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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제화 3세 김정훈 부사장 경영능력 시험대 오르다
출자사 GV-JYP '트와이스' 브랜드 론칭…부친 신뢰 회복할까 업계 관심
2016-08-30 15:50:17 2016-08-30 17:17:17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금강제화 오너 3세 김정훈 부사장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인 첫 시험대에 오른다. 
 
그동안 스프리스와 레스모아 등 기존 금강제화의 브랜드를 물려받아 경영해오던 김 부사장이 처음으로 출자 회사를 설립해 신규 브랜드를 론칭한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실상 첫번째 경영 무대인 셈이다.
 
1976년생인 김정훈 부사장은 고 김동신 금강제화 창업주의 손자이자 현 김성환 회장의 장남이다. 금강제화 지주회사격인 금화의 지분을 81.5% 가진 최대주주로 사실상 기업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스프리스의 대표이사직과 금강제화의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국내 최대 애플 전문 스토어 '프리스비'를 운영하는 갈라인터내셔널의 지분도 50%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6년 금강제화에 입사한 김 부사장은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에 재경사업부 재무담당 이사로 근무했다. 2010년에는 기획조정부로 자리를 옮겨 기획총괄상무를 지내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같은 해 스프리스의 공동대표에서 단독대표로 올라서며 기업 내에서 입지를 넓혔다. 
 
이번에 출자를 통해 GV(강남벤처스)를 세운 스프리스는 지난 2014년 초 금강제화의 슈즈 멀티스토어 브랜드 레스모아와 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당시 합병 배경에 대해 금강제화측은 "경영 효율화 차원의 합병"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김 부사장의 3세 경영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합병 과정에서 편법 구조조정을 통해 스프리스 인원을 120명에서 69명으로 절반 가까이 감축해 고용노동부의 경고조치를 받는 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김 부사장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독립적으로 움직이려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갈라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초 제옥스와 컨버스 등 해외 유명 신발 브랜드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획득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IT제품 유통에 치우쳤던 기업의 구조를 패션쪽으로 넓힌 것이다. 또 김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스프리스는 지난해말 금강제화 본사가 있는 강남 사무실에서 독립해 남영동 사무실로 이전했고 이후 레스모아 점포를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새로운 브랜드 론칭에 팔을 걷었다. 스프리스는 30일 출자회사인 강남벤처스(GV)를 설립해 JYP Ent.(035900)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트와이스 바이 스프리스'(이하 '트와이스') 브랜드를 론칭한다고 밝혔다.
 
스프리스와 레스모아가 기존 금강제화에서 진행하던 브랜드고 지난해 새롭게 들여온 제옥스와 컨버스도 각각 이탈리아와 미국 시장에서 큰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브랜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김 부사장이 진행하는 첫번째 브랜드다. 
 
GV는 이날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브랜드 론칭 간담회에서 첫번째 제품 라인업인 '트와이스 타로' 9종을 공개했다. '트와이스'는 JYP 소속 인기 걸그룹인 트와이스를 모델로 전면에 내세우며 글로벌 10대 시장을 겨냥했다. 김 부사장도 이날 자리에 참석해 간담회를 지켜봤다.
 
GV는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인 트와이스를 슈즈 브랜드로 활용할 수 있는 공식 권리를 확보했으며 '트와이스' 브랜드의 기획과 브랜딩을 비롯한 사업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스프리스와 레스모아는 상품의 공식 유통사로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지게 된다. 스프리스는 다음달 2일 상품의 오프라인 론칭과 동시에 모바일 페이지도 오픈해 10대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론칭 첫해에는 국내 시장을 통해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2017년에는 아시아를 필두로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추진할 예정이다. 해외 인지도가 높고 다국적 멤버가 속해있는 트와이스를 브랜드로 이용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단기 콜라보레이션을 하는 대신 GV와 트와이스가 함께 진화·성장하는 장기적인 비즈니스 계획을 짜고 있다. 
 
스프리스가 직접 브랜드를 론칭하지 않고 GV를 세운 것 역시 해외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보다 신속하고 적극적인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기존의 덩치가 큰 조직보다는 해외시장에 전문화된 작은 조직을 새로 만드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GV도 벤처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현재 김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스프리스는 100% 국내 사업만을 진행하고 있다. 독자적인 회사인 GV를 통해 스프리스가 펼치는 국내 사업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 깔려있다.
 
GV가 성공적으로 해외시장에 안착할 경우 이를 교두보로 활용해 스프리스와 레스모아 등 다른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사장으로서는 직접 런칭한 브랜드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점 이외에도 GV를 통해 금강제화 그룹의 해외진출 길을 열어야 하는 과제도 갖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중국 내 한국 연예인의 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국내 패션업체의 중국 시장 진출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성공적인 해외진출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GV측도 특정 국가를 지목하는 대신 해외진출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김 부사장도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 벤처기업 형태의 회사에 참여한 것"이라고 말하며 전면에 나서기를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김 부사장과 아버지인 김성환 회장 사이의 불화설도 돌았던 만큼 김 부사장은 이번 브랜드 론칭에서 믿음을 줄만한 경영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욱 JYP엔터테인먼트 대표(무대 왼쪽 두번째)와 김남호 GV 대표(무대 왼쪽 세번째)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브랜드 '트와이스'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걸그룹 트와이스와 함께 질의응답에 답하고 있다. 금강제화 오너 3세인 김정훈 스프리스 대표이사(부사장·왼쪽 원)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스프리스·뉴스토마토)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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