 덕분에 많은 시장 전문가들이 국내증시의 만년 디스카운트 탈피에 대한 조심스러운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증권가가 전망하는 상장사 순이익 규모는 130조원대다. 경험적 감익을 고려한다면 대략 105~110조원대를 예상할 수 있다. 순이익 100조원 시대가 2년 연속 이어질 경우 투자자의 신뢰성을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실적이라는 펀더멘탈(기초체력)에 기초한 건강한 주식시장이 형성될 때라야 투자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분산투자하라'는 높은 수준의 주식투자 문화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보선 증권금융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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