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19대 대선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가장 중점적으로 강조하는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이다.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우리 국민이 바라는 일자리 창출은 물론 누구보다 시대를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글로벌 리더의 위치에 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안 후보는 17~18일 호남-대전 유세에서도 4차 산업혁명 관련 일정을 2번이나 소화하는 등 각별히 공을 들였다.
안 후보는 17일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을 방문해 기업인들과 간담회를 가진데 이어 18일 대전광역시 유성구에 위치한 ‘카이스트’에서 ‘대선캠프와의 과학정책 대화’를 열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민간과 과학계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동안 정부 주도로 이뤄진 정책 방향의 틀을 확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단기적 대응으로는 더 이상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뜻이다.
안 후보는 특히 “대표적인 것이 연구 분야다. 지금 보면 참담하다”며 “알파고가 나오니 갑자기 AI(인공지능)에 투자한다고 난리 피우고, 포켓몬고가 나오니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에 투자한다고 난리 피운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국가가 계획을 세워 연구를 주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장에서 계획 세운 것을 국가가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또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의 운영 철학 변화도 주문했다. 결과 중심의 감사를 과정 중심의 감사로 확 바꿔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할 수 있는 창의적 연구 결과들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안 후보는 “지금은 결과 위주의 감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연구자들은 성공 확률이 높은 것만 연구하고 새로운 연구는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 아래에서 무슨 노벨상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노벨상 타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바로 대한민국 연구개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이 같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만든 ‘축적의 시간’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안 후보는 “이 책의 요지는 실패의 경험이 오랜 시간 축적된 상태에서만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실패하면 다시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며 “실패의 소중한 경험이 쌓이고 축적되지 않던 것이 대한민국 사회”라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마지막으로 과학기술 인력의 대폭 확충을 주장했다. 지금 우리나라 연구소 인력이 약1만8000명 수준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안 후보는 “사기업이 투자하지 않는 분야가 너무 많기 때문에 국책연구소 연구원이 더 많이 필요한 것”이라며 “예를 들면 미세먼지 연구는 국가가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도 자신의 전문분야답게 카이스트 교수들의 질문에 거침없는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미국이나 이스라엘은 국방연구를 통해 가장 근본적인 혁신이 일어났고, 산업화와 연결되면서 경제발전에도 많은 도움을 준 좋은 사례들이 있다”며 “지금 현재 국방연구 비용이 전체 연구의 14% 정도에 불과한데 이를 20%까지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8일 대전시 유성구 카이스트에서 열린 과학기술인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전=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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