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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130만원', 4차 산업혁명에 대처하는 이재명식 해법
"기본소득은 구제형 복지가 아니라 미래 성장의 패러다임"
생애주기별 배당+특수배당+토지배당=연 130만원
2017-01-19 09:00:36 2017-01-19 09:00:3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핫이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로봇의 등장으로 산업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리라는 단순한 전망을 뛰어넘는다. 노동에서 인간이 배제되면 자본주의의 기본 전제인 '임금 노동자'의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올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각 주자들이 대한민국호(號)의 방향과 의제 설정에 유달리 골몰하는 이유도 4차 산업혁명을 목전에 둬서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재빠르게 이슈선점에 나섰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기본소득'을 4차 산업혁명과 연결시켜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시장은 17일 오전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기본소득을 말하다' 토론회에 참석,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은 5년내 500만개 일자리 사라진다는 '노동의 종말'을 전망했다"면서 "기본소득은 구제형 복지가 아니라 미래 성장의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이 시장은 지난해 대선 출마의지를 피력한 이후 줄곧 기본소득 논의를 주도했다. 지난 10일에는 "재정 구조조정과 법인세 인상 등을 통해 연 28조원을 마련, 2800만명에 연 1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고, 16일에는 "국토보유세를 신설, 기본소득 목적세로 만든 뒤 1인당 연 30만원씩 지급하겠다"는 후속 정책도 발표했다.
 
이날 이 시장은 "인공지능이 세계 최강의 바둑기사를 꺾는 등 변화는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고, 기자와 의사, 애널리스트 등을 로봇이 대체 중"이라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면 일자리가 없어지고, 막대한 이윤은 소수에 독점된다. 그러면 소비 여력은 떨어지고, 불평등이 심화돼 자본주의는 붕괴한다'는 우려 속에 1인당 월 1000~2000달러를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기본소득 논의에 적극적이다. 류한석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장'은 "자본과 정보기술(IT)이 만들어낸 '노동은 필요 없다'는 슬로건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의 위협을 가져온다"며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정부와 경제학자, IT 전문가들이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논의를 진지하게 진행 중이며,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컴비네이터'는 실리콘밸리 노동자에게 지급된 기본소득이 행복과 웰빙, 재무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본소득이 4차 산업혁명의 대안으로 모색되면서 성남시정에 기본소득을 적용했고 줄곧 전 국민에 대한 도입을 강조한 이 시장으로서는 정책적 비교우위가 생겨난 모양새다. 국내에서 기본소득 논의가 진행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이에 가세, "기본소득을 실현하자"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이 시장이 제시한 구체적 대안에는 못 미쳐 구호에만 그친다는 평가다. 더구나 기본소득 논의를 제외하면 현재는 여·야 가릴 것 없이 4차 산업혁명을 대처하는 정책이 발굴된 것도 아니다.
 
임채원 서울대 국가리더십센터 선임연구원은 "과거에는 사람이 무엇인가를 생산해야만 노동으로 간주하고 임금을 지급했다면 이제는 노동과 일자리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현실인데, 이런 마당에 '제조업 중심으로 일자리를 육성한다'고 말하는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이 시장은 기본소득 지급을 세부적으로 나눈 정책 로드맵도 소개했다.
 
그는 "기본소득을 생애주기별로 전 계층에 확대하는 게 목표지만 저희가 설계한 것은 1단계는 응급조치 개념, 2단계는 진정한 의미의 기본소득제도 도입"이라며 "1단계는 대통령이 결단만 하면 되는 일로, 재정 구조조정을 통해 28조원 마련해 2800만명에 지급하는 것이며, 2단계는 국회의 동의를 통해 자산 불균형을 시정하는 방향으로 법인세 누진제도를 추가 설계하는 등 제도를 바꾸는 방법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이 시장이 최근 꺼낸 국토보유세는 2단계 기본소득 방안에 해당한다.
 
이 시장이 정책그룹과 설계한 기본소득 방안에 따르면 생애주기별 배당과 특수배당, 토지배당(국토보유세 수입)을 활용, ▲0~12세에게 아동배당 ▲13~18세에게 청소년배당 ▲19~29세에게 청년배당 ▲장애인과 농민에게 특수배당 ▲65세 이상에게 노인배당을 주는 등 전 국민인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하고, 추가로 국토보유세를 거둬 1인당 30만원씩 환원하는 방법으로 연간 총 13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또 이 시장은 기본소득은 현금이 아닌 지역화폐로 발행, 이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도 연결시킨다는 구상이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 100만원을 현금으로 주면 모두 저축해버릴 테니 돈이 순환이 안 돼 경제적 효과가 적을 것"이라며 "성남에서 지역화폐로 지급해보니까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에 돈이 흘러가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시장은 기본소득 정책에 닥칠 '포퓰리즘 프레임'의 네거티브 공격에 대해서도 정면돌파와 설득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미 공격이 시작됐다. 모 종편에서는 기본소득을 두고 '국민 세금 거둬서 나눠준다'며 정보를 왜곡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것은 언젠가 이겨내야 할 일이고, 반감을 가진 사람들을 향해 정면으로 돌파하고 싸워서 이기는 게 우리의 숙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익을 얻는 것은 압도적 다수고, 손실을 보는 예외적 소수라는 점을 명확히 설득하면 조세저항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18일 오전 이재명 성남시장이 경기 성남시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판교테크노밸리, 기본소득을 말하다'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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