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불리한 사안은 "대통령 지시"…'업무수첩' 공작의혹엔 "난 안했다"
명백한 물증 있는데도 잡아떼기…"난 모른다, 다른 사람이 했다" 발뺌 급급
위원들 "대통령 비서실장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되냐" 호통
입력 : 2016-12-07 17:25:17 수정 : 2016-12-07 17:25:17
[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왕실장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다시 한번 '법률 미꾸라지'라는 별명에 걸맞는 면모를 드러냈다. 자신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고, 의원들의 지적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비선실세최순실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명백한 증거로 남아 있는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비망록)에 드러난 각종 공작 의혹도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의 행적 등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잘 보필하지 못한 책임은 통감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실세 비서실장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정례적으로 만나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정윤회 문건 파동조차 보고도 안했다고 해 "대한민국 대통령비서실장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되냐"는 호통을 들었다. 
 
업무수첩에 기재된 내용도 전면 부인
 
김 전 실장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비서실장의 지시사항으로 기재된 내용도 모두 부인했다. 그는 청와대 수석 회의는 각 수석들과 함께 소통하는 자리다. 실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다. 각자 자기 소관 상황을 보고하고 의견을 나눈다면서 비망록에는 회의 참여자와 작성자 생각이 혼재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공작정치 의혹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은 비망록을 직접 본 적도 없고, 누가 작성했는지 알 수 가 없다노트를 작성할 때 작성하는 사람의 주관적인 생각도 가미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2014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작성된 비망록에 따르면 법원 길들이기·언론 통제·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응 등의 내용들이 김 전 실정의 지시로 추정되는 장()과 함께 쓰여 있다.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와 교감으로 사전에 김 전 실장이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비망록 보도와 관련해서도 통합진보당 해산은 정부가 국무회의서 제소하기로 하고 헌재서 결정했다. 사전에 알고있었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얘기다. 완전한 루머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앞서 '문체부 길들이기' 일환으로 문체부 16명 경질 인사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 제가 자르라고 한적 없다고 부인했다.
 
리틀 김기춘우병우 발탁도 "대통령이 한 일"
 
김 전 실장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에도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우 전 수석을 민정비서관으로 누가 지명했느냐는 새누리당 이종구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이 지명했다. 의사를 확인하라고 해서 제가 면담한 일이 있다며 자신이 발탁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과 최순실씨, 차은택씨 등 국정농단 세력들이 20146월 초 김 회장이 운영하는 기흥CC에서 모여 골프를 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골프회동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내정된 뒤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김 전 실장은 우 전 수석이 최순실 백으로 들어온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비선실세로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지 않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최순실을 모르냐고 다그치시는데 최씨를 알았다면 뭔가 연락하거나 통화한 흔적이 있지 않겠는가. 검찰서 다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믿기 어렵겠지만 만난 적 없고, 통화한 적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문화계 황태자차은택씨는 최순실이 김기춘 실장한테 연락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고, 김 전 실장은 대통령 말씀을 듣고 차은택을 불렀다. 그 과정은 모른다며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또다시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은 권력 1인자는 결국 최순실이라고 비판했다.
 
세월호 7시간에는 사사로운 행적 알 수 없어
 
김 전 실장은 20144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서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러나 사라진 대통령의 7시간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90분가량 머리손질을 한 사실이 드러난 것과 관련해 김 전 실장은 관저에서 사사롭게 일어나는 일을 제게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다. 몇 시에 머리손질 하시는지 모른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최교열 의원이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정모 원장이 대통령의 머리손질을 했는 것 알고 있느냐. 청와대 출입기록에도 있다고 한다고 캐물었고, 김 전 실장은 몰랐다. 외부 사람이 오고가는 경우는 비서실은 모른다. 경호실이 관리한다고 피해갔다황영철 의원이 머리손질 담당인 정모 원장이 비서실 계약직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자료를 받았다. 임명자가 김기춘 실장이다. 정말 정모 원장을 모르느냐고 따졌다. 김 전 실장은 잘 모른다. 총무비서관실에서 하는데 명의가 내 이름으로 나갔는지는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시신 인양을 하면 안 된다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서도 그렇게 생각한 적 없고, 지시한 적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20141027일치 김 전 수석 비망록에 () 시신인양X 정부책임 부담이라고 쓰여 있다김 전 실장이 시신인양을 하면 안 된다고 지시한 것이라고 질책했다.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을 못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 참으로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정회되자 통화를 하며 청문회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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