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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시기 늦춰지고 겹치고…법정관리 건설사들 '속앓이'
매각일정 겹칠 경우 협상력 약화, 가격 등 조건 불리
2016-03-07 14:50:30 2016-03-07 14:50:30
[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매각작업을 준비 중인 법정관리 건설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매각작업에 실패한 건설사들이 일제히 매각에 나서면서 시장에 풀린 매물이 늘어난 데다, 법원 인사철로 인해 매각시기가 늦춰지면서 매각실패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대출규제가 강화되고 미분양 공포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서둘러 매각작업을 마무리하려는 건설사로서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현재 동부건설(005960), 우림건설, 성우종합건설, STX건설, 동아건설산업 등이 법정관리에 있으면서 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남광토건, 울트라건설, 극동건설, 삼안 등이 새로운 주인을 찾았지만 여전히 많은 건설사들이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다.
 
대부분 법정관리 건설사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법원 파산부는 매각시기 조율부터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 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업계에서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회사가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법원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특히, 법원 인사철이 시작되는 연초부터 3월까지는 담당 판사들의 인사이동으로 인해 법정관리 기업들이 매각작업에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몇 년 사이 건설을 비롯해 조선, 철강, 해운 등 이른바 위기산업에 속하는 기업들의 법정관리가 급증하면서 법원의 일거리가 증가한 탓도 있다.
 
법정관리 중인 A건설사 관계자는 "지난달 말쯤 매각일정을 공고하려고 했지만 법원 인사철이 겹치면서 한 달 가량 일정이 지연됐다"며 "다른 건설사들과 매각시기가 겹치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경우 협상력이 약화돼 인수가격 등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인수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한정된데 반해 매물이 증가할 경우 옥석가리기 작업이 더욱 면밀하게 이뤄질 수 밖에 없다.
 
또 협상 과정에서 고용승계 등에 대한 압박을 우려하는 곳도 많다. 대주주가 바뀌면 임원들을 비롯해 일반 직원들까지 대규모 물갈이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대출 규제 등이 강화되고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해외 수주 감소 등 건설업에 대한 전망이 불확실한 만큼 매각작업을 추진 중인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시기를 두고 눈치싸움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매각을 추진 중인 건설사들의 매각주간사가 동일하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불안감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동부건설, 우림건설, 성우종합건설, STX건설, 동아건설산업의 매각작업은 모두 삼일회계법인이 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일이 국내 회계법인 중에서는 거래 규모가 가장 크고 노하우도 풍부해 선호도가 높다"면서도 "주요 사업 분야가 비슷한 건설사가 같은 시기에 매각에 나설 경우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이 일제히 매각에 나서면서 시장에 풀린 매물이 늘어나고, 법원 인사철로 인해 매각시기가 늦춰지면서 매각을 앞둔 건설사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일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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