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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개방과 평등, IT 사회적기업 1호 '웹와치'의 존재이유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장애인 고용도 병행하며 '지속성장'
"웹의 기반은 개방, 모두에게 평등한 웹 접근성 꿈꾼다"
2016-04-14 14:06:09 2016-04-14 14:06:45
'웹와치'는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출자한 사회적기업으로,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의 웹사이트 개발과 웹 표준 및 웹 접근성 진단, 컨설팅, 인증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2009년 예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고, 2010년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IT 분야 사회적기업 1호다. 특히 장애인, 고령자 등 정보 취약계층의 웹·모바일 접근성 개선을 기술적으로 보장함으로써 정보 접근권 향상에 기여함과 동시에 지속성장을 통해 장애인 IT 인력에 대한 고용을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진단 솔루션 개발 등 과감한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도 성장하고 있다. 웹 접근성 분야에서 구축한 명성을 토대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 등 더 넓은 분야에서 정보 접근성 진단·컨설팅 및 인증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웹 접근성 관련 국제기구 참여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접근성 분야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전진 중이다.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웹와치는 2006년 모법인 한국장애인인권포럼이 우리나라 최초로 웹 접근성 실태 조사를 실시하면서 사업의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국내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웹 접근성 조사였다.
 
이후 사회적으로 장애인도 홈페이지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싹트기 시작했고,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기면서 웹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조성됐다. 이때 사업도 본격화됐으며, 2009년에는 웹와치 사업단이 발족됐다.
 
웹와치는 행정자치부 전자정부 웹 접근성 개선 사업 시 접근성 지표로 인정받은 진단 지표를 시작으로 웹 접근성 진단 방법과 지표, 평가와 자동평가 보고서 등을 개발했다. 2010년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2013년에는 민간 인증기관 중 최초로 인증 500건을 돌파했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웹 접근성 품질인증기관으로 지정됐다.
 
이범재 웹와치 대표(사진)는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전반적인 웹 접근성이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법적·제도적 환경은 개선되고 있다"며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이 개방성을 제창하면서 만들어졌듯 웹 평등성 원칙을 발전시켜 장애인도 고르게 기회를 누릴 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인인 만큼 장애인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그였다. 특히 그가 말하는 '개방성'과 '평등성'은 사업의 철학이자, 웹와치의 존재이유였다.
 
 
"수익보다는 웹 접근성 시장 확대가 중요해"
 
웹 접근성은 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사람이 아무 제약 없이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다. 웹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과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비즈니스 모델로 정착했다.
 
웹와치의 수익 모델은 웹 접근성에 대한 컨설팅과 인증마크를 부여해 나오는 수수료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 초기에는 적자였지만 2011년 손익분기점에 도달했고, 웹 접근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13년 25억원 규모의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3년 말 정보화 기본법이 개정되면서 주력사업 중 하나인 컨설팅 업무에 제동이 걸렸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웹 접근성 정부 마크를 만들면서 정부 위탁기관의 경우 정부가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평가하는 위탁기관 업무만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이 대표는 "수익성이 높은 컨설팅 업무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2014년과 지난해에는 매출이 17억~18억원 정도로 역성장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단순한 수익보다는 웹 접근성을 사회적으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사업의 안정성을 위해서도 정부 위탁기관이 되는 것이 좋을 것으로 판단해 당장의 수익을 과감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다행히 올해 실적은 지난해보다 소폭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웹 접근성에 대한 필요성을 모두가 인식하면서 관련 시장 자체가 조금씩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현재 인증 심사만 하고 있지만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늘어날 것"이라며 "지금 속도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대략 2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웹에서 앱으로접근성 무게중심도 옮겨가야"
 
2013년 말까지 웹와치로부터 인증을 받은 업체는 1000개 정도다. 또 2013년 이후 웹 접근성 인증을 받은 사이트는 연간 2000개 정도에 달한다. 1년 단위로 이뤄지는 웹 접근성 인증은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 지침 2.0' 인식의 용이성, 운용의 용이성, 이해의 용이성, 견고성 확보 등 4개 원칙, 13개 지침, 22개 검사 항목을 토대로 총점 95점 이상을 받아야 부여된다.
 
웹 접근성을 받는 사이트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웹은 화려하고 기술력도 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며 "다행히 민간 업체들이 웹 접근성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정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최근에는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웹 접근성의 근간을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축이 웹에서 앱으로 이동하듯, 웹에 쏟은 기술력과 경험을 앱으로 발전시켜 모든 사물과 공간에 접근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넓혀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웹에서 앱으로 사람들의 인터페이스가 옮겨가고 있다"며 "앱에서의 접근성 문제도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하드웨어 제조사, 운영체제(OS) 종사자들, 앱 프로그래머, 통신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앱 접근성을 안정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앱 접근성이 웹와치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 대표는 "웹 접근성 시장은 사회적 기조가 만들어지면서 안정화 단계에 이르렀지만, 앱 접근성은 아직 기술적으로 발전하는 수준"이라며 "현재 전체 매출 중 5~10%를 앱 접근성 분야에서 올리고 있는데 이쪽을 장기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우위를 확고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앱시장 매출이 웹시장 매출에 근접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웹와치 직원이 웹 접근성 평가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웹와치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서비스…장애인 고용도 '함께'
 
웹 접근성 평가는 웹 접근성 지침 준수 여부를 따지는 전문가 평가와 장애인 당사자가 실제 사용 가능한지 평가하는 사용자 평가로 구분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용자 평가다. 장애인 당사자가 웹 접근성 평가에 직접 참여, 최대한 장애인이 웹 접근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웹와치는 현재 임원을 포함해 총 24명이 근무 중이며, 이중 장애인은 과반인 14명에 이른다. 다수가 사용자 평가를 하는 중증의 시각 장애인이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지론이다. 그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서 일하는, 전문성을 지닌 사회적기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강한 힘이 실렸다.
 
제2의 웹와치를 만드는 것도 그의 장기적 목표 중 하나다. 그는 "웹 접근성 품질인증기관에 머무르지 않고 제2, 제3의 웹와치를 꿈꾸는 사회적기업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발굴·육성하는 것도 꿈"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첫 사업으로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용역을 받아 '장애인 사회서비스 전문형 사회적 경제조직 발굴·육성'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웹와치 건물 4층에는 인큐베이팅센터가 있다"며 "장애인 식단, 생활, 체육활동 등 전문화된 서비스 케어 분야인 '장애인 건강 관련 산업'과 '장애인 교육기관산업' 등 두세 가지 분야의 사회적기업을 만들고자 한다"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장애인 자력으로, 장애인도 평등한 사회 조성에 기여하는 것. 웹와치의 발걸음 하나하나에 담긴 힘이다.
 
2016년 상반기 웹와치 워크샵 진행 모습. 사진/웹와치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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