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배우 공유 "'부산행'의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았다"
국내 첫 좀비물 '부산행'에 과감한 도전…'천만 배우' 목전
"내가 더 돋보이는게 두려웠다"
입력 : 2016-07-25 10:35:56 수정 : 2016-07-25 10:35:56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부산행'은 국내에서는 불모지와 다름없던 장르인 좀비물을 표방한다대규모 상업영화로는 최초로 제작되는 터라 기술적인 면부터 스토리구성 등 여러 가지 면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작품이다아울러 실사영화로는 검증된 적 없는 연상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뭇 여성들로부터 '공유하고 싶은 남자'로 사랑받는 배우인 공유 입장에선 굳이 도전할 필요가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하지만 공유는 작품의 재미와 연상호 감독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로 선뜻 도전에 나섰다그리고 그 결과물은 폭발적인 흥행과 더불어 평단과 관객의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다현재 추세라면 올해 첫 천만 영화가 될 확률이 높다그렇게 되면 영화 '도가니'로 460만의 최고 스코어를 갖고 있던 공유의 개인 기록도 깨는 셈이다일명 '천만 배우수식어를 목전에 두고 있는 공유를 최근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만나 '부산으로 가는 길'에 쌓인 이야기와 속마음을 들어봤다.  
 
배우 공유. 사진/NEW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았다"
 
공유는 수년전 우연한 계기로 '부산행'의 시나리오를 받았다. 국내에서 좀비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애니메이션 전문 감독으로 이름을 알린 연상호 감독의 입봉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느낌표라기보다는 물음표에 가까운 궁금증이었다고 한다. '모 아니면 도'라는 생각에 연 감독과 미팅을 했다. 공유는 당시 연 감독의 언행이 지나치게 신선했다고 밝혔다.
 
"연 감독님은 정말 말도 안되는 자신감이 있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을 정도였다.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사실 실사영화는 해본 적이 없는데, '잘 될 것'이라고만 하면서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게 이상하게 유쾌했고, 끌렸다.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 본 적 없는 새로운 부류였다. 그 유쾌함이 촬영현장에서는 신뢰감으로 바뀌었다."
 
공유는 연 감독에 대해 현장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고 즐겁게 끌고 가면서, 배우들이 힘들어할만한 지점을 정확히 꿰뚫고 배려하는 감독이라고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연출에 대한 믿음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고 한다. 연 감독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지면서 공유는 자신보다는 작품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공유가 맡은 석우는 성장논리에 익숙한 펀드매니저다. 이기적인 태도가 몸 깊숙이 베 있다. 그런 그가 자신이 무시해왔던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서 인간적으로 성숙해지고, 끝에 가서는 이타심을 보인다. '부산행'에서 유일하게 성장스토리가 있는 인물이다. 공유는 자신이 돋보이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이런 영화에서 한 명 쯤은 변화하는데, 여기서는 그게 석우였다. 개인적으로 석우의 역할은 인물들을 하나씩 설명해나가는 사회자라고 봤다. 석우의 감정이 조금이라도 넘치면, 굉장히 튀어오를 것 같다고 예상했다. 현장에서 감독님과 조율하는데, 크게 고마워하더라. 히어로 같은 캐릭터가 아니길 바랐고, 작품과 상관없이 내가 더 돋보이는게 두려웠다. 그러면서 소위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많이 잘랐다. 그러면서 영화도 석우도 담백해진 것 같다. 지금 '신파'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전에는 더 심했다."
 
공유. 사진/NEW 
 
'부산행'에서 다시 되새긴 선과 악, 그리고 공포
 
극중 석우는 절대 멋있는 아버지가 아니다. 석우의 딸 수안(김수안 분)이 다리가 아픈 할머니 인길(예수정 분)을 위해 자리를 양보하자 "여기서는 너만 생각해야돼"라며 호통을 치는 모습만 봐도 석우의 이기심을 알 수 있다. 중·후반부에서는 좀비가 발발한 원인에 석우가 일부 일조한 부분까지 드러난다. 영화가 끝난 뒤, 석우가 마지막까지 좀비와 싸웠음에도 결코 멋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석우에 애정을 깊이 쏟았던 공유는 "그렇게 나쁘게만 바라보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석우의 성장이기도 하다. 초반부 엄마한테도 굉장히 싸가지 없게 하고, 딸한테도 잘못된 걸 가르치고 그런다. 내 생각에 석우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일에 미쳐있는 인물이라 생각했다. 그 미쳐있는 게 본인만을 위한 욕심 때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리네 가장들이 늘 겪고 있는 가정을 위한 '일 욕심'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이혼 위기까지 몰고 오지만, 관계를 맺는 데 서툰 것이지 나쁜 놈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그리고 자신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석우가 생각했겠냐. 석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이해가 된다."
 
그러면서도 공유는 용석(김의성 분)에 대해서는 '절대악'이라고 표현했다. 용석은 '부산행' 내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이기심의 끝에 있는 사람이다. 이 역할을 연기한 김의성의 안위가 걱정될 정도다.
 
"아무리 봐도 용석이는 너무 나쁘다. 물론 어떤 상황이 발발하면 내가 용석 같은 사람이 될 수 있겠지만, 어떻게든 그런 사람은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싶다. 석우는 조금 이해가 되는데, 용석은 정말 아니다."
 
수 많은 장면이 인상에 남지만 가장 선명히 떠오르는 지점은 후반부 15번 칸에서 발생한 충돌 시퀀스다. 자신의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좀비를 뚫고 힘겹게 15번 칸까지 온 석우 일행을 향해 용석을 중심으로 한 군중이 "이들이 감염이 됐을지도 모른다"며 내쫓는 장면은 현대인의 이기심을 단면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 날카롭게 폐부를 찌른다. 공유는 그 장면을 연기하고 나서 처음 느끼는 감정은 아니었다고 했다.
 
"그 신을 다 찍고 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 결코 새롭지만은 않았다. 내가 그 감정을 삶 속에서 느낀 적이 있었던 거다. 같은 상황은 아니더라도 그렇게 무시 받았던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서글프고 화가 나면서 마음이 무겁고 더러웠다. 단편적으로 표현하기 힘들다. 그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싶지 않았던 기분이었다. 연기를 하면서 다시금 '공포'와 이기심을 깨닫게 됐다."
 
'부산행' 촬영 현장의 배우 공유와 마동석, 최우식(왼쪽부터). 사진/NEW

부산으로 가는 길에 정을 나눈 사람들
 
'부산행'의 또 다른 장점은 다양한 인물들이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공유를 비롯해 마동석, 정유미, 김수안, 최우식, 안소희 그리고 '나쁜 놈' 김의성까지 개개인의 색깔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특히 공유는 마동석과의 진한 브로맨스를, 정유미와는 멜로에 대한 기대감을, 김수안과는 따뜻한 부성애를 그렸다. 공유는 부산으로 가는 길에 이들과 정을 나눈 데 대해 기쁘게 생각했다.
 
"'부산행'에서 동석이형과의 브로맨스를 많이 얘기한다. 내  몸의 기초공사를 다져주신 분이 동석이형이다. 이렇게 한 작품에서 만나서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동석이 형 덕분에 직·간접적으로 내 연기도 좋아졌다. 유미씨는 연기를 정말 잘하고, 나이스하다. 많은 분들이 다음에 멜로나 로맨스 작품에서 같이 연기를 하길 바라는데 나도 그런 욕심이 생긴다."
 
공유는 딸로 나온 김수안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연기력을 갖췄다는 김수안으로부터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수안이였기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뛰어넘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수안이만이 가진 에너지가 있는데 내게 큰 힘이었고,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렇게 연기를 알아서 잘해주고, 내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데 안 고마워할 수가 없다. 상대 배우에게 아쉬움이 들 때도 있는데, 수안이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상대 배우였다. 개인적으로 초반부를 연기할 때 수안이와 가깝지 않은 모습을 보여야 했기에 무심한척 하고 거리를 둔 게 있었다. 후반부에도 너무 감정이 격해질까봐 더 사랑해주지 못했다. 그점이 좀 미안하다."
 
'부산행' 홍보 일정이 끝나면 공유는 곧바로 9월 개봉 예정인 영화 '밀정' 홍보에 돌입한다.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함께 한 작품이다. 올해 최대 기대작 중 하나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김은숙 작가의 새 드라마 '도깨비'에도 나온다. 2016년을 '공유의 해'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유는 짐짓 웃으며 "작품복과 인복이 동시에 들어오고 있다"며 말했다. 그리고는 "'밀정'에서는 또 다른 저를 보여줄 거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공유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깊게 서려 있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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