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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법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2015-10-22 06:00:00 2015-10-22 10:23:39
몇 년 전 겨울, 주말에 잠깐 지방 보습학원 수업을 한 적이 있는데, 수강생 중 초등학교 2학년인 한 남학생이 수업이 끝나도 늘 학원에 늦게까지 남아 있었다. 다음 학원시간까지 한참 남았는데 날이 추우니 갈 데가 없었다.
 
학원을 몇 개나 다니느냐고 물었더니 다섯 손가락을 쫙 폈다. 사연인 즉, 맞벌이 하는 부모가 봐 줄 사람이 없어 외동인 아이를 학원에 보냈고 학원비 때문에 일을 더 해야 했다. 귀가는 더 늦어졌고 그 시간 동안 아이를 봐 줄 사람이 없으니 학원을 더 보냈다. 비슷한 사정의 아이들이 학원에 몇 명 더 있었다. 서글픈 악순환이다.
 
이른바 '용인 캣맘 사건'이 연일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가해자가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만 9세 초등학생으로 알려지면서 기다렸다는 듯 여러 법적쟁점이 떠오르고 있다. 이 학생이 가해자가 맞다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 법 제재를 받기 시작하는 나이는 만 10세 이상이다.
 
이쯤 되니 촉법소년 연령(만 10세)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소년범죄가 급증하고 있는데다가 흉폭해졌고 연령도 어려졌다는 게 근거다. 어렸을 때부터 잘못과 그에 대한 책임을 제도적으로 각인켜야 한다는 범죄 예방적 필요성도 제기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최선인지는 의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 사회는 '법 만능주의'에 매몰되고 있다. 사건만 발생하면 법부터 손댄다. 오죽하면 국민 인성교육도 법에 맡기자며 인성교육진흥법까지 만들었을까. 이렇다 보니 이른바 '김영란법'처럼 이미 태어날 때부터 위헌성을 안고 나온 법률도 있다.
 
따지고 보면, 아파트 옥상에서 주택가로 벽돌을 던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법으로 정해 가르쳐야 할 일인가. 호기심에 남의 집에 불을 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데 입법부가 나서야 할 일인가. '밥상머리 교육'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지금 우리 형편에서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소년범죄는 가정과 사회, 국가가 정책적 제도적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그만큼 시간도 필요하다. 우선 국가는 서글픈 악순환부터 없애야 한다. 부모들을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사회도 그런 문화와 풍토가 정착되도록 함께 나서야 한다. 비단 소년범 문제뿐만 아니다. 비정상적인 사회시스템부터 제대로 고치는 것이 먼저다. 맨 마지막에 나서야 하는 법이 지나치게 앞으로 나오고 있다. 이것이 계속된다면 우리는 더 궁지로 몰릴 수 있다.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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