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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아이 손잡고 온 '경단녀' 북적북적…성별·나이 차별 없다는 이케아 채용 현장 '만원'
외국인·장애인 구직자도 '취업 꿈' 찾아 상담…국내 2호 고양점 취업박람회 대성황
2017-04-06 17:36:06 2017-04-07 00:25:45
[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결혼하고 7년 동안 일 해본 경험이 없는데, 저도 지원해도 될까요?" 지난 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청 2층 대회의실 이케아 취업박람회 현장 고객서비스 취업설명 부스에 앉자마자 강모(38)씨는 대뜸 질문을 던졌다. 결혼 7년차 주부인 강씨는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다. 결혼 전에는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선생님이었다. 아이가 5살이 된 올해부터 육아에 다소 숨통이 트였다. 강씨는 다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는 "그동안은 육아에만 매진하느라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며 "이전 선생님 경험을 살려 이케아 매장 안에 있는 어린이 놀이시설 담당자로 지원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장에는 강씨와 같은 질문을 연신 쏟아내는 경단녀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취업설명 부스뿐 아니라 이케아 직원이 있는 박람회장 어디든 주부 구직자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옆 부스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주부 남모씨 역시 경단녀다. 남씨는 출산 전까지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그는 "이케아 고양점이 집과 가깝고, 무엇보다 양육과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파트타임이 있어 취업상담을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이번 이케아 고양점 취업박람회에 경단녀들이 몰린 이유는 바로 '탄력근무제' 덕분이다. 이케아는 주당 16시간, 20시간, 25시간, 28시간, 32시간 등 5가지 근무 시간 가운데 구직자가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주 40시간을 일하는 풀타임도 있다. 경단녀들에게 딱 맞는 직장인 셈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광명점을 열 때도 경력단절여성, 중장년층, 대학교 휴학생 등 다양한 구직자들이 몰렸다"며 "파트타임도 풀타임 근무자와 마찬가지로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취업박람회장은 주부 경단녀들이 주를 이뤘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주부들부터 남편 심지어 시어머니와 함께 현장을 찾은 주부들도 만날 수 있었다. 조금 특별한 경단녀들도 눈에 띄었다. 물류팀 부스에서 막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또 다른 주부를 만났다. 베트남 출신 결혼이주 여성 드엉티 튀안(29)씨는 경단녀이자 외국인이다. 튀안씨는 "2011년 한국에 온 이후로 향후 취업을 염두에 두고, 다문화센터에서 정말 열심히 한국말을 공부했다"며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에 대한 편견 때문인지 안정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일은 구할 수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일을 하더라도 퇴근 후에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한국은 야근이 많아서 더욱 알맞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람회장을 빠져나가려는데, 출구 쪽 의자에 줄곧 조용히 앉아 있는 한 여성이 눈에 띄었다. 바로 40대 주부 심혜영씨다. 그런데 어쩐지 그의 말투가 조금 어눌했다. 심씨는 10년 전 회계사무소에서 일하던 중 뇌출혈이 왔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10년 동안의 치료와 재활로 건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말로 의사소통하는 데는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심씨는 "상대가 빨리 말하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만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는 일반인과 똑같다"며 "이런 장애가 있는 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가지고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케아 광명점에는 30명 정도의 장애인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케아 관계자는 "현재 1000여명의 고용인원 중 2.9%가 장애인"이라며 "외국인 근로자도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의무고용제도에 따른 의무고용율 2.9%를 정확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케아 관계자는 "우리(이케아)는 학력, 성별, 나이 등 어떤 차별도 두지 않는 열린 채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이케아의 가치를 고객들과 나눌 수 있는 지를 가장 중요하게 본다"고 밝혔다.
 
6일 이케아 고양점 취업박람회장에는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성별의 구직자들이 찾아 취업을 상담하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사진=뉴스토마토
 
정재훈 기자 skj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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