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독의 가치 “함께 읽는 소통의 즐거움”
북카페·독립출판사·서점 통해 보는 이색적인 ‘낭독 문화’
입력 : 2016-11-17 08:00:00 수정 : 2016-11-17 0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기자] 최근 서울 곳곳에 ‘소리 내어 함께 읽는 즐거움’을 찾는 이가 많아졌다. 대형서점이 진행하는 낭독회는 행사 시작도 전에 티켓이 매진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고 있고 조그마한 독립출판사부터 도서관, 북카페까지 다양한 소규모 낭독 모임을 개최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이색적인 낭독회를 여는 곳들도 주목 받고 있다. 매일 다른 주제의 책들로 낭독 모임을 여는 카페부터 독일어나 프랑스어, 산스크리트어로 책을 읽는 모임은 이미 입소문을 타고 여기저기서 모여드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낭독회’가 독특한 하나의 문화 형태로 자유롭게 변주되고 있는 가운데 직접 현장을 찾아가 낭독의 진짜 묘미가 무엇인지 속속들이 들여다봤다. 낭독회에 참석하는 이들은 낭독회의 장점으로 함께 읽는 이들과의 소통, 작품에 대한 심층적 이해 등을 매력포인트로 꼽았다.
 
“밥과도 같은 낭독 모임”
 
“중국이란 나라는 그렇군요. 공안이 집회를 일일이 감시하는 걸 보면요. 현재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고요. 그렇지 않나요? 과거 유신체제가 떠올려 지는 것 같기도 하고.”(이명섭)
 
지난 14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에 위치한 문학다방 봄봄에서는 열띤 토론이 한창이었다. 책 ‘야망의 시대(열린책들)’의 21장을 함께 모여 읽으면서 중국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갔다. 뮤지컬 배우부터 회사원, 출판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벌인 ‘미니어처’ 규모의 아고라였다.
 
봄봄에는 이 팀 외에도 10개의 팀이 현재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각기 다른 주제로 낭독회를 열고 있다. 시, 성서, 대하소설, 서양미술사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함께 모여 목소리를 섞어가며 책을 읽는다.
 
낭독회에 참석한 이명섭 씨는 “인문학 자체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학문인데 그걸 소리 내 읽다 보면 자연스레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다”며 “인문학이 밥이란 얘기가 있듯 낭독도 밥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보경 봄봄 전 대표는 “낭독을 통해 타인의 소리를 들으며 소통과 경청의 능력도 커지게 되는 것 같다”며 “봄봄의 낭독 모임을 계기로 현재까지 많은 낭독 팀들이 생겼고 앞으로도 낭독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낭독의 매력은 자기 주체적 목소리”
 
독립출판사 읻다프로젝트는 지난해 4월부터 매월 특정한 날을 정해 낭독 행사를 열고 있다. ‘버티고 읻다’, ‘놀고 읻다’ 등 재미있는 특정 키워드를 정하고 관련 책을 가져와 읽는 식이다.
 
하지만 주제 외에 정해진 형식은 없다. 어떤 이는 가던 길에 잠깐 들러 자신의 일기를 읽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산스크리트어나 프랑스어로 원문을 읽기도 한다.
 
대략 20명 정도가 서로의 소개 없이 낭독만으로 인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서로가 전달하는 호흡과 리듬 속에서 문학을 그 자체로 느끼는 즐거움이 울려 퍼진다.
 
기획 의도에 대해 최성웅 읻다 대표는 “베를린에서 유학할 때 피커드라는 헌책방을 즐겨 찾았는데 그곳에는 아무 글이나 아무 언어로 낭독하며 감동하는 문화가 있었다”며 “우리나라에선 익명이란 틀 안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기회를 통해 자기 주체적인 목소리를 내면 좋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누구냐, 나 울부 짖은들, 천사의 대열에서 그 누가 내 울음에 귀 기울여준단 말이냐?”
 
지난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역 근처에 위치한 읻다의 사무실에선 독일어로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두이노 비가(읻다)’를 읽는 최 대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기 섞은 낭독회는 흥미진진”
 
“넌 꼭 계집애처럼 생겼구나.”(박경환)
“나는 너를 노려보고 노려보고 노려보다가 울고 말았다.” (김규도)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 교보문고 사옥 지하 1층 워켄드 내 공연장 아크홀에선 성석제 작가의 ‘첫사랑’이 울려 퍼졌다. 뮤지션 박경환과 배우 김규도, 문학평론가 허희 세 사람이 첫사랑의 주인공들을 연기하며 ‘낭독극’을 펼쳤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것만큼이나 생생한 현장이었다. 참석한 관객 80명은 세 사람의 연기에 몰입했다. 유쾌한 장면에선 웃음소리와 박수갈채도 연신 터져 나왔다.
 
연기가 끝난 후에는 성석제 작가가 관객석에서 일어나는 서프라이즈도 있었다. 박경환, 허희의 진행 속에 무대로 올라온 성석제 작가는 작품의 집필 당시와 소설의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며 낭독회 만으로 알기 어려웠던 부분들을 보충 설명해줬다. 이후 뮤지션 헤르츠아날로그가 노래를 부르며 행사의 마무리를 장식했다.
 
낭독회와 콘서트, 저자와의 만남이 혼합된 독창적 콘셉트에 관람객들은 흥미로웠다는 반응이 대체적이었다.
 
낭독회가 끝난 후 이예림 씨는 “책을 텍스트로만 읽다가 언어를 통해서 들으니 읽지 않은 소설에 흥미도 생기고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김수현 씨는 “낭독회가 처음은 아니지만 연기를 보니 소설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며 “이런 낭독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근처에 위치한 북카페 '문학다방 봄봄'에서 '두껍거나 어렵거나 고전인 책'을 읽고 있는 '북코러스' 회원들의 모습. 사진/문학다방 봄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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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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