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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어라"·"없애라"…섬뜩한 '포레카 강탈' 협박
차은택·송성각 재판서 한상규씨 협박 녹음파일 공개
2017-02-01 17:07:40 2017-02-01 17:07:40
[뉴스토마토 홍연기자] 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59)이 포스코 계열 광고 대행사 ‘포레카’를 강탈하기 위해 한상규(63) 컴투게더 대표를 압박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1일 열린 차은택(48)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에 대한 3차 공판에서 검찰은 한 대표와 송씨의 대화 통화녹음 파일 일부를 공개했다. 
 
녹취 파일에 따르면 송씨는 한씨에게 “재단의 탑에서 봤을 때 형님이 양아치 짓을 했다”며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려라’는 얘기와 ‘컴투게더에 세무조사를 들여보내서 없애라’는 얘기를 했다”고 말했다. 
 
한 씨가 송씨에게 “이걸 만약에 포기할 각오를 하고 오픈을 한다든지 반격을 한다든지 하면 안 되느냐”고 물어보자 그는 “그건 안 된다. 구조적으로 복잡하지만, 그들은 안 되게 할 방법이 108가지가 더 있다”고 답했다. 
 
한씨가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송씨는 “현재 광고주 있지? 거기에 세무조사 다 때릴 수 있다. 컴투게더 카드 다 까서 골프친 것과 기업체 접대 등 다 들춰낼 수 있고 걔들한테(광고주) 겁줄 수 있다”고 몰아 세웠다.
 
송씨는 또 “이 회사도 회사지만 형님 자체가 위험해진다. 김우중이가 망하고 싶어서 망했겠냐”며 한씨를 압박했다. 송씨는 숨진 성완종 경남기업 대표까지 예로 들며 “진짜 나쁜 사례인데 성완종은 수백 명에게 돈 뿌리고 자기편임을 확답받았을 거다. 근데 한번 휘몰아치니까 그게 안 지켜지잖아”라고 말했다. 
 
한씨는 송씨로부터 선의를 가장한 대리 협박을 당한 느낌이었다고도 증언했다. 검찰이 ‘송씨는 조언이지 협박을 하거나 지분을 넘기라고 강요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문하자 "송씨는 때리는 시어머니 옆에서 말리는 시누이 같았다”며 “포레카 지분 80%를 내놓으라고 한 것을 거부하자 그는 아침·저녁으로 집요한 요청을 했다”고 답했다. 
 
한 씨의 이 같은 진술은 "한 씨와 30년 지기라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선의에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지분 강탈 가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송씨의 주장과 배치된다.  
 
한씨는 또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송씨를 청와대로 불러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해 주겠냐”고 묻자 송씨가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씨는 송씨가 콘텐츠진흥원장으로 가기 6개월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문광부) 장관이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했으며, 차은택이 실세고 대통령의 오른팔인데 나(송성각)보고 문광부 장관 해볼 생각 없냐고 해서 이력서도 줬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송씨는 자신이 엔터테인먼트 회사 대표 재직 시절 송사에 휘말린 이력 때문에 청문회 통과가 힘들어 차관으로 낮춰 콘텐츠 진흥원장에 낙점됐다고 말했다”며 “이후 (송씨는) 김 전 실장의 전화를 받고 청와대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차은택 씨의 광고업체 지분 강탈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구속 수감된 송성각 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3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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