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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세살 버릇 여든까지…초기인성교육, 평생간다
용모·공부 뛰어나도 소통·배려 모르면 ‘왕따’
2015-10-13 09:00:00 2015-10-27 13:57:09
경기 일산의 한 중학교 상담교사인 김모씨는 최근 상담 중인 학생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학교 1학년인 A양은 반장 학생인 B군과 학교 수련회 문제로말다툼을 하다가 책상앞에 있던 텀블러를 던져 B군을 다치게 했다. 외동딸인 A양은 용모와 공부, 운동,재치 등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지만 자기만 아는 성격 탓에 평소 친구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이번일도 반별로 장기자랑을 하는 데 자기에게 돌아온 역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어깃장을 놓다가 생겼다.
 
A양이 아직 상대적으로 어리긴 해도 반에서 합의로 정한 일을 아무런 이유 없이 혼자만 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일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김씨는 “형제자매 없이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남을 배려하는 것이나 무리에서 조화롭게 지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이적지 않다”며 “정작 문제는 자기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과거 같은 동네에 살거나 같은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끼리 자연스럽게 무리를 짓는 경우도 많이 없어졌다. 필요에 따라 친구를 정하고 무리를 짓는 일이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필요성이 없어지면 금방 서로 등을 돌릴 정도로 유대감이 없어졌고 집단 돌림이나 학교폭력도 그만큼 자주 일어난다고 김씨는 우려했다.
 
그는 또 “중학생이면 어느 정도 자아가 형성됐거나 형성되어가는 시기”라며 “유아기나 초등학교 시절 제대로 된 인성교육이 되지 않으면 기초적인 사회성마저도 교육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이나 집단 따돌림 현상이 이미 선을 넘고 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청소년 범죄도 범행 방법이 매우 잔인하고 조직적이어서 성인 범죄 못지않다.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학생의 인성 및 사회성을 함양할 수 있는 교육적 실천이 미흡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그렇다면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인성교육을 길러주기 위해 어떻게 교육하는 것이 좋을까.
 
예절전문 사회교육기관인 한국예절문화원에 따르면 바른 인성의 기초를 형성하는 단계는 3~5세 유아기부터다. 이 시기에는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 몸과 머리, 가슴이 함께 성장하는 신체 능력과 습관을 형성한다. 때문에 이 시기에는 자신의 신체를 아끼는 것과 인지적 정서적 부분에 대한 교육에 중점을 둬야 한다. 또 다른 사람의 신체와 정서도 자기만큼 귀중한 것이라는 것도 함께 인식 시켜줘야 한다. 그런 과정에서 예절, 질서, 나눔,배려, 협력, 존중이라는 기초적인 성품도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이 시기는 부모들의 언어와 행동을 그대로 학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별다른 학습 보다는 부모들 자신이 몸과 말로보여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유아기 다음으로 맞게 되는 초등학생 과정은 유아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사회활동이 시작되는 시기다. 그만큼 또래 구성원간 공감과 배려가 요구되는 시기다.
 
‘인생’이라는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인지하게 되는 시기도 이때다.사회학자 프리(Anne R, Free)에 따르면 우리가 예절을 배우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낼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그것은 교육이 맡아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라고 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일상생활에 갖춰야 할 예절을 먼저 가르치고 고학년에 가서 예절의 근본정신을 이해하도록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예절문화원 전재희 원장은 “지금 초등학생들은 또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공감’과 ‘배려’라는 덕목이 매우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이 시기의 인성교육은 삶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일깨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족과 사회라는 공동체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부모·웃어른 공경과 친구 배려하기, 예절의 기초인 바른 인사법 등 기본적인 예법 교육도 중요하다. 특히 언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니만큼 바른 언어교육이 필요하다.
 
자연스럽게 욕설을 배우게 되므로 욕설에 대한 정확한 뜻을 알려주고 얼마나 나쁜 표현인지를 각인시켜주는 것이 좋다.중학교 교육은 초등교육 시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자신과 타인에대한 이해에 중점을 둬야 한다.
 
교육부가 2013년에 실시한 학교급별 인성교육 실태 및 활성화 방안에 따른 학교급별 인성수준 점수를 살펴보면 사회성, 도덕성, 정체성의 모든 영역에서 중학생들의 인성수준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기분이 나쁠 때 내 감정을 다스리거나 나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하는능력 등 자아성찰과 관련된 ‘정체성’ 부분이가장 약한 것으로 나타나 자신과 타인에 대한이해가 부족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초등과정에서 자아성찰의 기초단계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의 인성교육은 진로개척 능력과 더불어 사는 사회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질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둬야한다. 이 시기는 ‘기본예절-자아성찰-자기탐색’으로 이어져 온 유야·초·중등 교육과정에서의 인성교육의 종합판이다.
 
진로 개척능력 보다 ‘더불어 사는 구성원의 자질’에 더 무게가 실려야 함은 물론이다.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봉사 활동 등 대외적활동도 좋지만 가족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학급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학생의 일원으로서제 몫을 다 하도록 책임감과 동기를 부여해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진로 개척 능력에서도 본인의 의욕과 장점을 최대한 반영할수 있도록 도와주고 건전한 경쟁관계를 이해시키는 것도 이 시기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야 할 부분이다.전 원장은 인성교육의 효과적 운영을 위해서는 인성교육이 교과 과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져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 중심의인성교육 강화는 물론이고, 폭력적 학교 문화개선, 체육·예술 교육의 활성화, 독서·인문 교육 활성화 등 테마별 인성교육과 관련한 프로그램 개발도 학교가 가진 숙제다.
 
전 원장은 “인성교육의 주된 책임자들은 교사, 학생, 학부모, 공동체 구성원”이라며 “이들책임자들이 인성교육의 목표에 대해 광범위한 지지를 보낼 때에만 인성교육은 성공할 수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일 충북 괴산군 괴산읍에서 열린 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이 농촌 체험장에서 펌프질을 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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