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실증 및 보급 단계를 지나 확산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전국 13개 지역에서 8개 컨소시엄이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웃지 못 할 해명자료다. 당시 한 매체가 제주 구좌읍에 위치한 첨단 스마트그리드 시설이 대부분 철거되거나 내버려졌다는 점에 주목, 정부가 스마트그리드 관련 사업 자체를 중단하거나 방향 전환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해명이었다. 현재 국내 에너지신산업의 위상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기도 하다.
국내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MB정부의 녹색성장 전략과 궤를 같이하며 2009년 이후 본격화됐다. 2009년 12월부터 2013년 5월까지 제주 구좌읍에서 실증사업을 진행했으며, 2013년 8월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서 사업모델을 구현한다는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계획대로라면 지난해부터 추진되었어야 할 확산사업이 올해에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자, 급기야 이 같은 보도까지 나왔다.
스마트그리드는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스마트가전,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양한 에너지신산업들이 연계돼 있다.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이 지연될수록 연계된 해당 산업들 역시 시장에서 빛을 보기 어렵다. 결국 속이 타들어가는 것은 참여기업들이다. 컨소시엄에는 한국전력을 포함해 SK텔레콤, KT, 현대중공업, 포스코ICT, LS산전, 현대오토에버, 짐코 등 유수의 기업들이 이름을 올린 상태.
사업이 지체되면서 경제성마저 불확실하다는 평가까지 따라붙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 의뢰를 통해 진행한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사업계획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확산사업 모델 6개 중 3개에 낙제점을 부여했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총 사업비 8764억원에 대해서도 3722억원으로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KDI는 전기요금제의 다양화와 신규 판매사업자의 허가, 요금납부방법, 계량정보의 관리, 소비자보호 등 추가 제도 마련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에 최적화된 스마트그리드 구현방식을 도출하는 한편 단위사업들의 구체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총 3년간 5668억원을 투자해 전국 13개 지역에 스마트그리드 확산사업 추진을 강행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그리드 사업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 정책을 믿고 에너지신산업에 대한 선제적 대규모 투자를 이미 완료한 상태"라며 "사업이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답답한 상태인 데다, 사업이 실행된다 해도 경제적 기준에 미흡하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어 정부에 대한 원망이 커질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이미 손을 털고 떠난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13년 미국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했고, 삼성SDI는 2014년 태양전시사업에서 발을 빼며 태양광 사업을 완전히 털어냈다. SK의 경우 2014년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태양광 전지 자회사 헬리오볼트를 매각한 데 이어, 올해 SKC솔믹스가 태양광 잉곳·웨이퍼 사업 철수를 검토 중에 있다. 한때 전세계 10대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업체였던 넥솔론은 현재 법정관리 상태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도 태양광 사업을 KCC에 떠넘기며 전면 중단했다. 폴리실리콘 세계 3대 업체 중 하나인 OCI는 과잉공급에 허덕이며 재무사정이 불안정해졌다.
한 태양광 업체 관계자는 "MB정부 당시 녹색성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다보니 여러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며 태양광 사업 등 에너지신산업에 뛰어들었다"며 "결과적으로 현재 사업이 이같이 악화된 것을 보면 장기적 안목 없이 진행된 정부 정책에 기업들이 책임을 떠안은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냉철하게 말하면, 현재와 같은 정부 정책 속에서 향후 살아남을 국내 태양광 업체들은 정말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업들은 더 이상 정부 정책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살아남는 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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