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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검찰도 밥값했다. 야당만 정신차려라.
2016-11-20 13:49:13 2016-11-20 13:49:13
검찰이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을 기소하면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이 스스로 밝힌데로 추가로 수사해야 될 부분도 있지만 나름대로 ‘밥값’을 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
 
이날 검찰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기밀누설 등의 죄명을 언급하면서 “뇌물죄 등에 대해선 계속 추가 수사를 할 것”이고 “특검개시일까지 계속 충실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 사람에 대한 기소이고 장시호, 김종, 조원동 등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역시 가장 관심을 모으는 인물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검찰은 최순실, 안종범의 공소장 범죄사실에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하여”라고 적시했다. 이제 박 대통령은 정식 입건이 된 피의자 신분이 됐다.
 
이날 검찰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기밀누설 등의 죄명을 언급하면서 “뇌물죄 등에 대해선 계속 추가 수사를 할 것”이고 “특검 개시일까지 계속 충실히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헌법 때문에 박 대통령을 형사소추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특검이 깜짝 놀랄만한, 더 이상 놀랄만한 게 뭐가 있겠냐만, 박 대통령의 범죄사실을 밝혀내도 기소는 없다.
 
청와대 관계자가 최근 “의혹만으로 대통령이 물러나라고 할 수 있느냐”면서 “하야는 없다”고 연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대통령은 내란, 외환의 죄가 아니고서야 임기 중에 기소가 될 수 없으니 유죄판결을 받을 수도 없다. 그러니 의혹이 사실로 ‘확정’될 방법이 없다. 결국 청와대 이야기는 “절대로 못 물러난다”는 걸 여러 문장으로 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그러면 검찰, 그리고 검찰을 밀어붙인 언론과 국민들이 헛수고를 한 것일까? 절대 그렇진 않다. 첫째, 이른바 청와대와 친박 진영의 ‘반격’이 무망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청와대는 요 며칠 어떤 면에선 정신줄을 다시 잡았다.
 
인사를 단행하고, 야당을 비판하고,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언론을 공격하고, ‘샤이 박근혜’라는 말까지 만들어가며 지지자들의 결집을 주문했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3주 연속 5%(갤럽 기준)를 기록했다. 쉬어갈만한 타이밍이기도 한데 주말 촛불집회엔 전국에서 100만명이 운집했다. 그리고 검찰은 “대통령은 직권남용, 강요, 강요미수, 공무상기밀누설의 공모자이자 피의자다”고 명확히 밝혔다. 강제수사의 길도 열어놓았다. 공소장 속에는 올해 4월까지 청와대의 기밀이 최순실에게 유출된 증거도 담겼다. ‘임기 초 보좌진이 완비되기 전까지’, ‘문구 등을 물어봤다’ 는 박 대통령 1차 사과문도 다 거짓말인 셈이다.
 
청와대의 반격은 먹히지 않았다. 국민, 언론의 벽 그리고 검찰의 실리적 태세전환(?)을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 공은 정치권, 야당에게로 넘어왔다. 이제 야당은 언론, 촛불, 검찰만 쳐다보는 천수답 정치일랑 걷어치워야 할 것이다.
 
고성, 막말 퍼레이드는 선명성과는 무관한 것이다. 오히려 무능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건 혹시 삐끗하면 국민들한테 욕먹을까봐 못하고 저건 혹시 누구한테 불리해질까봐 못한다. 대신 목청만 고래 고래 높인다.
 
탄핵은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기각될까봐” “역풍 맞고 새누리당이 결집할까봐” 신중해야 한단다. 하야가 되건 탄핵이 되건 새 총리는 필요한 것 아니냐고 하면 “박근혜를 인정하자는 말이냐”고 적반하장식으로 신경질을 낸다. 그래서 어쩌잔 말이냐고 되물으면 “박근혜는 당장 퇴진하라”고 듣는 사람 귀청이 터질 정도로 고함을 지른다.
 
정국 주도 부담이 없을 땐 박 대통령과 여당을 거침없이 깔보더니 막상 국면이 뒤집혀 우위에 서니 ‘저들이 무슨 전략을 숨겨놓고 있을지 모른다. 정국이 언제 뒤집힐지 모른다’며 벌벌 떨고 있는 꼴이다. 일주일 여 내에 정신 못 차리면 아마 야당이 먼저 심판받을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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