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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대안 부재 새누리, 반기문 카드 가능한가
2016-04-17 11:51:48 2016-04-17 15:08:00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참패 이후 ‘반기문 카드’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까지만 해도 선거 기간 중 국내 정치 리더들에게 관심이 쏠리는 상황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본인이 남북관계나 중동 문제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겹쳤었다.
 
하지만 김무성 전 대표가 심각한 타격을 입고 오세훈, 김문수, 안대희 등 총선에 나선 차기 주자군이 모조리 낙선하면서 ‘대안부재-반기문 투입론’이 다시 떠오르는 것이다.
 
친박계 내부에서 일찌감치 반 총장을 축으로 한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언급됐을 뿐더러 박근혜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유독 호감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 있는 여당 대표보다 뉴욕에 있는 반 총장을 만난 횟수가 더 많았을 정도니 말이다.
 
그렇다면 ‘반기문 카드’는 과연 유효할까? 냉정히 짚어보면 한계가 너무 많다. 일단 반 총장 은 발광체가 아니라 반사체다.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이 발광체 역할을 하면 반 총장은 사그라들 수밖에 없다. 물론 현재 상황에선 다른 발광체들이 다 빛을 잃었기 때문에 반사체가 주목을 받을 수 있다.
 
반 총장의 대선 지지율 고공행진은 기본적으로 현재 정치권에 대한 불만, 여권 주자군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 박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에 힘입은 바 크다. 물론 반 총장 본인의 화려한 커리어가 제일 큰 자산이지만 ‘경력’과 ‘실적’은 다른 이야기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관문은 무엇일까? 대통령이 되기 위해선 일단 ‘대통령 후보’가 돼야 한다. 지난 대선의 경우 안철수는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다. 2007년 대선의 경우엔 박근혜가 대통령 후보가 되지 못했다. 2002년엔 정몽준이 그랬다. 후보가 되지 못하면 대통령도 못되는 것이다.
 
반 총장은 과연 여당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을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3월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반 총장에 대해 “새누리당은 환영한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도전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일부 친박을 제외하고는 새누리당 대선 주자군들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이다.
 
반 총장은 지금까지 철저히 보호받은 인물이다. ‘성완종 리스트’ 파동 당시 친인척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상당수 흘러나왔지만 검찰과 언론은 깊이 있게 추적하지 않았다. 지금도 반기문을 내세운 각종 사조직, 테마주와 관련한 풍설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선에 참여하는 순간 인간 반기문은 완전히 발가벗겨질 것이다. 보호해야 하니까 경선을 면제시켜주고 후보로 ‘추대’해야 한다? 그 주장은 허약하다. 예선을 거치지 않은 본선에서 타격을 입으면 회복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반 총장은 대중 정치인이 아니다. 그가 대의원을 설득하고 당원들에게 대중연설을 하고 전국을 돌며 지역 경선을 차례차례 통과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쉽지 않다. 수십년 간 정치현장에서 단련된 인물들과 나란히 설 경우 정치적 미숙함, 74세(대선 기준)이라는 나이는 도드라져 보일 것이다.
 
물론 경선 없이 추대로 대선 후보로 설 수도 있다. 총선 참패와 예비후보군의 몰락으로 그 가능성은 좀 더 높아졌다. 새누리당 후보군들이 모두 경쟁력이 형편없다면 당의 총의가 ‘반기문 추대’ 쪽으로 모일 수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후보군들이 모두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새누리당 자체의 경쟁력이 낮다는 말이 된다. ‘도박’이 강제되더라도 ‘승률’은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반 총장이 대선 이후 당을 책임질 인물도 아니다. 딱 한 번 대선에만 투입할 수 있는 카드다.
 
요컨대, 경선에 참여할 경우 그 관문을 뚫어내기가 극히 어렵고, 경선을 ‘면제’ 받을 경우엔 오히려 리스크가 더 커진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원? 든든한 뒷배가 되겠지만 본선 경쟁력의 면에서는 핸디캡이 분명할 것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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