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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선호 음료 지속 개발해 편의점 매출 이바지 할 것"
장채윤 세븐일레븐 유음료담당 MD
입사 5년차 '히트상품 제조기'…아이스크림 라떼 개발 주역
"내 입맛에만 맞는 것 경계해야…자기만족 빠지지 않는 MD 되려 노력"
2016-04-18 06:00:00 2016-04-18 06:00:00
[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우유빙수, 마카롱 아이스크림, 수박우유…. 입사 5년차 편의점 상품기획자(MD)가 내놓은 상품들이 잇따라 판매 1위 기록을 세웠다. 이 중 2014년 출시돼 메가 히트를 기로간 '우유빙수 설'은 MD라는 직함을 받고 처음 개발한 상품이었다.
 
장채윤 세븐일레븐 유음료담당 MD는 사내에서 이른바 '히트상품 제조기'로 통한다. 남다른 호기심과 상상력, 특유의 밝은 성격과 도전정신은 회사 내에서도 인정받은지 오래다. 지난해 4월 롯데그룹 밸류 챔피언 어워드 대상으로 선정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부터 2000만원의 상금을 받기도 했다.
 
이런 장 MD가 또 한번 '사고'를 쳤다. 1970~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사랑받아왔던 아이스크림 비비빅과 빠삐코, 더위사냥을 우유상품으로 내놓은 것이다. 장 MD는 아이스크림 라떼 3종의 기획단계부터 모든 개발 과정을 주도해 이들 스테디셀러 아이스크림의 포장부터 맛까지 그대로 살려 300ml짜리 우유팩에 담았다. 장 MD는 또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대만 밀크티 전문점 '공차'와 협력해 국내에서 인기몰이 중인 밀크티 제품 2종을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편의점 디저트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아이스크림과 유음료의 경우 봄·여름철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군으로 꼽힌다. 입사 5년차, MD 경력 3년차의 젊은 '대리'가 앞으로 내놓을 색다른 음료제품은 무궁무진하다.
 
장채윤 세븐일레븐 유음료담당 MD가 자신이 개발한 비비빅·더위사냥·빠삐코 등 아이스크림 라떼 신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코리아세븐)
 
-비비빅·빠삐코·더위사냥과 우유의 만남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조합이다. 이 상품들을 개발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요즘은 상품이 튀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 그동안 딸기, 초코, 바나나맛 가공유가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기 때문에 식상하지 않으면서 매출에도 도움이 되는 가공유 맛을 찾아야 했다.
 
그러던 중 아이스크림 MD로 근무하던 당시 인연을 맺은 롯데푸드(002270) 측과 "빠삐코를 활용해보자"라는 이야기가 오가기 시작했다. 빠삐코라는 기존 아이스크림을 유제품으로 만들어내자는 발상은 여기서 시작됐다. 일단 아이템이 나오니 여러가지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속속 떠올랐다. 빙그레(005180)와 접촉한 것도 같은 시기. 이 때가 지난해 10월 무렵이었다.
 
각 기업마다 갖고 있는 아이스크림을 다 우유와 접목해보자는 생각에 일일이 시음을 해봤다. 아이스크림 제품을 녹여서도 먹어보고, 우유에 섞어 먹기도 하는 등 수 없이 많은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1주일에 2~3번씩, 6~7개월간 지속적으로 시음을 이어갔다.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시음을 이어가는 동안 파트너사마다 샘플 제품을 계속 보내주다보니 사무실에 유음료 MD들이 함께 사용하는 대형 냉장고에는 아이스크림 라떼 개발용 샘플들로 가득찼다. 동료와 선·후배 직원들은 "개인냉장고처럼 쓴다"는 우스갯소리를 건낼 정도였다.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중요할텐데.
 
지금까지 롯데제과나 롯데푸드 등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업만 이어갔다면, 이번 신제품은 '빙그레'라는 외부 기업과의 첫번째 협업이었다. 사실 유음료 MD 발령 전 아이스크림 MD 업무를 맡았던터라 빙그레는 그동안 자주 접했던 친근한 파트너사였다는 점이 도움이 됐다.
 
기업 간 협력은 원활했지만 오히려 개발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았다. '원조 아이스크림' 특유의 맛을 살리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비빅의 경우 우유에 팥을 많이 넣으면 떫은맛이 강해져 본래의 맛이 사라졌고, 너무 적게 넣으면 특유의 맛이 살지 않았다. 이 '황금비율'을 찾는데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오랜시간 걸렸지만 파트너사 빙그레도 자사 상품의 자부심이 걸린 만큼 많이 신경써줬다.
 
-그동안 직접 개발한 제품들을 소개해달라.
 
셀 수 없이 많다. 우선 우유빙수는 당시 유행했던 빙수전문점 상품을 그대로 편의점 제품으로 구현해보자는 취지로 개발했는데 좋은 결과를 보였다. 반년 넘게 고생해서 만든 상품을 2014년 여름에 출시했는데, 길거리에서 내가 만든 상품을 여러 여고생들이 길거리에서 먹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됐다. 뭐랄까, 마치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그 뒤로 만든 상품이 '마카롱 아이스크림'이었다. 이 역시 우유빙수를 함께 만들었던 팀과 협업해 개발한 상품이다. 함께 고생하면서 다져진 팀웍이 있어 개발작업에도 즐겁게 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유음료 담당 MD로 발령 후 개발한 상품이 바로 '수박우유'였다. 수박의 향과 맛을 내기 위한 수박 원물 수급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변질이 잘되는 과일이라서 착즙을 하면 이동과정에서 변질되기 때문에 원물 그대로를 그 자리에서 가공해야만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또 원물 수매 과정도 쉽지 않았다.
 
항상 신상품의 개발 과정에서는 항상 많은 어려움을 겪곤 한다. 회사 내에서도 "장 MD는 고생 안하고 만들면 안될 팔자"는 우스갯소리를 듣곤 한다.
 
-젊은 사원들에게도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화까지 진행되는 걸 보면 회사의 조직문화가 많이 열려있는 것 같다.
 
회사에 가장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아이디어 측면에 있어서는 사원들의 의견을 무한대로 수렴해준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도 "이게 되겠냐"며 핀잔하는 상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편의점의 상품부서는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 조직문화의 특성도 있지만 편의점이라는 시장 특수성도 중요하다. 젊은 고객들의 니즈를 잡아야 성패가 갈리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임원뿐만 아니라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이사까지 적극적으로 색다른 아이디어를 개진해준다.
 
개인적으로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일을 많이 저지르는 편이다. 때문에 뒷수습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실패의 두려움을 접고 일단 시작해봐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정 대표이사도 해보지도 않고 '안될거야'라고 생각하는 것을 지양하라고 자주 이야기한다. 어찌보면 회사와도, 대표이사와도 코드가 잘 맞는 것 같다.
 
-성공사례 못지 않게 실패 경험도 많을텐데.
 
지난해 여름 열대과일을 섞어 만든 음료상품을 출시한 적이 있다.
 
개발 과정에서 맛이 너무 만족스럽게 잘 나왔다. 성공할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상품개발을 진행했다. 시중에 출시된 후 소비자 반응은 전혀 달랐다. 호불호가 강하게 나뉜 것이다. 분명 '내 입맛'에는 맞았는데, 누군가의 입맛에는 극단적으로 싫었던 것이다. 열대과일의 특수성을 잘 몰랐던 것이다.
 
이 실패로 큰 배움을 얻었다. MD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내 입맛에만 맞는 것'이라는 점이다. '내 입맛'이 객관적이지 않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상품을 개발하려 한다. 내 만족에만 빠지지 않도록 경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세븐일레븐 전체 매출 중 음료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우선 가공우유 매출을 더 높이는데 일조하고 싶다.
 
MD를 하면서 어떤 카테고리를 맡더라도 소비자들이 찾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여성고객을 끌어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진한 초코우유보다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차음료나 주스 등을 개발하고 싶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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