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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우병우 수석, 수사받을 자신 없나
2016-08-31 06:00:00 2016-08-31 06:00:00
김광연 사회부 기자
지난 29일 하루 사이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과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이 8곳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한 사이 사무실에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이 특별감찰관은 사표를 내던졌다.
 
이날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우 수석과 이 특별감찰관 건을 놓고 왜 동시에 압수수색을 했느냐, 어디를 먼저 했느냐 등은 처음부터 염두에 둔 게 아니다. 두 사건이 연결된 부분이 있어서 같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검찰이 우 수석보다 이 특별감찰관 건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에 대한 봉쇄의 메시지다. 검찰 스스로 앞다퉈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수사하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압수수색 대상을 가만히 살펴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우 수석 일가 100% 지분 회사인 '정강'을 비롯해 우 수석 주거지 관리사무소 등이 포함됐으나 가장 핵심인 우 수석 자택과 청와대 민정수석 집무실이 빠졌다. 집무실의 경우 검찰이 청와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고는 하나, 수사에 있어 우 수석 정보가 집약될 것으로 파악되는 '몸통'이 없는 꼴이다. 검찰이 '살아 있는 권력'인 우 수석 눈치를 보고 몸을 사리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피의자' 신분인 우 수석이 민정수석직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감찰 내용 누설 의혹을 받고 있는 이 특별감찰관의 사무실은 이번 압수수색에 포함됐고 이 특별감찰관은 개인 휴대폰까지 내줘 대조를 이뤘다. 또 이 특별감찰관실 내에서 여러 상자째 증거가 확보됐으나 우 수석 관련 조사 대상인 '정강'에서 나온 증거물은 쇼핑백 몇 개 분량이 전부이고 정작 열쇠공을 불러 연 금고는 텅 비어 있었다. 보이는 것만 보자면 검찰 내 우 수석보다 이 특별감찰관 수사에 더 열의가 느껴지는 모양새다. 앞서 두 갈래 수사를 놓고 어느 때보다 공정함을 이야기했던 검찰 관계자 말이 조금은 달리 들린다.
 
이 와중에 이 특별감찰관은 "제가 직을 유지하는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닌 거 같다. 앞으로 검찰 수사도 앞두고 있고 일반 시민 입장에서 잘 조사받도록 하겠다"며 감찰관직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논란의 여지를 차단한 채 자유로운 처지에서 수사받겠다는 의지다. 이로써 공정한 검찰 수사를 위해 계속된 사퇴 요구에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우 수석에 대한 압박 수위는 더 거세지게 됐다.
 
검찰 수사의 공정성 회복을 위해서라도 우 수석의 사퇴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검찰 수사를 보고받는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현직 민정수석이 유례없이 특별감찰관 수사 의뢰 대상이 된 상황에서 스스로 자기 조사 내용을 보고받을 수 있다면 그 수사의 정통성이 있을지 의문스럽다. 그래도 여전히 검찰은 수사의 공정성을 말하고 있으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바보는 없다. 검찰의 제대로 된 수사를 위해서라도 우 수석은 이제라도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광연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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