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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위기감 확산…곳간에 돈 쌓는 건설사 증가
은행 대출 문턱 높아지면서 금융자산 선호도↑
연구개발비·배당금 감소, 사내유보율 증가
2016-03-02 15:48:42 2016-03-02 16:38:40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곳간에 돈을 쌓아두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 국제 유가 하락과 금융권의 대출 규제 강화 등 건설업계의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의 유보율은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건설(000720)은 연결기준 2014년 4분기 876%였던 유보율이 지난해 3분기 923%로, 대우건설(047040)은 31%에서 36%로, GS건설(006360)은 842%에서 859%로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삼성물산(000830)은 4만4165%에서 9만1845%로 두 배 넘게 급증했다.
 
유보율은 영업활동이나 자본거래를 통해 얻은 이익을 사내에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통 기업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량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건설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2014년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325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4825억원으로 48.1%, GS건설은 2조1512억원에서 2조2016억원으로 2.3%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건설의 경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5424억원에서 2조1506억원으로 15.4% 줄었지만, 전체 금융자산은 7조6298억원에서 8조1902억원으로 7.3% 늘었다.
 
유보율과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 것은 지난해 주택시장 호황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건설업이 조선, 해운, 철강 산업과 함께 위기산업으로 지정되면서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영향이 크다. 사업 초기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건설업 특성 상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건설사에 대한 집단대출 요건이 강화되면서 예년에 비해 대출 이자도 높아졌다. 여기에 미분양 주택 증가하는 등 지난해 주택 시장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경기 체감도도 많이 낮아진 상태다.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 건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9로, 전달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자금사정지수도 1월 83에서 2월 75로 8포인트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유동성 부족으로 회사채를 갚지 못해 쓰러진 건설사들을 많이 봐 왔다"며 "여전히 국내외 건설업 전망이 어두운 만큼 언제든 사용이 가능한 현금성 자산을 늘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술개발 등 투자를 줄인 점도 유보율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0대 건설사 평균 1% 수준으로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중국 등 상대적으로 노동력이 저렴한 경쟁상대와 맞붙었을 때 기술력의 차이가 수주전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인 연구개발비 감소는 글로벌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배당금도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대우건설(047040)과 처음으로 매출액 10조원을 돌파한 GS건설(006360)은 올해 현금 배당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유동성 확보에만 몰두해 지속적으로 R&D 투자와 배당금 등을 줄일 경우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물론 향후 주가하락으로 인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건설사들이 금융권 대출 규제 강화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투자 및 배당금을 줄이고 유동성이 큰 현금성 자산을 늘리고 있다. 사진은 3일 서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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