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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붙는 현대증권 인수전…과연 얼마에 팔릴까
시장평가는 5500억~6700억원…현대그룹 만족시킬지는 미지수
2016-02-25 17:20:03 2016-03-02 19:08:30
“대우증권 인수전 때도 그랬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릅니다.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통 큰’ 베팅을 했던 미래에셋증권이 승자가 되지 않았습니까. 현대증권을 가져갈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모르지만, 그들이 써내는 가격이 곧 ‘인수 의지’라고 봐야겠죠”(금융투자업계 관계자 A씨)
 
지난해 ‘매각 무산’ 소동 이후 지지부진했던 현대증권 인수전에 불이 붙고 있다. 걸림돌로 여겨졌던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이 완화되면서부터다. 인수의향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벌써부터 매각 당사자와 인수 후보군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지난 24일 오전 현대엘리베이터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증권 관련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조건을 변경하는 사안을 의결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우리가 제시한 기준 가격 이상에서 응찰자가 나오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준 가격 이하로 나올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기준 가격대로) 행사하는 방식으로 조건이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이번 결정이 그동안 현대증권 매각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던 ‘우선매수청구권 리스크’ 해소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보유 중인 현대증권 지분을 담보로 현대엘리베이터로부터 4220억원의 자금을 빌렸고, 현대엘리베이터는 돈을 받기 위한 일종의 보호 장치로써 '현대증권 매각 시 같은 조건으로 우선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번에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청구권에서 한 발 물러나면서 시장에는 현대증권 매각이 원활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그룹이 확고한 매각 의지를 보여준 동시에 인수 후보군을 대상으로 ‘납득할 만한 가격을 내라’는 무언의 압력을 줬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인수 가격을 너무 적게 쓰면 ‘우리가 먼저 사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라며 “그동안 과도하게 우려했던 우선매수청구권 관련 부담이 어느 정도 해소됐기 때문에 매각 성사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매각이 급물살을 탄 가운데 유력 인수 후보인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도 인수전을 위한 전열을 갖추고 있다. KB금융지주는 새 사옥으로 이전한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옆에 현대증권 인수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다. 매각의 걸림돌 하나가 제거된 시점에서 KB금융의 인수 의지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투자금융지주도 현대증권의 최대 강점인 리테일 영업망을 확보해 초대형 증권사로의 도약을 기대하는 만큼, 이번 인수전에 매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대증권이 ‘과연 얼마에 팔릴 것인가’에 달려있다.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22.4%(5347만4312주)를 현재 주가로 환산한 단순 가치는 3400억원이다. 여기에 현재 주가가 현대증권의 실제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는 점을 적용하고, 경영권 프리미엄(30~70%)까지 더할 경우 시장에서 추정하는 현대증권의 적정 가격은 5500억~6700억원 선이다. 다른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7000억원 초반을 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이같은 가격에 만족할 지는 미지수다.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의 100% 자회사인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 실적이 양호하고, 현대증권 자체의 지난해 순이익도 크게 늘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그룹 측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기준이 6500억원이라는 시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행사 가격은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입찰자 결정 하루 전에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KB금융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실사가 끝나봐야 현대증권의 현금흐름을 내다보고 KB금융과의 사업계획이 맞는지 맞춰볼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인수가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시너지보다 위험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증권의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 시한은 오는 29일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외에도 LIG그룹 계열의 사모펀드 LK투자파트너스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고, 키움증권은 인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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