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주택이나 전세금을 담보로 신협 등 금융기관에서 불법 대출을 받은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고은석)는 지난 4년간 약 323억원을 불법으로 대출한 브로커, 부동산업자, 신협 직원, 법무사사무소 사무장 등 9명을 적발해 이중 5명을 특정경제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31일 밝혔다.
이들은 실제 전세로 임차된 주택을 월세로 임차된 것처럼 월세계약서를 위조해 선순위 채권액을 줄이는 방법으로 주택담보가치를 높여 담보대출을 받거나 전세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해 허위의 전세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혐의다.
예를 들어 전세금 1억3000만원인 주택을 1억3500만원에 매수하면서 대금은 500만원만 지급하고, 전세금반환채무를 승계하면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은 1억3500만원에서 선순위인 전세금 1억2000만원을 공제한 500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월세보증금 2500만원, 차임 월 85만원에 임차된 것처럼 월세계약서를 위조하면 대출할 수 있는 금액은 1억3500만원에서 선순위 월세보증금 2500만원을 공제한 1억1000만원이 되는 방식이다.
주택 가격이나 전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고액이 대출된 사실을 알게 된 세입자가 월세계약서가 위조된 것을 확인해 신협에 항의하거나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자 이들은 전세금 담보대출 사기로 범행 수법을 전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A신협에서 약 299억원(미회수 금액 약 218억원), 4개의 제2금융권에서 24억원 등 총 323억원을 불법으로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A신협 부장 김모(60·여)씨와 과장 고모(38)씨 지난 2012년 10월 불법 대출 규모가 10억원에 달하던 시점에서 범행을 인식했음에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등이 이후 약 4년간 총 267회에 걸쳐 불법 대출을 승인해 현재 미회수된 A신협의 불법 대출액 규모는 218억원에 달해 전체 대출금의 84%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고씨가 불법 대출의 대가로 받아 보관하고 있던 현금 1억500만원(5만원권 21다발), 수표 1100만 원(100만원권 11장) 등 총 1억1600만 원을 압수했고, 재판 절차를 거쳐 이를 피해자에게 반환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금융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불법 대출 관행이 근절될 때까지 지속해서 수사 활동을 전개해 엄단하는 등 서민생활 침해사범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국민경제 안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범행 조직도. 사진/서울서부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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