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공약 어디로? 사라진 경제성장, 외면한 국민행복
줄인다던 가계부채 늘고, 무상보육·경제민주화는 '없던 일로'
국민안전, 세월호와 함께 수장…노동법 개정으로 세대갈등 조장
입력 : 2016-01-06 07:00:00 수정 : 2016-01-06 07:00:00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약속으로 내건 '국민행복 10대공약'은 임기 3년이 지나도록 대부분 이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공약 의지가 실종되면서 주요 거시지표 또한 공약과 반대로 움직였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지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발간한 정책 공약집 <제18대 대통령선거 새누리당 정책 공약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 있는 변화'>를 보면,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 아래 가계와 고용, 복지, 경제 등의 분야에서 10대 공약이 수록됐다.
 
공약은 ▲가계부담 덜기 ▲확실한 국가책임 보육 ▲교육비 걱정 덜기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추진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새로운 일자리 늘리기 ▲근로자의 일자리 지키기 ▲근로자의 삶의 질 올리기 ▲국민 안심프로젝트 추진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경제민주화 ▲지역균형발전 등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우선 '가계부담 덜기'라는 공약이 무색하게 국민들이 짊어진 가계 빚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0년 1분기 가계신용과 주택담보대출은 각각 783억3240억원, 341조8690억원이었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166조370억원, 480조730억원으로 폭증했다. 가계부채는 1000조원을 넘어 1100조원 시대로 접어들었다.
 
특히 2011년 2분기를 기점으로 감소하는 듯 했던 가계신용과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박근혜정부 출범(2013년 1분기)과 함께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게다가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인위적으로 확장적 재정과 부동산 경기부양 정책을 펼치자, 2014년 4분기(10.16%)와 지난해 1분기(11.31%)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0%를 넘기도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정부가 만 5세까지 무상보육을 약속한 '국가책임 보육'은 박 대통령 임기 첫 해부터 좌초됐다. 박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고집하면서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등은 부족한 예산을 지방정부와 교육청에 떠넘겼다. 이들도 열악한 재정을 이유로, 중앙정부의 약속 이행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예산편성을 둘러싼 갈등만 커졌다. 급기야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이 새해부터 누리과정(만 3~5세)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해 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교육비 걱정 덜기'도 가계부담 덜기와 똑같은 모양새로 가고 있다. 2014년 3월 초·중·고교의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촉진특별법'이 제정됐음에도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2000원에서 24만2000원으로 올랐다. 이중 고교생 기준 1인당 사교육비는 19만7000원에서 23만원으로 16.7% 증가했다.
 
암과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등 4대 중증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을 100% 보장하는 내용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도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초음파 검사와 고가 약제 항목 등에서 본인 부담을 일부 경감했을 뿐, 당초 공언했던 100% 보장은 대통령 임기 3년을 마칠 때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창조경제를 통한 새로운 시장과 일자리 창출'은 미래창조과학부 출범과 전국 18개 도시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창조경제의 모호성이 임기 3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기대했던 새 시장과 일자리 창출은 지지부진하기만 하다. 창조경제가 좌표를 잃고 헤메는 사이 2010년 1분기 7.3%를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분기 2.7%까지 급락했다.
 
'근로자의 일자리 지키기와 삶의 질 제고'는 이른바 '쉬운 해고'(노동유연성 확보)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법 개정안으로 변질됐다. 여당이 당론으로 발의한 '노동개혁 5대 입법안'에는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체제를 지속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 파트타임(아르바이트)과 단기계약 노동자를 양산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기간제와 파견 근로자를 양산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개정안' 등이 담겼다.
 
최저임금 인상 기준을 마련하고 최저임금 미만의 부당임금을 지급하는 사업주에는 징벌적 배상제도를 적용, 근로자의 기본 생활여건을 보장하겠다던 공약은 전혀 반영되지도 않았다. 오히려 노동법 개정안으로 세대간 갈등만 부추기면서 국론 분열을 조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삶의 질은 열악한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1인당 근로시간은 평균 2124시간으로 멕시코(2228시간)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34개 회원국 평균 근로시간 1770시간보다 354시간 더 많이 일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2020년까지 연평균 근로시간을 OECD 평균수준으로 단축하겠다고 했으나, 실제로는 법정근로시간 한도 주 52시간을 주 60시간으로 연장했다"며 "연간 노동시간 1800시간을 목표로 하는 종합계획을 수립해 OECD 수준으로 실 노동시간을 단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폭력과 학교폭력, 가정파괴범, 불량식품 등 이른바 4대악을 뿌리 뽑는 '국민 안심프로젝트'는 일부 공약이 이행됐다. 먼저 성폭력 무료법률 지원을 확대했고 성폭력상담소도 보강했으며, 기존의 어린이보호지역(School zone)과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Greenfood zone)을 통합, 학교 반경 200m 이내를 학생안전지역(Safe zone)으로 지정했다. 대테러방지법의 경우 국가정보원의 권한 강화와 맞물리면서 논란이 됐다.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일어난 일련의 사건·사고는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정부의 무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지난 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수학여행 중이던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탑승한 세월호가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하면서 295명의 사망자를 냈다. 9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해경의 늑장대응과 정부의 부실대처, 컨트롤타워의 부재 등이 드러났다.
 
대·중소기업 상생과 불평등 해소를 목적으로 하는 '경제민주화'는 임기 1년도 안 돼 폐기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4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실한 투자자는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격려해야지, 자꾸 누르는 게 경제민주화나 정부가 할 일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경제민주화 의지를 철회했다.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면서 금산분리 강화와 재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집단 총수일가의 불법 및 사익 편취행위 근절, 공정거래 관련법의 집행체계 개선, 경제적 약자의 권익 보호 등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국민 대통합을 핵심으로 한 '지역균형발전' 역시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2014년 12월, 오는 2018년까지 총 165조원(국비 109조원, 지방비 40조원, 민간투자 16조원)을 투입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했으나 애초 공약한 지방행정 개편과 지방재정 확충 계획 등은 임기 4년차를 시작하는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최병호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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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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