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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수입차업체 적극적 한국시장 공략, 경쟁구도 흔들다
올해 점유율 16%대 전망…배기가스 조작파문이 변수
2015-11-23 11:39:49 2015-11-23 11:39:49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성장세가 무섭다. 전체 시장 규모가 정체된 상태에서도 수입차의 판매량 및 내수시장 점유율이 급속히 확대되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경쟁구도 자체가 흔들릴 조짐이어서 국내 업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은 ‘외산차업체 전략의 특징 및 경쟁구도 변화’라는 보고서를 통해 수입차 업체들의 한국시장 전략과 그로 인한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보고서는 적극적 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입차 업체들을 국내 업체들이 정확히 분석해 향후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자동차시장은 세계 금융위기 여파로 위축됐던 2007~2008년 이후 매년 조금씩 판매가 늘고 있다. 하지만 국산 승용차 판매는 2010년 121만7764대, 2012년 117만5891대, 지난해 121만3943대로 120만대 선에서 정체돼 있다. 이에 비해 수입차는 2010년 9만562대, 2012년 13만858대, 지난해 19만6359대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서도 지난 9월까지 국산차 등록대수는 92만69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 늘어난 데 그쳤으나 수입차는 17만9120대로 전년 동기보다 22.8% 늘었다. 월별 판매증가세가 하반기 들어 다소 둔화됐지만 올해도 수입차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2009년 4.94%의 점유율을 기록했던 수입차는 올해 16%대 점유율 달성이 유력하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시장 환경과 소비자 특성을 면밀히 분석한 수입차 업계의 적극적인 국내 시장 공략이 핵심이 원인으로 꼽힌다.
 
유럽 브랜드는 디젤차를 내세웠다. 2007년 시작된 국제유가 급등과 미국발 금융위기를 거치며 이전까지 디젤차 판매에 미온적이던 독일 브랜드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이어 미니와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 다른 브랜드도 디젤차 중심으로 제품 라인업을 재정비하면서 디젤차 점유율은 급속도로 늘었다. 수입차의 디젤차 비중은 2012년 50%를 넘긴 뒤 2013년 62.1%, 지난해 67.8%, 올 상반기에는 68.4%까지 높아졌다.
 
수입차간의 경쟁까지 치열해져 각 업체들은 가격 할인과 부가서비스로 소비자들을 유인했고, 이는 시장 흐름을 바꾸는데 큰 영향을 줬다. 또 딜러 차원의 할인까지 일반화돼 소비자들은 더욱 낮은 가격에 차를 구매하게 됐다.
 
다양한 차종으로 틈새시장도 공략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30여개의 수입차 브랜드들은 국산차에 없는 차종이나 틈새 모델을 갖추고 있어 소비자로서는 수입차쪽이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수입차의 소형차 판매 확대도 영향을 줬다. 2000년대 들어 수입차는 배기량 2000~3000cc 차량이 많이 팔렸다. 하지만 2011년 이후 2000cc 미만 차량 판매가 늘기 시작했고, 지난해 2000cc 미만 점유율이 54.7%를 기록했다. 전체 수입차 판매에서 3000cc 미만 차량의 비중은 90%에 육박한다. 이 같은 흐름은 국산차와 가격대가 겹치는 차들에 집중해 국산차 소비자를 유인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집중하고 있는 모델이 중대형급 이상 세단과 중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해당차급에서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지만, 수입차와 가격이 겹치는 영역대 모델과 라인업 사이에 존재하는 빈틈은 수입차 업체들의 공세에 취약하다. 특히 고가 대형차로 갈수록 수입차와 가격 차이는 크지 않으면서 브랜드 이미지는 열세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핵심 모델의 파워트레인 다양화에 나섰다. 특히 디젤 모델을 추가에 적극적이다. 올 상반기 신규 등록된 국산차 89만8396대 중 51.9%가 디젤차였다. 또 쏘나타에는 7가지, K5에는 5가지 파워트레인이 마련되는 등 유럽의 디젤차, 일본 하이브리드차에 모두 대응해 소비자가 이탈하는 것을 막으려 애를 쓰고 있다.
 
수입차 브랜드는 원산지와 핵심 시장이 각국에 퍼져 있고, 오랜 세월에 걸쳐 각 시장 여건에 맞춰 입지를 다지며 브랜드의 성격을 만들어왔다. 기술적으로도 유럽은 디젤, 미국과 일본은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차에 강점을 갖고 있다. 또 대중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풍부한 경험과 전략을 바탕으로 제품을 폭넓게 갖추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대중적 모델에 집중하면서 수입차 업체들의 전방위적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지난 9월 발생한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변수다. 수입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워져 업체마다 직간접적 영향을 받고 있어서다. 또 판매 증가 속도에 비해 서비스 인프라 확충이 더뎌 국내 업체들은 이 시기를 잘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류청희 자동차 평론가는 “최근 서비스 강화에 속도를 내는 수입차도 있지만 모든 브랜드가 그렇지는 않다”며 “수입차들이 디젤 파문과 고속 성장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동안 국내 업체들이 대응 방식과 속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앞으로 내수시장 경쟁의 흐름을 바꿀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5 서울모터쇼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차량과 다양한 전시품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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