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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돌아온 '더 뉴 모하비'…국산 대형 SUV의 자존심
8년만에 페이스리프트…상남자스러운 매력 '물씬'
2016-02-25 11:37:53 2016-02-25 11:37:53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인기가 높아지면서 경제적인 소형 모델에 식상한 소비자들이 대형 모델에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특히나 대형 SUV 특유의 웅장한 디자인과 독보적인 힘은 남성 운전자들에게 로망으로 통한다.
 
하지만 특히나 디젤 모델 가운데 국산 브랜드 라인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탓에 대형 SUV 시장은 수입 브랜드가 장악한 상태다.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BMW X6 등이 대표적이다. 해당 모델들의 가격이 1억원을 호가하는 만큼 '남자의 로망'을 충족시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8년여만에 상품성 개선 모델로 돌아온 기아차 '더 뉴 모하비'의 귀환은 반갑다. 기아차가 고급화 전략을 내세운 프리미엄 SUV 더 뉴 모하비를 경기도 일산에서 임진강에 이르는 128km 구간 시승을 통해 체험해봤다.
 
기아차는 지난 16일 8년만에 페이스리프트를 거친 '더 뉴 모하비'를 출시했다. 사진/기아차
 
오랜만에 돌아온 모델치고 외관의 변화는 적다. 볼륨 모델이라기 보다는 매니아 층에게 사랑받아온 모델인 만큼 높은 호응을 얻은 모하비 디자인에 쉽게 손을 대긴 부담스러웠던 것으로 보인다.
 
특유의 우람하고 각진 디자인에서 풍겨지는 외관이 주는 느낌은 모하비에 기대했던 딱 그만큼을 안겨준다. 전장이 범퍼가드를 포함한 기존 모델보다 5mm 줄어든 것 외에 크기의 변화는 없다.
 
더 뉴 모하비 전·후면 디자인. 외관상 느껴지는 변화는 크지 않다. 사진/정기종 기자
 
하지만 모하비 전용 로고가 새겨진 큼직한 스티어링 상단과 콘솔박스 주변, 도어트림에 적용된 우드트림은 고급감을 한층 높인 요소다.
 
더 뉴 모하비 운전석 전경. 사진/정기종 기자
 
국산 SUV중 유일하게 3.0 디젤 엔진을 탑재한 더 뉴 모하비에는 V6 S2 3.0 디젤 엔진과 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이를 통해 최고 출력 260마력, 최대토크 57.1kgf·m의 동력성능을 구현한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서자 느껴지는 것은 기존 모델에 비해 확실히 줄어든 소음이다. 흡차음재 보강을 통해 엔진 투과음 실내 유입을 차단했다는 기아차의 자신감은 허언이 아니었다. 확실히 대형 디젤 모델 가운데 경쟁력을 갖출만한 수준이다.
 
기존 모델에 비해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이 확실히 개선됐다. 사진/기아차
 
주행성능 역시 묵직한 외관만큼 듬직하다. 대형 차량인 만큼 초반에 치고 나가는 디젤 세단 특유의 느낌은 없지만 무리없이 꾸준한 가속성능을 자랑했다. 시속 60km 구간에서 서서히 탄력받기 시작하더니 시속 180km 구간까지 거침없이 뻗어나간다.
 
전·후륜 서스펜션과 쇽업쇼버를 새롭게 튜닝해 안정감을 높인 효과도 주행 중에 잘 드러났다. 시속 80km~100km에 이르는 속도로 감고도는 커브에서도 큰 쏠림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다.
 
시승구간 중에는 차량 콘셉트에 맞게 험로구간도 존재했다. 시승 전날 내린 눈에 30도 경사 코스는 물론 진흙투성이인 험로였지만 꿋꿋하게 제 갈길을 갔다. 노면 굴곡이 주는 흔들림 속에서도 무게중심은 확실히 잡고있다는 느낌이다.
 
험로 구간 주행 속 흔들림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안정적으로 나아갔다. 사진/기아차
 
그렇다고 무식하게 힘만 좋은 차는 아니다. 후측방 경보시스템을 비롯해 ▲차선이탈 경보시스템 ▲전방추돌 경보시스템 ▲하이빔 어시스트 등의 안전사양도 탑재했다.
 
또 내부에서 차량 주변 360도를 확인할 수 있는 어라운드뷰 모니터링 시스템과 운전자가 동승석 시트 위치를 조절할 수 있는 동승석 워크인 디바이스 등은 모하비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려주는 기능들이다.
 
모하비에 탑재된 어라운드 뷰 모니터. 각도 조절을 통한 다양한 시야를 제공한다. 사진/정기종 기자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높은 시트 포지션에 비해 다소 낮은 센터페시아 내비게이션 화면은 다소 불편하게 작용했다. 물론 계기판에 진행 경로를 표시해 주긴하지만 습관적으로 내비게이션 화면으로 눈이 가는 운전자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분명 안전한 운행에는 방해가 되는 요소다.
 
또 준중형 세단에도 탑재되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 대신 존재하는 풋 파킹 브레이크도 다소 올드한 느낌을 줬다.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야하는 플랫폼을 이용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한계라고는 하지만 플래그십 SUV 모델에 어울리는 부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성별에 따른 차량 선호도도 제법 허물어지긴 했지만 모하비가 주는 인상은 역시 '상남자'다. 5700대의 누적계약자 중 83%가 남성 운전자인 점은 이를 방증하는 요소다.
 
23일 기준 5700대에 이르는 더 뉴 모하비 계약 고객 중 83%는 남성고객이다. 사진/기아차
모하비는 많이 팔겠다고 작정한 모델은 아니다. 하지만 두터운 매니아층의 지지에 모델 노후에도 8년여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돌아온 모델에 대한 초반 반응은 우호적이다. 최근 하루 250대꼴로 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고급화 전략을 구사한 차량에 어울리는 수식어는 아니지만 신형 모하비의 가성비는 준수하다. 1억원 이상 수입 고급 SUV의 절반 이하 가격(4025만원~4680만원)으로 절반 이상의 만족도는 충분히 안겨준다.
 
모하비가 첫 선을 보인 8년 전과 최근 시장 분위기는 분명히 다르다. 높아진 대형 SUV 입지에 차량이 매력적이라면 매니아가 아니라도 충분히 지갑을 열 준비가 돼있다. 새로운 모하비가 여전히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남아있을지 보다 대중적인 고급 모델로 올라설 수 있을지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기아차 더 뉴 모하비 주요 제원. 자료/기아차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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