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u)"부모가 헌신할수록 아이들은 불행해진다"
프랑스 육아법 "혼자 문제 해결하게 놔둬라"
2016-08-16 06:00:00 2016-08-16 08:52:51
[뉴스토마토 윤다혜기자] 부모에게 대들거나 식당에서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우며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프랑스 육아법이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육아과정에서 별다른 충돌이 존재하지 않는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국민 모두가 공유하고 상당 부분 동의하는 기본원칙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런 이유로 프랑스에서의 육아는 한결 편안하고 협력적인 양상을 보인다. 국가별로 다르기는 하지만 육아에 대한 고민과 부작용이 대부분 국가의 부모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어려움인 것을 고려해보면 프랑스의 이같은 육아 문화는 분명 혁신적이다. 왜 프랑스에서만 유독 이런 차이를 보일까? 월스트리트 저널의 기자인 파멜라 드러커맨이 쓴 책 '프랑스 아이처럼'을 통해 그 이유를 짚어봤다.
 
프랑스 엄마들은 자신의 일상을 자녀를 위해 송두리째 바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헌신하는 엄마는 불행한 아이를 만들 뿐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아이를 키우는 구조 자체도 우리나라와는 완전히 다르다. 프랑스 부모들에게 자녀에 대한 훈육방법을 물어보면 그들은 무슨 의미인지 알아듣지 못한다. 프랑스에서는 훈육이라는 개념이 처벌과 관련된 사문화된 협소한 범주로 통용되기 때문이다. 반면 교육은 학교만이 아니라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그들은 특별한 육아철학 따위 없이 그저 아이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뿐이다. 프랑스 양육에서 우리나라와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 바로 권위다. 많은 프랑스 부모들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고 차분한 권위를 보여준다. 아이들은 부모 말을 정말 잘 듣는다. 쉴 틈 없이 내달리지도 않고 말대꾸를 하지도 않는다. 질질 끌어대는 협상을 시도하지도 않는다. 대체 프랑스 부모들은 어떻게 이런 일을 해내고 있는 걸까?
 
프랑스인들은 '해도 되는 일'과 '해선 안 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다. 그 차이는 모래놀이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보통 우리나라 부모들은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을 지켜보며 모래놀이터 경계턱 위에 앉아 엄마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벗어나 밖으로 뛰쳐나가기라도 하면 뒤쫓아 꾸짖고 끌고 오기를 반복한다. 엄마들과 대화를 나누기는 커녕 아이에게 금방 지칠 수밖에 없다.
 
프랑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더 '엄격하게' 놀이터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해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이 뒤를 쫓아다니며 말리기만 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 '엄격하게'는 '모래놀이터에서 벗어나면 안 돼'라는 말을 더욱 강하게, 힘을 실어서 진심으로 믿으며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더욱 확신을 갖고 말해야 아이가 말을 듣는다. 프랑스 부모들은 양육에 있어서 스스로 갈등하지 않고 확신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이가 물건을 사달라고 떼를 쓸 때도 같은 방법이 적용된다. 다만 '나는 돈을 가진 사람, 너는 없는 사람' 하는 식의 권력 우위를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대신 '너는 이 물건을 가질 수도 있고 안 가질 수도 있다'는 식으로 도덕적 근거를 대며 설득해야 한다.
 
프랑스 부모들은 아이도 많이 낳는다. 이웃 국가들은 인구 감소로 고심하지만 프랑스는 오히려 베이비붐을 겪고 있다. EU 국가 중에서 프랑스보다 출산율이 높은 나라는 아일랜드뿐이다. 프랑스 출산율이 높은 이유는 훌륭한 복지서비스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즐거움은 배가시키고 스트레스는 줄여주는 온갖 공공서비스가 준비돼 있다. 보육기관은 무료이고 건강보험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대학에 보내기 위해 목돈을 마련해둘 필요도 없다. 오히려 많은 이들이 단지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매달 은행계좌로 꼬박꼬박 현금수당을 받는다.
 
프랑스 정부가 육아를 제공하고 보조함으로써 프랑스 엄마들의 삶은 확실히 편안해졌다. 그러나 그런 여유 있는 삶을 만드는 주체는 프랑스 엄마들 자신이다. 엄마와 아이가 모두 모여 노는 미국식 놀이그룹과 달리 프랑스에선 한 집에 아이들만 데려다줄 뿐 부모는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그 시간에 각자 할 일을 한다. 생일파티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국은 파티 내내 엄마가 참여해 몇 시간이고 사교를 한다. 누구도 사실대로 말하지 않지만 자기 아이가 안전한지 지켜보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프랑스에선 만 3세만 돼도 부모가 배석하지 않는다. 엄마가 없어도 잘 놀 거라고 믿는다. 부모는 보통 파티 끝 무렵에 다시 와서 샴페인을 한 잔 하거나 다른 부모들과 허물없이 대화를 나누는 정도다. 아이들에게 헌신할 때는 헌신하지만 손을 뗄 때는 확실히 떼는 것이 프랑스식의 육아법인 것이다.
 
프랑스의 많은 부모들은 이와 같이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방식의 양육을 하고 있다. 아이를 그냥 내버려두는 원칙은 프랑스 양육의 수호성인 '프랑수아 돌토'로부터 유래한다. 돌토는 아이 스스로 헤매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혼자 안전하게 놔두라고 말한다. 돌토의 책 '아동기의 주요단계'는 이렇게 묻는다. "왜 엄마가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하는가? 아이가 설령 아침에 혼자 옷을 갈아입고 신발을 신느라 시간을 다 써버려도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는 데 꽤나 흡족해한다. 스웨터를 거꾸로 입거나 바짓가랑이가 서로 꼬여 있거나 동네 골목을 휘젓고 다녀도 무척 행복하다. 아이가 엄마를 졸졸 따라 시장까지 같이 나서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한결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프랑스 엄마들도 때론 죄책감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세상에 완벽한 엄마는 없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프랑스 여성들이 이렇게 죄책감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24시간 아이와 함께 있는 것이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는 확신 덕분이다. 그들은 지나친 관심과 걱정으로 아이들을 짓누르고 엄마와 아이의 욕망이 뒤얽혀 끔찍한 관계의 융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믿는다. 아이는 엄마의 개입 없이도 스스로 내면의 삶을 일구어가야 한다. 그 명제가 충족되는 곳이 바로 프랑스이며, 프랑스만의 육아법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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