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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북에서 사망한 일제 강제동원자도 위로금 줘야"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제외할 이유 없어"
2016-02-08 12:00:00 2016-02-10 18:40:53
일제 강점기 당시 노무자로 강제 동원됐다가 고향인 북한으로 귀국한 뒤 사망한 사람도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위로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북한에 호적이 있더라도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봐야 한다는 헌법 규정에 따라 일제 강제동원 위로금 지급 대상으로 명백히 인정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강모(29)씨가 "일제에 강제동원 됐음에도 북한에서 사망했다는 이유로 위로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잘못"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위로금 등 지급 기각 결정 취소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헌법이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영토조항을 두고 있는 이상 대한민국 헌법은 북한 지역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므로 북한지역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영토가 되고, 북한주민 역시 일반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또 "강제동원조사법은 위로금 지원 제외대상을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을 뿐, 북한주민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명시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 강제동원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입법목적에 비춰볼 때에도 법 적용범위를 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북한정권의 사실상 지배에 놓이게 된 군사분계선 이북 지역의 주민 또는 그의 유족을 배제하도록 축소 해석할 이유도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더욱이 '망인의 부상 정도와 원고가 위로금 수급권자인 유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할만한 자료가 없다'는 피고의 주장은 망인이 대한민국 국적을 갖지 않기 때문에 위로금을 줄 수 없다는 이유와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수 없어 그에 따른 처분은 위법하다"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은 옳다"고 판시했다.
 
강씨의 형은 1921년생으로 22세 되던 해인 1943년 5월 일제에 의해 일본지역 노무자로 강제동원됐다가 광복 이후 북한지역으로 돌아왔다. 당시 강씨의 형은 강제노역으로 왼쪽다리가 마비되는 장해를 입은 상태였는데,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강씨는 남한지역으로 피난했고 형과 여동생은 북한지역에 남았다.
 
강씨는 2003년 이산가족 상봉시 만난 여동생으로부터 "오빠가 6.25 사변이 일어나고 4~5년 후 북한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후 대한적십자 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강씨는 2009년 11월 '일제강점하강제동원피해진상규명위원회'로부터 형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로 결정됐음을 통지받은 뒤 '태평양전쟁전후국외강제동원희생자지원위원회'에 특별법에 따른 위로금을 신청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북한에 호적을 두고 있어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로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부상 정도에 관한 자료도 없다"며 거부했다. 이에 강씨가 소송을 냈고 1, 2심은 "강씨의 형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임이 인정된다"며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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