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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복귀 2달, 악재만 쌓이는 'CJ'
투자·고용 등 사면 기대효과 실종…차은택 등 특혜 의혹마저 제기
2016-10-17 16:38:37 2016-10-17 16:38:37
경찰청 특수수사과 관계자들이 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헬로비전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지 두 달 남짓 됐지만 기대됐던 대규모 투자와 고용창출 등은 진척이 없다. 오히려 추진하던 인수합병(M&A)이 무산되는 등 큰 손의 위력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대신, 계열사 압수수색과 각종 비리 의혹 등 악재만 무성하다. 이 회장보다 1년 앞서 광복절 특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최 회장은 당시 46조원의 반도체 투자와 대규모 채용계획 등을 발표하며 정부에 보은(?)했다. 
 
CJ는 이 회장 복귀 후 연속되는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5일 CJ헬로비전은 경찰청 특수수사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다. 경찰은 CJ헬로비전 소속 지역방송이 용역 물품 지급계약 과정에서 비용을 과다계상해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매출액을 부풀린 정황을 확인하고, CJ헬로비전 본사 개입 여부를 수사 중이다. 같은 날 온라인 저가 판매 금지 ‘각서 갑질’ 논란도 터져나왔다. CJ제일제당이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은 온라인 판매점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각서까지 받은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밝혀졌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하고 내달 회사측 해명을 들은 뒤 과징금 부과 및 검찰 고발 등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말 CJ CGV는 이 회장의 동생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가 71억7000만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동생 재환씨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재산커뮤니케이션즈에 7년여간 기존 거래처보다 25% 더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 스크린 광고영업을 맡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CJ경영기획실 중국 담당 상무 등을 지내다, 2005년 독립해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설립했다. 이후 CJ CGV의 스크린 광고를 사실상 독점하며 해마다 50억원 안팎의 흑자를 냈다.
 
앞서 CJ파워캐스트는 지난달 8일 재산커뮤니케이션즈를 흡수합병하고 CJ올리브네트웍스와 포괄적 주식교환을 공시했다. 이는 일감몰아주기 규제 회피를 위한 편법으로 지적되며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합병 후 주식교환으로 재산커뮤니케이션즈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100% 자회사가 되고, 재환씨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 20.5%를 갖게 된다.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CJ가 업종 연관성이 전혀 없는 회사를 합병해 지분율을 낮추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했다”며 재벌 사익 편취로 규정했다. 
 
이 회장의 복귀로 기대됐던 인수합병도 좌절됐다. 7개월여간 끌어왔던 CJ헬로비전과 SK텔레콤과의 M&A가 시장경쟁 제한이 우려된다는 공정위 불허 결정으로 무산된 데 이어 한국맥도날드와 동양매직 인수전에서는 모두 본입찰 전에 발을 뺐다. 이 회장 사면 이후 공격적 투자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보수적인 투자 성향이 이어졌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차은택씨와 연루되면서 특혜 의혹마저 불거졌다. CJ E&M이 고양 K-컬처밸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관련 부지를 경기도로부터 땅값 1% 수준의 헐값에 대부받은 정황이 포착돼 경기도 의회가 조사에 들어갔다. 공교롭게도 K컬처밸리 우선협상대상자로 CJ를 낙점한 날이 박근혜 대통령과 차씨,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만난 날이어서 CJ와 차씨가 긴밀한 관계 속에 사업이 추진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도의회 조사특위는 경기도가 CJ E&M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부지를 싸게 제공하게 된 경위를 파헤칠 계획이다.
 
한편, 이 회장은 건강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지팡이를 짚고 주위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걸을 수 있는 등 몸 상태가 호전되고 있어 조만간 미국으로 건너가 집중 치료를 받을 예정이다. 중요 경영사안에 대한 보고는 지금도 받고 있다. 치료를 위해 연말까지는 경영일선 복귀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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