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긴 깠는데"…허점투성이 '회계 투명성 방안'
건설사들, 개별 사업장 미청구공사 규모 공시
비밀 유지 계약·공시 기준 등 빈틈
입력 : 2016-05-18 16:47:52 수정 : 2016-05-18 17:20:44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건설업체들이 분기보고서를 통해 개별 사업장의 공정률과 미청구공사 규모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되는 미청구공사에 대한 민낯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제도적 맹점과 미처 정립되지 않은 기준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미청구공사는 공사 진행 기준에 따라 앞으로 받게 될 대금을 계산해 선반영하는 회계 인식 방법이다. 실제로는 현금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일단 향후 얼마를 받게 될 것이라고 예상해 매출액으로 잡는 것이다.
 
문제는 나중에 발주처에 청구할 때 유가나 환율 문제로 실제 금액과 다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떼일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별도로 설정하지 않아 대금 회수에 실패할 경우 장부상 영업이익으로 잡혔던 부분이 곧바로 손실로 전환돼 대규모 적자의 원흉이 된다.
 
앞서 지난해 조선사들의 대규모 적자 랠리 역시 미청구공사가 주범으로 지목됐다. 이를 계기로 금융당국이 수주산업 전체의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관련 방안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개별 사업장의 공사 진행률, 미청구공사 잔액, 공사미수금 등이 공시 대상에 포함됐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부터 현장별 정보 공개가 예고됐기에 건설사들도 작년 말부터 원가 변동요인이 발생하면 즉각 비용처리를 통해 실행원가율을 상향해왔다. 회계처리와 예정원가율 산정이 엄격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 때문에 앞으로 회수 가능성이 낮은 미청구공사를 매출액으로 과대 계상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예상치 못한 손실이 일시에 반영되는 '빅 배스'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현황을 공시하면서 발주처와 수주업체간 비밀 유지 계약을 맺은 사업에 대해 현황이 공시되지 않는 점을 아쉬운 사안으로 꼽았다.
 
기업회계기준서에는 계약당사자가 공시에 동의하지 않고 공시했을 때 기업에 현저한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면 공시를 생략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렇게 공시를 생략할 때는 계약별 공시를 생략한 사실과 이유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실제 한 조선업체는 1분기 보고서의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현황을 공시하면서 "2건의 계약이 발주처와의 계약상 이유로 공시를 생략했다"고 밝혔지만, 공시를 생략하게 된 구체적이며 객관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사업장별 미청구공사 현황은 수년 동안 데이터가 쌓여 부실 가능성 예측에 유의미한 정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도중에 발주처와의 계약상 이유로 공시를 생략한다면 데이터 흐름이 끊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회계기준서에 따라 생략했다면 역시 그에 맞춰 생략 원인을 객관적으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이 같은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다면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 도입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뿐만 아니라 분기보고서의 수주 현황을 공시할 때 공시대상 사업장 분류 기준이 건설사마나 제각각 달라 이를 통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준을 정립해야 기업별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가령 한화건설의 경우 계약 잔액이 5억원 이상인 사업장을 공시하지만, 현대건설(000720)은 직전 사업연도 매출액의 5% 이상인 사업장을 공시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는 등 회사마다 기준이 다른 실정이다.
 
이밖에 종전 사업보고서에는 계약시기와 예상 준공시점이 공시됐는데, 여기에 착공일까지 적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 사업장의 경우 본계약 체결 후 금융주선 등의 합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착공이 길게는 1년 이상 늦어지기도 하는 만큼 관련 리스크 파악을 위해서는 착공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규모는 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유가 하락 등으로 공사비 부족 우려가 컸던 중동 지역에서 받지 못한 금액이 전체의 7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동 경기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지금과 같은 저유가 상황이 장기화괼 경우 중동발 미청구공사 대금이 악성 미수채권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의 미청구공사 규모가 낱낱이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제도적 맹점과 기준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대형건설사 중 미청구공사 규모가 가장 큰 현대건설의 UAE 원전 건설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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