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4위먼 도미닉'에서 '1위먼 도미닉'이 되기까지"
입력 : 2016-07-20 09:11:00 수정 : 2016-07-20 09:11:00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엠넷 '쇼미더머니5'('쇼미5') 프로듀서 공연이 끝난 뒤 래퍼 사이먼 도미닉(쌈디)은 네 손가락을 피며 "4위먼, 4위먼 도미닉 앤 그레이"라고 말했다. 프로듀서 공연에서 4위를 하고 자존심이 상한 얼굴이 그대로 방송된 다음 유머러스하게 자신을 디스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엿보였다.
 
이후에도 쌈디는 팀이 추락하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실수가 없어야 하는 '디스 배틀'전에서 쌈디·그레이 팀의 원과 G2가 가사를 잊어버리며 완패했고, 원과 샵건이 맞붙은 팀 배틀에서도 패배했다. '4위먼 도미닉'으로 힙합 팬들의 놀림거리가 된 뒤에도 패배가 계속되자 쌈디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져갔다. 그 얼굴이 브라운관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럼에도 우여곡절 끝에 쌈디는 우승자의 프로듀서가 됐다. 쌈디 팀의 마지막 팀원이었던 비와이가 결승까지 최고의 무대를 꾸몄고, 결국 우승을 거머쥐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던 상황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종의 역전드라마를 썼다. 그리고 '쇼미5' 최후의 승자 쌈디를 지난 19일 서울 신사동 한 소재의 커피숍에서 만났다. 3개월간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인생의 쓴 맛과 단 맛을 제대로 느낀 그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사이먼 도미닉. 사진/엠넷
 
"비와이는 구원자였다"
 
비와이와 쌈디의 만남은 프로듀서 공연 끝난 직후에 시작된다. 자신이 4위를 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그는 4위가 된 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다. 자신의 화난 기분이 그대로 방송에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속 욕을 했다고 했다.
 
그래도 상처는 연속됐다. 자신의 팀에 오길 바랐던 해시 스완마저 다른 팀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쌈디는 '쇼미5'는 서바이벌이 아닌 예능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자존심이 상해있는데, 해시 스완마저 딴 팀에 갔어요. 그 때 완전히 마음을 놓으려고 했어요. '진짜 예능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던 중에 비와이 하나만 남았는데, 저는 이미 포기했었어요. 비와이가 뭐가 아쉬워서 저희 팀에 오겠냐 싶었죠. 근데 그레이가 한 표 남은 거 비와이한테 써보자고 해서 쓴 거였어요. 기대도 안 했었죠."
 
그레이의 제안이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비와이가 쌈디를 선택하고 통로를 들어오는 순간 쌈디는 비와이의 등 뒤에서 후광을 느꼈다고 했다.
 
"(비와이의) 후광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구세주였어요또 구원자였어요. 다른 멤버들도 다 좋은 멤버들인데 결국 우승자는 비와이 아니면 씨잼이란 얘기가 많았거든요. 사실 비와이는 저를 싫어할 줄 알았어요. 비와이도 제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대요. 그런데 같이 지내다보니까 정말 괜찮은 친구란 걸 알았고, 음악을 떠나서 옆에 있고 싶은 친구예요. 성격이 정말 잘 맞고, 아무리 작업을 늦게까지 해서 힘들어도 비와이와 조금만 얘기하면 기분이 다 풀려요."
 
사이먼 도미닉. 사진/엠넷
 
"나이를 먹으니 눈물이 많아지네요"
 
기적같이 비와이를 얻었지만, 쌈디의 마음고생은 이어졌다. 계속해서 팀원들이 탈락하는 아픔을 맛봐야만 했다. 초반 강한 자신감은 그의 얼굴에서 사라져만 갔다.
 
"'쇼미5'는 매 회마다 희노애락의 연속이었어요. 방송은 방송이라서 크게 신경 안 쓰려고 했는데, 사람이다 보니까 이어지는 패배에 마음이 너무 불편했어요. '괜히 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쌈디는 "방송은 방송이니까"라고 했지만, 그를 처음부터 지켜본 최효진 PD는 그의 진정성을 높이 평가했다. PD에 따르면 쌈디는 새벽을 가리지 않고 PD와 논의하고, 그레이와 함께 비와이의 곡을 작업했다. 감정적으로 힘들 때도, 비와이가 승승장구를 할 때도 쌈디는 늘 최선을 다했다는게 최 PD의 설명이다.
 
이후 개인 배틀 전에서 오랜 내리막길 끝에 비와이가 'Foever'로 길·매드 클라운 팀 소속으로 '호랑나비'를 부른 보이비를 눌렀다. 오랜 기간 쌓여온 승리에 대한 갈증이 해소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비와이가 무대를 완벽히 꾸며준 덕분일까, 쌈디는 비와이의 무대가 끝나고 눈물을 흘렸다.
 
늘 활발하고 강해보이던 그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그간의 마음고생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날 쌈디는 당시의 눈물을 '기쁨의 눈물'이라고 표현했다.
 
"20대 때는 눈물이 없었어요. 센 척을 많이 했어요. 힘들어도 슬퍼도 얘기 안 했어요. 점점 그게 안 되고 감정에 솔직해지네요. 눈물이 많아졌어요. 그 눈물의 의미는… 저희가 정말 많은 밤을 새가면서 섬세하게 음악을 작업했고, 정말 신경을 많이 썼어요. 다른 팀도 그랬겠지만, 고생을 정말 많이 했어요. 완벽히 무대를 마치는 비와이를 보면서 그간 고생한 게 밀려왔어요. 비와이가 리허설 때 가사를 틀려도 그냥 비와이를 믿었어요. 그리고 제 믿음에 이상 가는 무대를 보여주니까, 그래서 눈물을 흘렸어요."
 
사이먼 도미닉. 사진/엠넷
 
"매일 출근하는 래퍼가 되겠다"
 
비와이가 우승자가 되는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쌈디 역시 얻은 바가 적지 않았다. 그간 '쇼미5' 제작진의 갈구에도 불구하고 쭉 출연을 거절해왔던 그는 적극적인 삶을 원해 출연을 결심했다. 그 결심으로 인해 '성실함'을 배웠다고 했다. 그리고 매일같이 '출근하는 래퍼'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쭉 출연을 거절하다가 이번에 출연을 하겠다고 선택한 이유는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살기 위해서였어요. 가장 좋았던 점은 1~2주에 한 번씩 음원이 나와야 하는데, 그 작업과정에서 매일 그레이의 녹음실로 출근을 했던 거였어요. 눈 뜨면 출근하고 작업하고 아침에 들어오고, 다시 눈 뜨면 출근했어요. 사실 제가 꿈꿔오던 삶이에요. 음악인이 매일 출근하면 정말 훌륭한 곡을 쓰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제가 정말 게을러요. 근데 그 게으름이 없어진 거 같아요. 실제로 여전히 규칙적인 삶을 살고 출근을 매일 같이 하면서 정규앨범을 준비하고 있어요. 다시는 방구석에서 앨범 작업하겠다는 핑계로 활동을 안 하고 그러지 않으려고요."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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