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이념성향 좌클릭 뚜렷…'촛불'이 이념지도도 바꿨다
'보수 6%p 우위'서 '진보 10%p 우위' 대역전
총선부터 격차 좁혀지다 국정농단·촛불에 뒤집혀
입력 : 2017-03-13 17:33:50 수정 : 2017-03-13 17:39:15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지난해 하반기 불거진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와 이에 저항하는 촛불집회를 기점으로 국민들의 이념지형이 보수 우위에서 진보 우위로 크게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헌법질서를 문란케한 보수세력에 대한 실망과 촛불집회를 통한 시민들의 정치적 각성으로 유권자 이념지형이 한클릭 좌로 이동한 것이다. 특히 보수·진보 이분법적인 구분에서 벗어나 보수층이 이른바 ‘수구’와 건전 보수로 분화하는 모습도 뚜렷하다.
 
13일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지난해 1월 이후 지난달까지 월간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유권자 중 자신을 보수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비율은 지난해 1월 31%에서 올해 2월 25%로 6%포인트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자신의 이념성향을 중도라고 말한 사람도 31%에서 28%로 줄어든 반면 진보라고 말한 사람의 비율은 25%에서 35%로 10%포인트 상승했다. 진보와 보수의 격차는 지난해 1월 '보수 6%포인트 우위'이던 것이 지난달 '진보 10%포인트 우위'로 크게 역전됐다. 그동안 보수 우위의 ‘기울어진 운동장’이던 이념 지형이 현재는 진보쪽으로 크게 기울어진 형국이 된 것이다.
 
이런 추세는 지난해 4월 총선을 전후로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고 촛불집회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 하반기에 극적인 역전으로 이어졌다. 4월 20대 총선 때 보수와 진보의 격차가 좁혀지고 약 6개월간 2~3% 내외로 보수층이 진보층을 상회하는 상황이 이어지다가, 11월 자신을 진보로 여기는 사람의 비율이 보수를 넘어선 것이다.
 
국정농단 사건 여파가 전국을 강타하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에 박차를 가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10월 기준 보수층 비율(28%)이 진보층(26%)보다 높았지만 11월에는 진보층(30%)이 보수층(26%)을 4%포인트 가량 단숨에 앞질렀다. 그리고 국회가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하고 특검팀 수사가 본격화한 12월과 지난 1월을 거치면서 격차는 10%포인트로 두배 이상 벌어진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자신을 보수로 여기는 계층과 과거 대표적 보수정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도 목격된다. 한국당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율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만 해도 30%로 자신을 보수라고 말하는 비율(29%)과 거의 일치했다. 그랬던 것이 올해 2월 기준 보수층 비율(25%)과 한국당 지지율(11%) 격차가 14%포인트에 이르렀다. 헌법재판소의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이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매일경제 의뢰로 지난 10일 발표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당 지지율은 6.9%로 직전 조사(13.5%)에 비해 6.6%포인트 급락했다.(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00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반면 2월 기준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3%)은 진보층 비율(35%)을 상회하는 중이다. 이념상 중도에 놓여있는 국민의당의 지지율도 10%대 초반의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한국당으로 대표되던 기존 보수정치에 실망한 중도보수층이 일시적이나마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는 바른정당 지지율도 2월 기준 5%에 머물고 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에 대해 "보수층이 한국당에 남아 맹목적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와 바른정당으로 따라나온 보수, 그리고 또 거기서 갈라져 나와 무당층 또는 중도에 머무는 일부로 분화한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보수층 이탈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의 파이가 동시에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한국당 지지층은 보수라 부르면 안되고 그냥 박 전 대통령에 충성하는 맹목적 지지자라 해야 한다"며 "촛불집회에 정치무관심층이 많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정치참여가 보수층 이탈에도 영향을 끼치고 전체 지형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보수층 이탈은 지난해 총선부터 일부 확인된 것이 국정농단 파문으로 더욱 본격화한 것"이라며 "다만, 어느 한 정당으로의 쏠림이 고착된 것은 아니고 최소 20~30%에 달하는 상식 있는 보수층이 아직 대안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 활동공간이 열릴 수 있을지 여부도 주목된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민주당은 ‘범진보’라고는 표현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중도개혁적인 성향”이라며 “국민들이 정의당과 민주당의 차별점에 대해 인식할 때 선택의 순간을 달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선고 이틀째인 지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마지막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승리'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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