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당국이 강조하고 있는 기술신용평가에 기초한 기술금융 확대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은행 자발적인 수행을 통해 기술금융 대출위험도를 낮춰주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광희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발표한 '기술신용대출제도, 근본적 수술이 필요하다' 보고서에서 "은행들이 위험을 피하고 기술금융 실적을 올리기 위해 기존대출을 기술금융으로 전환하는 등 소위 '무늬만 기술금융'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당국의 기대와는 달리 은행창구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 및 부작용이 나타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기술에 대해 신용등급을 매겨 이자율을 결정하라는 방식은 똑같은 기술을 놓고 쓰임새에 평가기준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객관적인 지표로 삼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금년 하반기부터 한도증액 없는 대환 및 재약정을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등의 미봉책만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현장에서 기술금융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 원인은 기술금융이 위험금융이라는 속성을 감안하지 않고 은행이 대출위험을 100% 떠안는 상태에서 은행의 자기보호 본능이 작동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대출 독려는 오히려 은행들의 실적을 채우기 위한 변칙적 행태만 고조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김 위원은 기술금융 대출에 따른 위험을 경감시키기 위해 은행 자발적으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유망고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기술보증기금이나 신용보증기금, 산업은행이 은행의 기술금융대출에 따른 신용위험을 인수, 이를 기초로 채권을 발행해 자본시장에 유통시키는 '합성기술금융 유동화제도'의 도입을 주장했다.
김 위원은 "해당 제도는 바젤Ⅱ체제 하에서 신용파생상품의 신용위험 경감효과를 인정하는 것으로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개선 및 리스크 관리의 효율성 제고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며 "단기위주 대출을 장기대출구조로 전환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술기업의 자금조달구조 개선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위원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은행의 기술금융 확대정책은 기술금융의 특성과 기술금융시장의 구조(투자 보다는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서부 대출 등 과도한 간접금융 형태로 이뤄지는 형태) 상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술금융은 물적담보 위주의 소부적인 대출행태를 탈피, 기업의 성장잠재력에 기초한 여신을 확대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은행이 기피해왔던, 기술력에 기초한 중소기업들의 은행접근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는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으로의 원활한 자원배분을 통한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7월부터 기술신용평가에 기초한 여신제도인 기술신용대출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술신용평가기관(TCB), 기술정보 데이터베이스(TDB) 구축 등 기술신용평가의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은행이 기술신용평가를 이용해 신용대출을 하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기술금융대출은 제도시행 후 지난해 12월 말까지 반년 간 8조9000억원에서 올해는 7월 말 기준 44조4000억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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