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삼성)⑤"이류·삼류로 전락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 경고 엄습
스마트폰 부진 만회할 타개책이 없다…페이·IoT 등도 시장반응 아직 냉담
입력 : 2015-12-02 07:00:00 수정 : 2015-12-02 07:00:00
그룹을 지탱하던 삼성전자가 흔들리면서 "한순간 이류, 삼류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건희 회장의 경고가 삼성을 엄습했다. 여전히 연간 10조원 이상을 벌어들이지만, 이 같은 현실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에 대한 확신도 옅어졌다. 더 큰 문제는 향후다. 일사불란한 대응체계는 여전히 장점이지만, 소니와 노키아의 몰락을 지켜본 삼성으로서는 위기감이 클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2013년을 정점으로 내리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을 영위하며 매출 비중(2014년 기준 54.2%)이 가장 큰 IM 부문의 부진이 뼈아팠다. 2013년 매출 138조8172억원, 영업이익 24조9577억원을 기록했으나 1년 만에 매출 111조7645억원, 영업이익 14조5628억원으로 추락했다. 영업이익이 10조원 이상 빠진 가운데, 영업이익률도 18.0%에서 13.0%로 악화됐다.
 
삼성전자의 전통적 간판인 CE 부문(2014년 매출 비중 24.3%)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2013년 매출 50조3315억원, 영업이익 1조6733억원을 거뒀으나 1년 뒤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3.3%에서 2.4%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 부문도 영업이익률이 10.0%에서 2.6%로 4분의 1 가까이 빠졌다.
 
과거 효자 사업부였던 반도체 부문만이 영업이익률이 18.4%에서 22.1%로 올라 체면치레한 것이 위안이다. IM 부문의 부진을 반도체가 상쇄해주고는 있지만, 반도체 업황의 사이클을 고려할 때 이 같은 호황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특히 세트(완제품)의 부진은 필연적으로 부품인 반도체의 침체를 가져올 것이 확실시된다.
 
삼성전자 주요 제품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하향세를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3년 휴대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26.8%였으나 1년 만에 22.4%로 후퇴했다. 같은 기간 TV의 점유율은 21.6%에서 22.60%, D-RAM은 37.2%에서 40.9%, TFT-LCD는 20.4%에서 20.9% 등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휴대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수익성을 고려하면 큰 힘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스마트폰 분야는 선두기업 애플과의 격차가 커지고 있다. 시장 조사업체 캐너코드 제누이티에 따르면, 2013년 3분기 세계시장에서 삼성과 애플의 수익 점유율은 각각 52%, 56%로 대등했지만 올 3분기에는 11%와 94%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에서 애플의 iOS에 기반한 높은 완성도와 충성도를 삼성이 끝내 따라잡지 못하면서 시장을 내준 결과다.
 
사진/뉴스토마토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로 대변되는 삼성의 하이엔드 주포들이 무너지면서 중저가 파생제품들도 하나둘 시장을 내줬다. 단일시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떠오른 중국에서의 추락은 결정타가 됐다. 반면 중국이라는 든든한 내수를 기반으로 약진한 화웨이, 샤오미 등 후발주자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신흥시장에서마저 삼성을 따돌렸다. 이는 차별화가 사라진 결과이기도 했다.
 
사실 IM 부문에서의 성장성 둔화는 이미 예견됐다. 삼성 관계자는 "수요를 예측하지 못한 채 공급만을 생각하면서 빚어진 참담한 결과"라고 말했다. 수요 예측의 실패는 과도한 마케팅비 지급과 함께 재고 손실 방지를 위한 물량 밀어내기로 이어졌고, 이는 악화된 수익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남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를 '흩뿌리기 경영'의 실패로 규정했다. 흩뿌리기 경영은 한 상품군에서 여러 개의 모델을 출시해 살아남은 하나만 키운다는 전략으로, 하나가 사장된 나머지의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스마트폰의 경우 애플은 아이폰 1세대부터 6세대까지 단일 내지 소량의 모델만 출시하지만 삼성전자는 통신사, 통신망, 운영체제, 화면크기 별로 여러 종류의 갤럭시 모델을 내놓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이는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겹치고 혼선이 생길 때 발생할 비용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전할 때와 달리 시장점유율이 20%(2015년 2분기 기준)까지 떨어진 지금에는 제품군 다양화가 과도한 비용만 지출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몸부림도 절실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선택과 집중을 외치며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전열을 가다듬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반도체 공장의 대규모 증설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6월에는 모바일결제와 IoT(사물인터넷), 메모리반도체를 신성장 동력으로 내놨다.
 
이를 위해 삼성은 2013년 선보인 전자지갑서비스 '삼성월렛'을 지난 6월 종료하고, 8월 모바일결제서비스 삼성페이를 출범시켰다. 또 오는 2020년까지 삼성에서 출시하는 모든 제품에 IoT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8월 미국 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씽스를 시작으로, 2월에는 미국의 루프페이를 인수했고, 6월에는 프랑스의 시그폭스와 지분투자 계약을 맺으며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아우르는 사업구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한 쪽이다. 우선 전략 분야가 그리 혁신적이지 못한 데다, 이미 경쟁사들도 관련 산업에 대해 채비를 갖췄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과거에도 몇차례 신수종 사업 육성을 공언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던, 학습효과도 있다.
 
미래 에너지인 태양광은 사실상 투자를 포기했고, 제조업의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는 3D프린터의 경우 아예 감감 무소식이다. 이외 구글과 애플이 뛰어든 스마트카도 이제야 추격에 돌입한 상황이며, 미래산업의 게놈 지도와도 같은 빅데이터이도 아직 관심 밖이다. IoT의 기반인 OS(운영체제)는 이미 구글과 애플이 양분한 상황이다.
 
윤덕균 한양대 산업공학과 명예교수는 "기술 진부화 속도를 볼 때 자동차 산업이 음속이라면 전자는 광속"이라며 "반도체와 휴대폰에만 전력해서는 앞으로는 지금처럼 건재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과거 전자왕국을 일궜던 소니, 휴대폰 시장을 움켜쥐었던 노키아의 몰락을 반면교사로 삼지 않고는 제2의 소니, 제2의 노키아가 될 수 있다는 경고다.
 
김기성·최병호 기자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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